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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독자의 기쁨이자 권리다. 도서관처럼 책이 그리 많이 출간되지 않은 주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도서관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용하는 시민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도서관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중에 이 책의 기획 소식을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자 직업이 도서관 사서인 나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다.
인류는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일을 비롯해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들, 새로 얻은 지식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책으로 만들어 서로 공유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지식 공유 활동의 중심에는 늘 도서관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대 이후 공공도서관 제도를 받아들이고 꾸준히 도서관을 발전시켜왔다. 최근에는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중심 의제가 될 정도로 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도서관은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루지는 못한 상태이다. 도서관다운 도서관이 아직 드물고, 또 시민들도 도서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해의 폭을 넓히자면 도서관의 가치와 역할, 매력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따뜻한 마음과 부지런한 발을 가진, 열정적인 저자들이 쓴 도서관 관련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이 책 또한 도서관을 뜨겁게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이미 출판사의 인터넷 블로그에 꾸준히 도서관 산책기를 연재한 바 있다. 나는 그 글들을 즐겁게 읽어왔다. 그래서 그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더욱 기쁘다. 블로그의 글과 책의 글은 비슷한 내용이라도 그 맛은 꽤 다르다. 물도 담은 그릇이 다르면 맛이 다르듯, 같은 글이라도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지니 읽는 맛이 새롭고 달콤하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렇게 종이에 꼼꼼하게 인쇄해서 읽는 것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 책은 블로그의 글보다 그 내용과 사진이 훨신 풍부해졌다.
이 책을 통해 도서관을 보는 나의 시야도 더욱 넓어졌다. 저자들이 건축가라서 도서관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표현이 남달랐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저자들이 도서관에 대해 이렇게 매력적인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분야에만 매이지 않고 깊은 인문적 소양과 현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발로 뛰며 꼼꼼하게 도서관을 살핀 덕분이기도 하다. 다른 독자들도 도서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만나고, 자신의 생각과 섞어보는 과정을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도서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나는 이 책의 원고가 연재되는 동안 저자들을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겸손하면서도 의욕 넘치는 두 젊은 건축가에게서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이들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이 이 책에 잘 녹아 있다. 저자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내 도서관 활동의 지침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도서관에 관한 책이다. 다른 나라의 멋진 도서관들을 유람하고 쓴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우리 이웃이 매일 드나드는 도서관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다른 이들이 잘 보지 못한 것, 도서관 사서들도 쉽게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들이 찾은 도서관이 우리나라 도서관 가운데 ‘가장 잘 운영되는 곳’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저자들이 해당 도서관을 선택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그런 다른 관점과 선택까지도 새로운 도서관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저자들이 도서관 관계자들이 아니라, 도서관을 필요로 하고 찾아가는 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도서관 사람들은 저자들의 관점과 시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나도 저자들을 만나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을 들어야겠다.
