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시멘트
나를 에워싼 거푸집 껍데기 때려 박는 시멘트 땅속으로 흐른다 삽 든 인부 물 호스 끌어다 되직이 해라 좀 지직하다 뻑뻑하다 질게 하지 마라 물 더 넣어라 누긋누긋 잘 삭힌다 묽어서 처진다 질벅하다 반죽을 빚다 힘드냐? 고작 이거 했다 힘든 건 아니지? 탕바리 이곳서 무너지면 너는 어디서도 쓰레기 인생으로 살 거다 쓰레기, 죽을 것 같다 못 참겠다 더럽게 쓰린데 쑤신데 치사하다 미치겠어서 들통에 응어리 확 풀어, 버리고 싶다 한마디 말도 못했다 모두 떠난 껍데기 거푸집 서서히 굳어가는, 차마 굳지 못해 무너지는 건가 땅속에서 나는 거푸집 탕바리 벗겨진 내 피부 두드러기 박박 긁으면 쎄멘독 씻어도 세척해도 덕지덕지 시멘트 숟가락 들어 올리면 돌가루는 밀가루 탕바리 벗겨진 내 피부 파고드는 시멘트 한 포대 나르고 좀 쉬자 싶으면 눈치 보는 일도 품삯이다 싶었다 쌓여가는 포대자루 푹 꺼진 어깨 아래 어깨 꺾인 허리 옆에 허리 그을린 피부 위에 고운 가루 손에 담아 비비면 밀가루 모래 반 모래 반 자갈같이 저으면 콘크리트 돌가루 공구리라 불렀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했지만 피부 고름 깨알 박힌 시멘트 작업복을 벗어도 묻어났다 앉은 자리 일어나면 묻어났다 집으로 돌아갈 때 현장으로 들어갈 때 인력사무소를 기웃거리다 돌아설 때 돌아서 갈 때 훌훌 털면 털어도 묻어났다 밀가루 나를 덮는 시멘트 따갑고 따끔따끔 목구멍 마디마디 부러져 마디마디 못 박아 겨우 집에 왔는데 그들은 단지 웃기만 했다 묵직한 덩어리 들통에 응어리 고운 가루 손에 담아 비비면 밀가루는 돌가루 굳은 채 굳은 듯 꿈쩍 않는 콘크리트 시멘트 깰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바닥이라 이 바닥이 호락호락한 바닥은 아니라며, 그들은 단지 웃기만 했다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