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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무슨 색일까?
일주일에 10만 건 중 50건, 정부가 우리 삶의 색을 정하는 기준이다.1 이는 통계적 관점에서 1,000분의 0.5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감염 가능성 때문에 일 년 내내 인간이 자신의 자유뿐 아니라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 사태를 받아들이는 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타인과 만나고, 그들의 표정을 읽고, 함께 축하하고 추억을 남기는 기념일마저도. 파수꾼이여, 지금의 밤은 도대체 무슨 색입니까?2
2021년 1월 25일
1 이탈리아 정부는 2021년 1월 11일부터 각 지역을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흰색·노란색·주황색·빨간색으로 구분했다. 감염도가 가장 낮은 흰색 지역이 되려면 주민 10만 명당 감염자가 50명 미만이 되어야 했다.
2 야코비Friedrich Heinrich Jacobi, 1734-1819의 『리히텐베르크의 예언에 대하여Über eine Weissagung Lichtenberg’s』1801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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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필연
각국 정부가 모든 제한 조치를 초월해 권력을 강화하는, 예외상태를 선언하고자 의식적으로 팬데믹을 악용하는 건 아닌지, 혹은 비상사태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 질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되었다.
역사적으로 결정적 위기에 봉착한 그 어떤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바라본다면 다음 두 가지는 명백하다. 첫째, 정부가 예외상태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둘째, 정부는 예외상태를 이용하지 않으면 통치를 이어갈 수 없다. 주권자는 절대적이며 독단적으로 행동함과 동시에 자기 본질을 정의하는 예외상태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현재는 다시 말하자면, 지구를 지배하는 권력의 불법성이 명백히 드러나는 시대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명목상 질서를 상실했기에 법과 그 질서들을 정의 내리는 헌법 원칙을 작동되지 않게 했다. 그리하여 예외상태는 정상 상태가 되고 권력자는 다른 방식으로는 통치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예외상태를 공식적으로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모든 반대가 묵살된 채 구성된, 국가적 차원의 구원을 행하는 정부는 그저 예외상태의 완전한 연속일 뿐이다. 민주주의와 부르주아 시대가 저물었다는 우리의 진단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 확인됐다.
정부 패러다임으로써 비상사태와 정치 행위의 통제가, 지금까지 그들이 근거로 조성한 보건 공포가 아닌 다른 이유로 바뀌지 않고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 것인가.
2021년 2월 12일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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