도서관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에 갈 일이 생겼을 때, 보통 큰 고민 없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을 간다. 그런 도서관을 한번쯤 관람과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도서관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고 책들은 어떻게 도서관에 들어와서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사실 좀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도서관 사용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필요를 느낄 때, 이 책은 꽤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들이 발견한 여러 도서관의 운영 방식과 활용 방식을 읽어낸 뒤, 내가 다니는 도서관과 찬찬히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이 책이 단순히 유명하다고 하는 도서관만 유람한 것이 아니기에 독자들은 도서관이라는 세상을 좀 더 흥미롭게 항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몇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두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답을 찾고자 애썼으나 찾기가 쉽지 않았던 질문들이다. 어떤 도서관이 좋은 도서관일까? 우리 각자는 어떤 도서관을 바라고 있을까? 마을에 도서관은 왜 필요한 것일까? 도서관은 정말 유용한 사회 장치일까? 어떤 이유가 있었기에 도서관은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해왔을까? 요즘같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또 디지털화하는 세상에서 도서관은 정말 필요하기는 한 것일까?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하나의 질문을 매듭 짓지도 못했는데 계속 다른 질문이 튀어나와서, 답도 찾지 못한 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나 혼자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질문들에 우리 사회가 다 같이 공유하고 인정하는 답이 있으면 좋겠다. 그 답을 함께 찾으려면 차분하게 사색하고 대화하고 토론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 도서관에서 다른 도서관으로 저자들이 발을 옮기듯 한 질문에서 다른 질문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차근차근 발을 옮기며 각자의 이해를 섞어 하나의 공통된 이해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도서관은 질문하는 사람을 위해, 즉 끊임없이 현재를 회의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존립 근거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이 궁금한 것이 있어야 도서관은 존립할 수 있다. 이것은 사실 꽤 어려운 일이다. 바쁜 일상에서 스스로 삶의 질문을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민주주의 시대에 삶의 진짜 주인이 되려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알아야 주인 노릇도 할 수 있다. 누군가 답을 척척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의 많은 질문들은 대부분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누군가 답을 말해준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 맞는 답인지에 대해서는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우리는 세금으로 도서관이라는 공공기관을 만들었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미리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해두고 누구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해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어쩌면 가장 개혁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공공기관이다. 도서관은 과거에서 얻은 재료를 녹여내 미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이어야 한다. 도서관은 숱한 지식과 정보, 문화와 교육 활동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바꾸어내는 사람들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우리 도서관 풍경이 그러한가? 아쉽게도 우리 현실은 그런 모습과 조금 거리가 있다. 도서관의 두 번째 존립 근거는 여유로운 시간이다. 누구도 자동으로 책 속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넣을 수는 없다. 스스로 읽고 해석하는 노력을 해야만 지식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자면 각자에게는 책을 찾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으면 다수가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답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책이고 도서관인가 하고 반문한다. 사실 도서관은 어떤 공공 시설보다도 오랫동안 문을 열어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도서관을 24시간 편의점처럼 운영한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개인들이 스스로를 위해 쓸 시간을 좀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평생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면서도 배우는 데에 쓸 시간을 주지 않는 사회는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이 민주주의 확대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사회의 주인으로서 해답을 찾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라면 정말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천천히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도서관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이기도 하다. 천천히 가야 자신과 이웃을, 우리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다. 도서관에서 그런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데 그 도서관을 이용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서관은 공유 시설 중에서 우리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다. 지식이 중요한 시대에, 책을 통해 인류가 쌓아놓은 지식과 지혜를 이토록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도서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은 모두 시민이 마련한다. 도서관은 세금으로 설립하고 운영한다. 내가 이용하든 안 하든 도서관 설립과 운영에 이미 일정 세금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도서관은 ‘선불제’ 시설이다. 그럼 도서관에 투입되는 세금은 어느 부분에 얼마나 쓰일까?
도서관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사람(직원)과 책(장서), 그리고 시설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꼼꼼한 사람 손길이 없는 도서관은 빈집과 같다. 내가 도서관을 찾았을 때 문을 열어 맞아주고 필요한 책을 찾아주고 질문에 답해주는 사람이 없는 도서관은 영혼이 없는 집과 같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 요소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책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도서관을 독서실로 이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책과 책상만 있다고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사람들은 도서관에는 어떤 책이든 모아만 두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건 내 집 서재를 아무 책으로 채우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도서관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용하는 공동 서재이다. 서재답게 꼼꼼하게 책을 고르고 모아야 한다. 그러자면 그 일을 잘 챙길 사람이 있어야 한다. 도서관이라는 무한한 지식과 지혜의 저수지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안의 ‘사람’에 대해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도서관에 필요한 여러 가지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만났거나 좋아하거나 혹은 바라는 도서관의 모습과 비교해보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가 어떤 도서관을 가지면 좋을지에 대한 사회적인 대화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저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도서관을 찾아 나설 것이다. 가끔은 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거닐고 싶다. 이들과 도서관의 본질이나 가치, 혹은 세세한 운영 방식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누며 도서관을 산책해도 좋겠다. 서로 다른 생각과 시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모이는 부분이 어디인지도 확인하면서 도서관을 걷고 싶다.
