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과 핵발전, 둘 다 대비해야
저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저에게 “기후변화를 걱정한다면 석탄화력발전을 안 해야 하니 핵발전의 비중을 높이는 것에 찬성하시겠네요?” 하고 물어요. 이런 질문은 ‘어쨌든 전기는 생산해야 하니 기본적인 발전 에너지원으로 석탄을 할 것인지, 핵에너지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면 핵발전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겁난다면 기후변화 대응은 포기하고 석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논리를 함축하고 있지요. 즉 이 질문은 핵발전과 석탄의 둘 다에 대응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은 전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해서는 앞으로 닥칠 기후변화의 위기든, 핵사고의 위기든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요.
실제로 이런 이유로 독일의 경우, 핵발전소 제로 시나리오를 추하면서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둘 다 지양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여서 핵발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여서 화석에 너지에 대비하는 것을 구상했지요. 그리고 그 방법으로 하나의 대형발전소에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필요한 에너지는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형 열병합발전, 패시브하우스(첨단 단열 공법으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 단열, 태양광, 풍력, 스마트그리드(전력 소비자와 공급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지요. 독일은 탈핵 계획 자체도 참고할 만하지만, 그 과정을 시민과 지자체들이 주도한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독일의 각 지자체들은 지역별 에너지 자립도를 100%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계획을 수립하고 시민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요. 독일은 현재 전체 에너지에서 핵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17%이고 재생가능에너지가 22%인데 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 금액의 절반 이상이 시민들에게서 나왔습니다. 독일은 관련 법을 만들어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 회사가 반드시 시민들로부터 구매하도록 하고 구매 금액 역시 보장해두었습니다. 시민들은 내 돈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했을 때 그 수익률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되었지요.
물론 그 수익률이 큰돈을 버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시중 금리보다 아주 낮아서 보잘것없는 정도인 것도 아니에요. 7~8% 정도의 적정 수준을 보장해주어서 은행 금리보다는 높으면서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독일 시민들이 자기 돈을 태양광, 풍력, 바이오 가스 플랜트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지요.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또 널리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또 독일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영 회사가 있어서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에너지 생산과 절약 방법을 찾아내고 있어요. 예컨대 농촌에는 바이오에너지 센터가 있어서 목재나 축분 같은 풍부한 바이오매스 자원을 어떻게 에너지화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제도적 조언과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에너지로 무언가를 시도하고자 할 때 그것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그룹들이 지역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나라는 독일과 정치제도나 법체계 등이 많이 다르지만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시민들과 지자체 단위에서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그동안 이런 지역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중앙정부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거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국민들도 한전에서 일괄 전기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또 가스는 지역별 가스 공급사에서 공급받고 석유 역시 주유소에서 사서 쓰지요. 국민들은 에너지를 대부분 거대한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 구매해 쓰다 보니 중앙정부의 세금 정책, 가격 정책,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에는 관심이 있지만 지자체의 에너지 정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요. 지자체들도 에너지 문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니 지역 에너지 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그간 거의 존재하지 않았지요. 지역 에너지 시대가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서울은 에너지 자립도가 3%가 채 안 됩니다. 서울이야말로 다른 지역에 에너지 생산에 대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효율 혁명이 매우 필요한 도시인데도 그런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지요. 지금도 서울에서는 123층짜리 빌딩이 지어지고 있어요. 