프롤로그
이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내가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전업주부로 살기로 결심한 2021년의 끝자락이었다. 코로나 방역 체계가 한창이던 시절, 우리는 사람을 거의 만날 수 없었다. 서로의 집구석에 고립되어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살았다.
나 역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갑갑한 세월을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을 향한 거의 유일한 창구였던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불안해졌다. 코로나 이전부터 화두가 되어 온 우리 사회의 혐오는 팬데믹 시대의 고립으로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팬데믹을 거치며 이 사회에 방치된 극심한 혐오와 저출산이라는 두 축은 내게 점점 더 실존적인 불안감으로 엄습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치 조금씩 코너에 몰리고, 무력해지고, 누군가가 겨냥하는 과녁이 될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운영하는 맘카페를 포함한 그 어떤 맘카페에서도 이러한 불안감과 문제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육아의 당사자들은 이 위기를 떠안기에는 너무도 지치고 바빠 보였다. 오히려 혐오와 저출산의 쌍두마차 시대에, 맘카페의 엄마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에 관해 이야기하기 좋아했던 건 맘카페 바깥의 엄마가 아닌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맘카페를 점점 고립되고 괴상한 집단으로 묘사하며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 집단은 그렇게까지 이상한가? 사람들은 맘카페를 제대로 들여다보며 이 공간에 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가? 나는 다섯 해 넘게 맘카페를 운영한 경험을 반추하며 이번 원고의 집필을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 이 책으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바라보았던 맘카페라는 집단을 더욱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인식과 성찰을 사람들과 나누고픈 바람이 그것이다.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증오와 낙인찍기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그것은 맘카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현실 속에서 이 주제에 대해 꺼내는 것 자체가 혐오를 악화시키고 들쑤시는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맘카페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 지 벌써 20년을 바라보는 동안 이 집단을 객관적으로 탐구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없었기에 용기를 내본 것이다. 이런 마음이 그저 한 사람의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쓰는 결심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그 시점부터 지금은 이제 2년 가까이 되는 세월이 흘렀다. 이렇게 힘든 작업이 될 줄 몰랐고, 출판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내 손등을 때리고 싶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2021년 겨울, 나의 호기로운 만용을 알면서 받아주고 끝없이 격려해 준 도서출판 사이드웨이의 박성열 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의 고생 덕분에 나의 오랜 고민과 생각이 다듬고 깎여져 이렇게 책이라는 매체로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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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라는 세계를 깊고 중층적으로 들여다보려는 나의 작업은 총 일곱 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이 책의 1부 ‘나는 어쩌다가 맘카페의 운영자가 되었는가’에서는 내가 어떻게 엄마가 되었고, 맘카페라는 공간을 접하게 되었으며 결국 그곳의 운영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의 경험은 그 당시 결혼과 출산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고, 또 지금도 맘카페를 찾고 있는 많은 엄마들의 정서와도 똑같을 것이다. 이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숱한 비난과 편견과 오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맘카페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과 그 회원들 대다수는 그저 나와 같은 보통의 엄마들이다. 이 챕터를 읽는 독자들께서는 ‘맘카페의 운영자’가 결코 ‘사악하고 음침한 마녀’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리라 믿는다.
그다음 2부 ‘맘카페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에선 내가 맘카페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운영해 왔던 과정에서 느꼈던 여러 지점을 서술할 것이다. 나는 여기서 맘카페라는 공간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왜 많은 사람들이 맘카페에 빠져드는지를 분석했다. 이 시대에 아이의 양육은 엄마에게 주로 할당되어 있으며, 과거 대가족 시대와 달리 오롯이 혼자 육아를 하기에 엄마들은 대부분 고립되어 아이를 키운다. 이 불안함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라는 시대적 특성에 맞춰 지금의 맘카페를 탄생시켰으며, 이후 펼쳐질 맘카페의 성격과 양상을 낳는 심리적 기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책의 3부 ‘둥글둥글한 세계’에서는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와 확연히 구분되는 맘카페만의 특징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았다. 오랫동안 맘카페를 관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건대, 이 공간의 가장 중요한 불문율은 ‘둥글둥글함’이라 이름 붙일 수 있으며, 바로 이 특성에서 맘카페의 여러 입체적인 측면들이 파생된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이는 맘카페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른바 ‘프로불편러’의 등장과 맘카페를 둘러싼 공감의 역설, 그리고 이 둥글둥글함 속에서 묘한 충돌을 일으키는 교육 문제를 여기에서 조망할 것이다.
나아가 4부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에서는 맘카페의 영향력으로 주목받는 집단적 사회 운동의 에너지, 그리고 이 공간의 정치적인 영향력에 주목해 보았다. 맘카페는 엄마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기에 사회적으로 힘 있고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왔다. 그런 움직임은 때때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로 기능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게시판의 여론을 등에 업고 무분별한 공격성을 띠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정치 글이 금지되고 “불편하신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라는 말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 공간의 여러 의미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려 노력했다.
이렇듯 ‘정치화’된 맘카페에 관한 사회적 논쟁은 이 공간을 점점 더 이질적이고 폐쇄적인 곳으로 여겨지게 했다. 5부 ‘고립된 성城’에서는 세상이 왜 맘카페를 그토록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또 그런 시선을 피해 맘카페는 왜 더욱 높고 견고한 성벽을 쌓는 악순환에 빠지는지를 분석하고자 했다. 이는 약자라는 정체성에 대한 과도한 몰입, 맘카페 상업화라는 거대한 흐름 등등 맘카페 내외부의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며, 결국 맘카페 안팎을 가릴 것 없이 이곳의 힘을 이용해 보고자 하는 누군가의 과도한 욕망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맘카페의 고립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혐오에 대한 논의와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책의 6부 ‘전면적인 혐오의 확산’에서는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맘카페가, 엄마들이, 그리고 어쩌면 아이들까지 ‘타인에게 불편한 존재’로 몰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찬찬히 되짚어 보았다. 나는 ‘맘충’이라는 말이 이 사회에서 빠르게 퍼진 2015년부터 대한민국 출산율이 더욱 가파르게 급락했다는 두 사실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모성’의 복합적인 여러 면모를 상세히 다루면서도, ‘임신과 육아는 불행하고 저주받은 것’이라는 이 사회의 집단 무의식이 얼마나 이중적인지를 지적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는가? 우리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가? 맘카페에서 시작된 나의 이야기는, 이제 이 책의 마지막 7부 ‘행복의 문’을 열면서 끝맺고자 한다. 나는 지난 10년 남짓 두 아이를 키우면서, 또 5년여 동안 맘카페를 직접 운영해 본 시간을 빌려, 이 마지막 챕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고찰해 보았으면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엄마의 역할과 자존감에 관하여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하고, 육아와 가족이 지닌 가치를 근원적으로 재고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 육아를 부담이 아니라 행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다 같이 고민할 수 있길 바랄 따름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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