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여름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운 여름입니다. 그래서 빨리 이 더운 여름이 가고 시원한 가을이 왔으면 하겠지요? 그렇지만 식물은 이렇게 덥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한답니다. 식물이 자라지 못하면 여름엔 시원한 수박과 참외를 먹을 수가 없고 가을엔 더욱 갖가지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가 없을 테지요.
어린이 여러분! 그러니까 이 더운 여름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하며 즐겁게 보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우리 어릴 때는 요즘처럼 멋진 수영장이 없었습니다. 시골에는 더욱 그런 시설이 있을 턱이 없지요. 그래서 시냇물에서 첨벙거리며 물놀이를 했답니다. 저수지나 산골에 물이 내려가다 고인 용소 같은 데서 수영을 즐기기도 했고요. 물놀이하다 배가 출출해지면 가끔 수박·참외 서리를 하기도 했지요.
여름 논에서는 벼가 한창 쑥쑥 자랍니다. 온 들판의 볏논이 짙푸르지요. 그런데 볏논에도 잡풀이 많이 자란답니다. 요즘은 잡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사람에게 해롭거나 말거나 제초제를 뿌리지만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대부분 손으로 논매기를 했답니다.
밭에는 콩, 참깨, 고구마, 고추를 비롯해 온갖 곡식들이 자라고 열매를 맺어 커가지요. 우리 집에선 밭농사 가운데도 콩 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풀이 많이 자라 더운 한여름이라도 콩밭을 매어야 했습니다. 나도 어머니 따라 콩밭매기를 했는데 한낮에 땅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면 숨이 콱 막힐 정도로 힘겹기도 하답니다. 몹시 더워 견디기가 힘들면 웅덩이에 풍덩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고 다시 콩밭을 매기도 했지요.
이 나무 저 나무에서 매미가 제 세상 만난 듯 울어 제치면 우리는 그 매미를 잡기 위해 나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저녁 무렵 고추잠자리가 낮게 날면 그걸 잡는다고 마당비를 들고 쫓아다니기도 했지요. 밤이면 어른들은 바깥마당 끝에 모깃불 피워놓고 더위를 식히고 우리는 개똥벌레 잡는다고 마을 아래위로 쫓아다녔답니다. 꽁보리밥 먹고 방귀를 뿡뿡 뀌면서요. 또 오후 해가 기울면 우리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 몰고 산으로 가 소먹이를 했답니다.
집집이 멍석 가득 빨간 고추가 널려 있고, 벼가 패서 알이 차기 시작하고, 온갖 열매가 익기 시작하고, 저녁 바람에 알찬 벼가 일렁이면 어느새 찌고 볶던 여름은 슬금슬금 물러가고 가을이 문턱을 넘어선답니다.
이 책에 풀어놓은 이야기는 사계절 가운데 그런 여름 이야기랍니다. 많은 여름 이야기 가운데도 신나게 물놀이했던 이야기 <한여름의 물놀이>, 참외 서리 했던 이야기 <늑대할배 산밭 참외 볏논>, 연꽃 꺾으며 놀았던 이야기 <연꽃 꺾기> 세 편입니다. 이 이야기로 잠시라도 여름 더위를 식혔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철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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