이런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로 에너지 소비량이 매우 높은데다, 그 전력을 다른 지역에서 끌어다 써야 하는데도 건축 허가를 내줄 때 그런 문제를 얼마나 고려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을 포함해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에너지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곳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2011년에 발생한 여러 사건들이 계기가 되었어요. 2011년 3월에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도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같은 해 9월 15일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오후 3시 11분부터 5시간가량 예고 없이 순환 정전이 시작되어서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신호등이 멈춰 교통 대란이 일어나고, 656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지요. 승강기에 갇힌 사람들의 긴급 구조 요청만 1900여 건이 들어왔습니다. 사상 초유의 정전 사고였지요. 이 사고로 시민들과 지자체들은 우리나라에서 자칫 블랙아웃과 같은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도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전력 공급 중단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필요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지요. 두 사건을 계기로 에너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자 서울시에서도 지자체 차원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2년 4월에 발표한 ‘원전 하나 줄이기’라는 정책이에요. 이 정책은 도시에서 에너지 절약과 생산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으므로 좀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은 어떻게 에너지를 수확했나
원전 하나 줄이기는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태양광 에너지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서 핵발전소 1기만큼의 에너지를 줄이겠다는 정책입니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2014년까지 200만TOE(석유환산톤)을 줄일 계획을 갖고 있어요. 이를 달성하려면모든 서울 시민이 전력 소비량을 19.5%씩 줄여야 합니다. 만만치 않은 목표지요. 이 목표를 위해 서울시가 진행한 사업들, 건물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확대, 녹색 일자리 확대 정책 등을 살펴보면 도시에서 에너지를 ‘수확’하는 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단열 개선을 통해 냉난방 에너지 수확하기
도시에서는 낭비되는 에너지를 잡는 것이 곧 가장 좋은 생산 방법이기도 합니다. 도시에서는 에너지의 60% 이상이 건물에서 소비되는데, 이 건물 에너지 소모량의 대부분을 냉난방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어요. 이렇게 소비되는 에너지를 잡기 위해서 서울시에서는 기후변화기금을 활용해 에너지 절약 사업(단열 개선, 조명 교체, 고효율 보일러 설치)을 하려는 이들에게 장기 저리 융자 제도를 실시했습니다. 그 제도로 756개 건물과 1만 271개 주택에서 건물 단열 개선 사업을 진행했지요.
LED로 전기에너지 수확하기
도시에서는 수많은 상가에서 조명으로 전기를 많이 사용합니다. 조명개수가 많을수록 전구의 에너지 소비량이 높고, 오래 켜놓을수록 전기를 많이 쓰게 되지요. 이것을 개선하려면 자연 채광을 활용하고, 조명 배선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LED 전구를 써야 해요. 그래서 서울시는 2013년에 LED 조명 236만 개를 교체해 총 6만 3550TOE을 절감했습니다. 특히 석관동에 있는 두산아파트는 지하 주차장 조명을 디밍Dimming 방식(조명, 밝기 자동 조절) LED로 전량 교체했습니다. 2012년 12월에 공사했는데, 이 아파트에서만 매월 1000만 원가량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요.
옥상에서 태양광 수확하기
바이오매스 자원이 풍부한 농촌과 달리 도시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도시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태양광발전이에요. 도시에는 수많은 건물이 있고, 그 건물마다 옥상이 있기 때문에 이 옥상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요. 서울시도 이에 착안해서 강동구의 암사정수센터에 5MW의 태양광발전을 시작했습니다. 또 태양광발전 협동조합인 우리동네시민햇빛발전소에서도 시민 출자를 받아 삼각산고등학교 지붕 위에 20kW짜리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습니다.
또 아파트가 많은 서울의 특성을 활용해 200W 미만의 미니 태양광발전기 시범 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저도 소형 미니 태양광을 저희 집 창가에 설치했는데, 집에서 생산한 전기를 직접 쓰는 경험을 하고 있지요. 보통 태양광발전기라고 하면 3000W짜리 지붕 위 태양광발전기를 생각하기 쉬운데, 자가 주택 비율이 낮은 도시에서는 소형태양광을 보급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미활용 에너지 자원 활용하기
도시에도 미활용 에너지가 있어요. 하수처리장이나 정수장의 풍부한 수량을 이용해 수차 발전을 하면 에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경우 수량은 많지만 낙차가 2m 이내라 소수력발전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왔는데 서울시는 도쿄의 사례를 활용해 저낙차에서도 발전을 할 수 있는 수차 발전 설비를 개발해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암사정수센터와 노량진 배수지 사이에 있는 10m의 낙차를 이용해 소수력발전소 건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에는 총 4개의 물재생센터가 있는데, 소화 가스(소화조에서 혐기성 분해가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가스)에서 발생하는 메탄 20만 2000m3 중 18만m3(약 76%)를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그럼 서울시는 이런 노력으로 정말 핵발전소 하나만큼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을까요? 2013년 9월까지 수확 목표치인 200만TOE의 절반가량인 97만TOE를 줄였습니다. 의미 있는 점은 그중 절반가량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이루었다는 점이에요. 또 2013년 1~7월에는 전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전체로 에너지 소비가 1.27%가량 증가했는데, 서울시는 오히려 0.95%가 줄었어요. 특히 전력 소비가 줄기 시작했다는 점이 의미 있습니다.