이렇게 좋은 필자를 발굴해낸 반비도 행복하겠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이 책을 읽는 나, 그리고 나와 같은 독자들일 것이다. 도서관에 대한, 예쁘고 단단한 책을 써낸 강예린 씨와 이치훈 씨에게 다시 한번 축하와 감사 인사를 보낸다. 두 번째 책을 기대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보낸다.
이용훈(도서관문화비평가, 메타사서
07
서고 없는 도서관은 가능할까
국립디지털도서관
이치훈
서가에서 길을 잃는 즐거움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도서관은 대학 시절에 다닌, 학교 중앙도서관이다. 건물 정면에 열주가 권위적으로 늘어서 있어, 외관만 보면 두꺼운 양장본 고서들이 줄지어 들어 앉은 거대한 책장이 연상되는 도서관이다. 그 안에는 층마다 책 향기를 가득 머금은, 깊은 미로와도 같은 서고들이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갈 때면, 항상 열람실 입구에서 먼저 검색을 해서 책 제목과 분류 번호를 쪽지에 적어 손에 쥐고 들어갔는데도 그 미로에서 길을 잃곤 했다.
쪽지에 적힌 번호대로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늘 목적지로 가던 와중에 마구리를 내밀고 꺼내달라 손짓하는 다른 책에 한눈을 팔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정작 대출해야 할 책은 뒷전에 두고 서가 전체를 쭉 훑어본 뒤 맘에 드는 책을 이것저것 뽑아 옆구리에 끼고 열람실에 나가 읽곤 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책, 저책 뒤적이다 다음 수업 시간이 다가오면 그제야 대출 한도만큼의 책을 추려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렇 게 대출한 책 중, 원래 빌리려고 했던 책은 대개 한두 권밖에 없다. 나머지는 그 주변과 길목에 있었던, 전혀 빌릴 계획이 없었던 책들이다.
산만하기 그지없는 관심사와 다소 무모한 책 욕심 때문에 나는 미로 같은 서고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유사한 주제별로 꽂혀 있는 책들을 꺼내보고 들춰보는 동안, 넓고 깊은 책의 세계를 일부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고에서 길을 잃는 것은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주석이나 인용에 이끌려 다른 책으로 계속 손을 옮기며 책이 열어주는 여러 갈래의 길로 들어서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수십, 수백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말을 걸어오는 저자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된다. 그래서 도서관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머릿속의 도서 목록 또한 넓고 길게 확장된다. “도서관의 이상적인 역할은 센 강변의 헌책방 진열대, 즉 우연히 기막힌 보물을 찾아내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하지만 서가에서 길을 잃는 일도 조만간 사라질 날이 올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곧 서가 대신, 0과 1 사이의 디지털 기호 속에서 길을 잃게 될 것 같다.
* 알베르토 망구엘, 강주헌 옮김, 『밤의 도서관』, 세종서적, 2011
서고 없는 도서관의 시대
2004년 구글은 영국 보들리언도서관에 있는, 100만 권이 넘는 19세기 공개 도서를 3년 내에 디지털 파일화하는 일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보들리언도서관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고서를 온라인 상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목표였다. 일명 ‘구글북스라이브러리프로젝트(Google Books Library Project)’. 이후 구글은 하버드대학교를 시작으로 미시간대학교, 뉴욕공립도서관, 옥스포드 및 스탠포드대학과 파트너십을 통해 대학도서관 및 주요 공공도서관의 장서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 저작권 문제로 작업이 약간 지연되기는 했지만 2012년 현재 이미 2000만 권가량의 책을 스캔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의 장서량이 800만 권 정도이니 그 2배가 넘는 양이다.
게다가 구글은 스캔할 때 광학문자인식(Optical Character Reader) 기술을 쓰고 있다. 이 기술은 지면의 활자를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 정보로 저장하기 때문에 독자는 책의 본문까지 검색할 수 있다. 어떤 책에 어떤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 그 키워드와 연관된 다른 책은 무엇이 있는지 검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종이에 적어 서고에 켜켜이 쌓아온 지식이 이제는 구글 사옥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서버에 저장되고 있다. 이 서버에서 책은 단순히 비물질화되는 것이 아니다. 서버에서 책은 계열화되고 재구성되어 새로운 지식으로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글의 프로젝트가 전 세계 도서관으로 확대된다면 언젠가 우리는 세상의 모든 책을, 거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려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의 프로젝트는 변화하는 독서 환경에 따라 책뿐 아니라 도서관의 형식도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제 우리는 서고 없는 도서관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디지털열람실. 열람실 어디에도 종이 책을 보관하는 서고는 없다. |
IT 강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도서관도 1982년부터 자체 소장 자료에 대한 전산화 작업을 시작했고 2008년에 본격적으로 국립디지털도서관(이하 디지털도서관)을 개관했다. 이 디지털도서관에는 정말 서고가 없다. 지상 3층, 지하 5층으로 이루어져 연면적 3만 8014제곱미터에 달하는, 바로 옆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보다 1000여 평이나 더 넓은 공간이 디지털 미디어를 열람할 수 있는 컴퓨터, 모니터로 가득 차 있다.
국립디지털도서관은 구글처럼 이미 출판된 종이 책을 스캔해서 제공하지는 않는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일부 도서를 디지털화하여 구축한 원문 DB와, 2009년에 도서관법 개정*을 통해 수집한 전자 책, 전자 잡지 등만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열람할 수 있는 전자 책은 모두 20만 권 정도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800만 권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숫자다.
* 2009년에 개정, 공표된 도서관법에서는 '도서관 자료'의 범위를 종전의 오프라인 매체(정보가 축적된 모든 매체)에서 온라인을 포괄하는 콘텐츠(발행 또는 제작된 자료[온라인 자료를 포함])로 변경, 확대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 차원에서 보존 가치가 높은 온라인 자료를 수집, 보존하도록 하고, 특정한 경우에 자료 제공자에게 이에 협조하도록 했다. 특히 장애인용 자료의 효과적 제작, 보급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는 디지털 파일 형태로 납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시대의 베이스캠프
디지털이 이른바 대세라고는 해도, 새로운 매체가 오래된 매체를 완전히 대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글 프로젝트 덕분에 모든 책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는 꿈은 점점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만, 사실 책을 스캔하는 데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저작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참고로 미국의 연구 도서관*에는 약 5억 4300만 권의 책이 있는데, 애초에 구글이 하버드대학교 와이드너도서관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대형 도서관 5곳을 통해 디지털화하려는 도서는 약 1500만 권이었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그래도 미국 연구 도서관 소장 도서의 약 2.7퍼센트에 불과하다. 매체 관련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책을 모아둘 도서관이 필요하다.