이 정책은 시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어요. 2013년에 서울 시민이 직접 뽑은 10대 뉴스에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상반기에 1위, 하반기에 2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서울시의 정책 35개를 제시하고 그중에서 “어느 정책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까?” 하고 인지도 조사를 했더니 거기서도 원전 하나 줄이기가 1등이었어요. 물론 이것은 광고의 힘이기도 하지요. 지하철에서 워낙 크게 광고를 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요소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 해에는 워낙 핵발전소 비리 사고가 많이 발생해서 시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진 듯합니다. 이 정책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는 것은 시민들이 그만큼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지자체가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 이유
앞으로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별로 에너지 관련 전담 인력이 생기고, 에너지 자립율에 대한 목표도 세우고 예산도 책정해 지자체의 지역 에너지 정책이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여러 지자체들의 행보를 보면 지역 에너지 시대가 결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우리나라에 탈핵, 에너지 전환 도시 선언을 했던 기초 지자체가 46군데나 된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 선언은 2011년 연말에 노원구에서 방사능 아스팔트가 발견된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핵폐기물의 심각성을 깨달은 노원구청장을 중심으로 기초 지자체 차원의 탈핵 선언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2년 2월에 총 253명의 국내 기초지자체장 중 46명이 탈핵 선언을 했습니다. 기초지자체 차원의 탈핵 선언은 대단한 것입니다. 그중에서 노원구, 성북구, 강동구, 수원시 등은 종합 에너지 계획을 세우고 전담 인력을 만들어 활발하게 정책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완주군도 ‘로컬 에너지’ 정책을 표방하며 농촌에 적합한 에너지 정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에너지 정책을 펼치게 되면 수요 관리 측면에서 의미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장점도 생깁니다. 서울시에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발표하면서 소형 태양광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벌써 두세 곳 생기기 시작했어요. 정책이 시장을 만들고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소형 태양광 패널이 1만 개 이상 꾸준히 보급되면 설치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수리하고 컨설팅 하는 사람도 필요하게 되니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겁니다. 실제로 에너지 관련 컨설팅시장도 조금씩 형성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도 좋은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동작구의 성대골은 에너지 자립 마을로 유명하지요. 온 마을 주민이 합심해서 에너지 절약은 물론 생산까지 시도하고 있어요. 이 마을 분들은 다른 지역에 에너지 관련 강의를 많이 다니세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하나의 안정적인 직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을 기업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성대골 주민들이 모여 ‘마을닷살림’이라는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동네의 목수들과 건축가들이 모여서 오래된 주택의 단열 개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꾸고, 틈새 바람을 막고, 천장과 벽체에 단열재를 보강하면 냉난방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에너지 슈퍼마켓도 만들어졌어요. 멀티탭이나 LED, 에어캡 등 생활 속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구들을 파는 슈퍼지요. 이런 식으로 동네에서 에너지 관련해서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고 실제로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에너지 분야가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할 여지가 생깁니다.
에너지 정책을 지자체에서 이끌어야 하는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적극적인 에너지 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서울시에 핵발전소와 관련한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핵발전소에 관한 이해 당사자가 아주 많습니다. 핵발전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발전소를 많이 지어야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지요. 그러다 보니 탈핵 정책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중앙정부 차원에서 핵발전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은 달라요. 지자체에는 핵발전소를 늘이든 줄이든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후쿠시마 사고와 밀양 송전탑 문제를 계기로,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니 원전 하나 줄이기와 같은 정책을 펼치면 공무원들도, 시민들도 열심히 힘을 모을 수 있지요. 제가 여러 에너지 관련 회의에서 만난 해외의 연구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석유나 핵발전소, 가스 그 자체가 아니다. 에너지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따뜻하면 되는 거고, 밝으면 되는 거고, 시원하면 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이렇게 서비스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석유를 수입하고 핵발전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 채광을 이용하거나, 건물을 지을 때 처음부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요. 굳이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을 먼저 최대한 고민한 뒤에, 그래도 모자란 부분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방식을 고민하면 됩니다. 이때도 무조건 다른 지역에서 끌어오는 에너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역에서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전력 자립도’라는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우리 지역의 전력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장기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 도시에 인구 밀도가 너무 높고 땅이 좁아서 발전소를 세울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면 본격적인 소비 절감을 통해 다른 지역에 의존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합니다. 지역이 주도한다면, 에너지 전환 시대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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