* 미국에서 전문적인 학술자료를 소장하는 도서관을 가리키는 말로, 대부분 국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디지털도서관의 역할이 단순히 책을 디지털 형태로 탈바꿈시켜 소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디지털도서관에는 또 하나의 아주 중요한 존재 이유가 있다. 바로 점차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종이 책에서 디지털로, 매체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 그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칫 소외될 우려가 있다. 이 변화가 얼마나 심대한 것인지는 아직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아직 독서가 듣는 행위에 더 가까웠을 때, 그러니까 인쇄 기술이 발전하기 전 많은 사람들이, 재력과 지식이 있는 소수의 사람이 ‘낭독’하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독서를 대신하던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인쇄 매체가 발달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종이 책으로부터 소외되었듯, 디지털 매체 환경이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또 많은 사람들이 전자 책으로부터 소외될지 모른다. 디지털도서관은 그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일종의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자료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 소장 자료가 모두 디지털 형태이기 때문에 더욱 용이해지는 면이 있다. 예컨대 디지털도서관의 장애인 서비스는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보완 매체의 활용 기회를 높여 지식과 자료에서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자료는 음성으로 변환돼 시각 장애인에게 제공될 수 있고, 청각 장애인은 시각 자료를 원하는 대로 확대, 변형하며 구독할 수 있다. 또한 다문화 가정을 구성하는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디지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된다. 모든 열람석이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는 좌석으로 마련된 것은 기본이다. 프로그램이나 기기 등의 하드웨어 환경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도서관의 방대한 자료를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 교육 또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상대적 약자를 위한 매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겠지만 성별, 국적, 언어, 장애의 여부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도서관에 로그인하기
디지털 환경에 남보다 먼저 적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국립디지털도서관은 베이스캠프이다. 변화된 매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환경에 맞게 나의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그 훈련 공간으로 디지털도서관만큼 적절한 장소도 없다.
나도 ‘적응 훈련’을 위해 디지털도서관에 들어섰다. 압도적인 시설과 규모 앞에 우선 긴장감이 생긴다. 도서관 입구는 지상 5층 정도의 높이로 날아갈 듯한 지붕 아래, 주변의 모든 환경을 거울처럼 비추는 커튼월(투명 유리 등을 사용한 빌딩 외벽 마감)로 싸여 있다. 이런 첨단의 외양은 이곳이 새로운 미디어의 아카이브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건축이 용도를 설명하는 직설적인 언어로만 포장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지하철 개찰구를 닮은 열람실 입구. 좌석 예약 시스템과 연결되어 외출 등이 체크된다. |
입구에서 이용증 무인 발급기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일일이용증을 받았다. 이용증을 받아야만 도서관 입장이 가능하다. 발급받은 이용증을 들고 가방 보관소로 가서 비치된 모니터에 대고 번호를 지정하니 ‘로커를 꼭 닫아달라’는 안내와 함께 지정된 로커가 자동으로 열린다.
내 가방은 로커에 맡겨놓고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속이 훤히 비치는 녹색 비닐 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담았다. 혹시 필요할까 싶어 가져갔던 책도 함께 넣었다. 가방을 들고 나와 다시 터치스크린으로 가서 디지털 열람실에 자리를 예약하고는 지하철 개찰구 같은 보안대를 통과했다. 예약된 번호의 책상에 앉아, 이용증을 발급받을 때 썼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하니 컴퓨터가 활성화된다. 잠시 외출할 때는 사용하던컴퓨터를 ‘자리 비움’으로 설정하고 외출 승인 데스크에 이용증을 인식시킨 후 다시 보안대를 나가면 된다. 일반 도서관에서는 하지 않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다 보니 내가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로그인’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로그인 → 발급 → 인식 → 예약 → 통과 → 다시 로그인.’
디지털도서관에는 서고에서 책을 찾느라 이리저리 헤매는 즐거움은 없지만,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게임을 하는 것처럼 공간을 누비는 이색적인 재미가 있다. 더욱이 다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비닐 가방까지 달랑달랑 들고 다니고 있어 정말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들 같다.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 보인다. 곳곳에 배치된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 시스템)를 통해 내 몸의 이동 경로를 여닫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디어센터의 DVD 자료자동대출장치의 내부와 외부, 그리고 지하 수장고(멀티미디어 자료 보관용)의 전경. 자동대출장치의 반대편에는 이용증을 대고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있다. 여기서 자료를 신청하면 기계 손이 자료를 선택해서 대출대로 자동으로 꺼내어준다. |
종이 책의 독서를 금지하다
디지털도서관에는 서고가 없을 뿐 아니라, 독서 행위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종이 책을 읽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아무리 디지털도서관이라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없다니 다소 아이러니컬하다. 사실 가방 보관소에서 비닐 가방에 소지품을 옮겨 담으며 책을 한 권 넣었을 때도, “여기서는 책을 보시면 안 됩니다.” 하고 사서에게 제지를 받았었다. 어느 도서관이든 개인 서적을 반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만 그래도 찾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해서 참고 도서가 필요할 때도 있을 터인데 아예 책을 못 보게 하는 것은 다소 융통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알고 보니, 열람실이 책을 읽는 사람들로 사석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규칙이다.
디지털도서관에서는 새로운 독서 방식에 내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했다. 일단 도서관에 ‘로그인’을 하고 나면 종이 책을 읽던 몸의 습관을 버리고, 디지털 시대의 독서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종이 책의 습관을 일단 버리고 나면, 종이 책은 절대 만족시켜줄 수 없는 오감 미디어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 디지털도서관이 소장한 33만 건의 디지털 자료는 일반 도서, 잡지, 신문, 학위 논문을 비롯해 각종 영상 자료와 녹음 자료, 마이크로 필름 자료를 포함한다. 이외에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관연구소’*가 만든 도서관 연구 자료, 국립중앙도서관이 직접 제작한 웹 콘텐츠, 국립중앙도서관 전시 자료 등을 검색, 열람할 수 있다.
*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를 대표하는 도서관이니만큼, 도서관과 관련된 정책개발, 각종 실태 조사, 도서관 통계 및 평가 지표에 대한 조사,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고서 연구까지 할 일이 많다. 이중에는 도서관 자체에 대한 정보를 소장하는 '도서관의 도서관', 소위 메타 도서관(Meta-Library)의 역할도 있다. 그래서 국립중앙도서관 소속, 도서관을 연구하는 연구소'인 '도서관연구소'가 있다.
도서관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공간이기도 한 디지털 열람실은 도서관에서 소장하거나 도서관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기관의 온라인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고 문서, 그림 파일 등을 편집할 수 있다. 열람한 자료 중 필요한 것은 근처에 비치된 프린터로 출력할 수도 있다. 이곳에는 일반 모니터, 대형 모니터, 3화면 모니터가 구비되어 있어 작업 성격에 따라 원하는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웹 서핑도 가능하다.
디지털 열람실을 오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모니터에 떠 있는 자료가 눈에 들어오곤 한다. 나도 도서관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멀티미디어 시대의 신종 관람인을 발견했다. 3화면 모니터 앞에 앉아 각각의 모니터에 드라마, 개그 프로그램, 액션 영화를 동시에 띄워놓고 시청하고 있다. 헤드폰이 있어 뒤섞인 소리가 주변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세 편의 영상을 동시에 시청하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공연히 내 머릿속이 어질어질하다.
디지털 열람실과 미디어 센터의 멀티미디어 열람실 등이 자료를 구독하고 소비하는 공간이라면, 미디어센터 영역의 일부에 영상, 음향, UCC로 나뉘어 설치된 스튜디오는 각종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편집하는 공간이다. 이런 콘텐츠 제작 인프라는 다른 도서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서비스이다. 하지만 생산 영역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직 소수다. 이용자와 도서관이 가장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생산 영역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점은 디지털도서관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건축의 모든 언어가 대조를 이루다
‘능력’이 되는 사람은 한 번에 3개의 영상을 띄워놓고 볼 만큼 디지털도서관에는 볼거리가 많다.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가버린다. 한참 동안 도서관 안을 헤매다가 머리를 식힐 겸, 잠시 ‘외출 인증’을 하고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 밖은 곧장 거리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반포대로에 면해 있다. 그 옆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고 그 계단 한쪽에는 커피 가게도 있다.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디지털도서관의 ‘지붕’에 오르니 푸른 잔디밭 끝에 풍채 당당한 국립중앙도서관이 나타난다. 디지털도서관의 지붕은 국립중앙도서관의 앞마당이기도 하다.
국립디지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 국립도서관 3관 중 하나다. 1945년에 소공동에 개관했던 국립중앙도서관은 1974년에 남산으로 이전했다가 1988년에 지금의 반포로 신축, 이전했다. 국립디지털도서관은 약 20년 뒤인 2009년 5월, 그 앞의 대지에 개관했다. 20년의 차이를 두고 개관한, 비슷한 덩치의 두 건물을 보면 그동안 건축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느낄 수 있다.
온 나라가 앞만 보고 내달리던 시절, 국립도서관의 건축은 그 자체가 상징적인 사업이었다. 도서관이 국가 지식의 보고라는 엄숙한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국립중앙도서관은 좌우 대칭인 입면에, 기단(집터를 잡고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 터보다 높게 쌓은 단) 위에 세워진 몸통과 그 몸통이 떠받치는 지붕 등 권위의 전형을 모두 담고 있다. 서양의 고대 신전에서 시작된 이런 건축의 모양새는 오늘날까지 숭고한 대상이나 범접하기 힘든 권력을 상징하고 있다. 거기에 사서연수관과 자료보존관의 두 부속 건물을 옆에 두고 있어 그 규모는 더 크게 느껴진다. 바로 옆에 디지털도서관이 들어서기 전에는 전면 도로로부터 5층 높이의 계단을 올라야 할 정도로 높고 넓은 부지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반면 불과 2년 전에 개관한 디지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앞에서는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중앙도서관에 지붕을 앞마당으로 내어주고 그 머리에 푸른 잔디밭까지 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사진 지형 때문에, 반포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길을 오르다 보면 건물의 꼭대기 층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꼭대기 층이 디지털도서관의 1층이다. 여기에서 한 번 더 계단을 오르면 디지털도서관의 지붕이자 국립중앙도서관의 마당을 만나게 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떠받치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디지털도서관 |
마치 훌쩍 커버린 아우가 형님을 무등 태운 것처럼, 디지털도서관은 자연스럽게 지형에 묻혀 국립중앙도서관의 오른쪽으로 비켜나 있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높고 반짝이는 도서관의 파사드(건물의 주요한 전면)는 지형에 묻히지 않은 부분이 일부 드러난 것이다. 3층 높이의 공간을 통째로 메인 로비로 내어준 덕분에 규모가 다소 크게 느껴지지만 입구 옆, 지형을 따라 놓인 오솔길 같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거대하던 도서관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1층 입구가 나타난다.
대칭과 비대칭, 육중한 돌과 가볍고 투명한 유리, 땅의 중심에 위풍당당하게 선 자세와 대지 한 켠에 비켜 선 자세 등 종이 책 도서관과 디지털도서관은 건축의 모든 언어들이 대조를 이루며 조우하고 있다.
이토록 방대한 가상 세계
디지털도서관은 그 규모와 시설 면에서 세계 어느 도서관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수준으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자료들은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구석구석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기 십상이다. 전자 책이나 시청각 자료는 사실 도서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다. 디지털도서관의 정보는 국내외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 서비스는 디지털도서관의 핵심 기능이자, 공공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디지털도서관 내부에서는 세계 각국의 주요 도서관이나, 국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각 기관들이 서로 회원이 되어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디지털도서관 안에서는 하버드대학교 도서관의 디지털 라이브러리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디지털도서관은 전국 도서관의 아카이브 역할도 하고 있다. 디지털도서관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국 공공도서관의 소장 자료 검색 및 목록, 목차, 초록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도서관을 연구하는 도서관이면서 아카이브의 아카이브인 셈이다.
디지털도서관 홈페이지인 디브러리(http://www.dibrary.net)에 들어가 보면 디지털도서관을 통해 드나들 수 있는 아카이브 네트워크가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다. 시간을 내어 디지털도서관이 제공하는 자료들을 시간과 지역별로 분석해보려고 했으나 부질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탐색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당장 주제가 떠오르지 않더라도 이 가상 세계의 문을 열고 들어가 방대한 세계를 엿보는 것도 좋겠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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