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벗 쥐구에게.
미래는 나락일세. 나는 두 번 다시 이런 여행은 하고 싶지 않네. 우리 인류의 미래가 얼마나 가련한지 최악의 혼돈상태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세.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네. 견딜 수 없이 춥고 낯선 곳에 혼자 내동댕이쳐진 느낌일세. (지금 이곳은 여름일세) 오늘 일을 간단히 정리하면, 기이했던 여행길에 비해 도착은 아주 성공적이었네. 급히 몇 자 적어 접촉지점에 가져다 놓겠네. 부디 자네가 이 편지를 잘 찾을 수 있기를 바라네. 애정을 담은 인사를 보내며.
- 가오타이
진실한 벗 쥐구에게.
미래는 나락일세. 사흘 전에 접촉지점에 가져다 놓은 편지에도 똑같은 말을 했었지. 자네가 그 편지를 읽고 괜한 걱정하지 않았기를 바라네. 이곳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자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 여기는 자네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내게 익숙한 것과 너무 다른 곳일세. 원칙적으로 ‘여기’가 아니라 ‘지금’이라고 해야 할 것이네. 하지만 ‘지금’이라는 말이 너무 생경해서 정확히 천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떨어져 있는 자네가 살고 있는 곳과 이 ‘장소’를 동일한 곳으로 생각하기가 어렵군. 내가 알고 있는 천년의 세월은 인간의 지각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시간일세. 분명 자네는 하나, 둘, 셋 이렇게 천까지 세면서 어느 해에 종족이 바뀌고, 또 어느 해에 황제가 바뀌었으며, 언제 왕조가 교체되고, 별자리가 이동했는지를 기억하려고 애를 쓸 테지… 하지만 천년이란 세월은 지나간 시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군. 천년은 시간의 거대한 산과 같은 것일세. 상상을 즐기는 아주 모험심 강한 새들도 날아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그런 거대한 산과 같은 것. 천년은 ‘지금’이나 ‘당시’가 아닐세. 천년은 ‘여기’ 그리고 ‘저기’일세. 나는 앞으로 ‘여기’에 머물 것이네.
이 편지를 가져다 놓을 우리의 접촉지점을 다시 발견했네. 기쁘기 그지없네. 어떤 남자가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네. 그는 지금도 나를 돕고 있는데,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 차차 하도록 하겠네. 그가 아니었다면 접촉지점을 찾지 못했을 것이네.
나는 카이펑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다른 곳인 줄 알았네. 착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마도 강물의 방향이 바뀌어서인 듯하네. 카이펑을 가로지르던 강줄기가 지금은 북쪽으로 흐르고 있네. 도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시끄럽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영원할 것 같던 궁궐들은 흔적도 없이 모두 사라져버렸네. 그러니 평범한 집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 언덕도 송두리째 없어졌네. 눈앞에 펼쳐진 평평한 대지 위에는 마치 산처럼 주택들만 뾰족뾰족하게 솟아 있네.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알아볼 수가 없네. 도통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군. 내 짐작으로는 우리의 야만스러운 후손들이 언덕을 깎아 평평하게 만든 것 같네. 그들은 미천하고 미개한 무리들일세. 우리의 하늘마저 끝없는 연무와 검댕으로 이루어진 저 아득한 세상으로 돌아간 느낌일세. 나는 지금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도 이동한 것 같은 기분이라네.
지금 돌 위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네. 나를 둘러싸고 시끄러운 소리가 미친 듯이 울리지만 과하다고 할 수는 없네. 이곳에서 1, 2리1리는 약 6백 미터 떨어진 곳은 훨씬 심하네. 이 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여름별장이 하나 있었지. 천년하고도 사흘 전 바로 그곳에서 우리는 작별인사를 하며 포옹했었네. 그런데 그곳은 지금 티끌 한 점 보이지 않네. 대신 보기 흉한 집들만 나란히 서 있다네. 천년 동안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가 함께 공원에 박았던 돌덩이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그 돌덩이의 오목하게 파인 곳에 숨겨두었던 배 문양이 찍힌 은괴銀塊, 옛 중국의 화폐로 약 100~250그램 무게의 은괴에 작은 배나 신발 모양을 찍어 사용했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일세. 수중에 가지고 있는 은괴 쉰 개로 충분하네. 더군다나 아름다운 황금 잔 다섯 개를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네.
지금이라도 당장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여덟 달이라는 시간을 정했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신세로군. 호기심 많고 고집스런 자네 성격 때문에 내가 이 소란스럽고 불행한 미래세계까지 오게 되었군.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빌어주게나. 자네 다음으로 사랑하는 연인 샤오샤오에게도 안부 전해주게.
- 가오타이
사랑하는 벗 쥐구에게.
이보게. 나는 이 나락에서, 미래라는 이 시커먼 소용돌이 속에서 한 사람을 만났네. 비록 세상에 단둘뿐이라고 해도 나는 그 후손을 공손하게 대하는 수밖에 없다네. 나는 친구라는 표현에 극도로 인색한 사람일세. 그런데 여기에서 만난 두 번째 사람이 친구가 되지 말란 법은 없을 것 같네. 슈스미 (두 번째 만난 사람의 이름일세) 씨 역시 목청이 크지만, 나와 그와의 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100,000리가 아니라 99,999리 정도 떨어진 느낌이라네. 내가 만난 단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아직도 내겐 자네와 나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창백하고 거대한 갑각류처럼 보인다네. 물론 슈스미 씨도 나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네. 하지만 그는 내가 그의 아득한 세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네.
슈스미 씨를 알게 되기까지 몹시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있었네. 이제 자네는 내가 ‘길바닥에서 떠돌던’ 며칠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게 될 것이네. 지금은 슈스미 씨 집 책상머리에 앉아 이 편지를 쓰고 있네. 그는 지금 집에 없다네. 다행인 것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리의 접촉지점이 있다는 것일세. 필요하다면 나 혼자서도 그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네.
우리는 이 일을 감행하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 이 여행이 위험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네. 수리적인 시간여행을 발견한 사랑하는 벗 쥐구, 자네는 이번 여행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세.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 내가 이번 모험을 계획하면서 “관찰하는 사람이 관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맹자님의 말씀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는 걸 떠올려보게. 자네도 두 눈으로 확인했듯이 나는 이번 여행을 위해 가급적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옷을 골라 입었네. 그리고 ‘갑4급’ 관직을 상징하는 훈장도 모두 포기하고, 심지어 황실 소속 시인들의 모임인 ‘이끼로 덮인 스물아홉 개의 암벽’의 수장首長임을 표시하는 목걸이도 놔두고 여행길에 올랐네. 원래는 의무적으로 착용해야만 하는 것들이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은밀하게 잠행을 하고 싶었네. 하지만 미쳐 돌아가는 이 미래의 세계에서는 맹자님의 말씀도, 『예기禮記』의 글귀도 모두 무용지물일세. 우리가 예상했듯이, 내 평범한 의상은 마치 알록달록한 옷으로 치장한 궁궐 강아지 같거나, 남자에게 여자 옷을 입혀놓은 것처럼 이곳의 개념으로는 모든 관습의 틀을 벗어난 것일세. 아마 이렇게 눈에 띄는 행색도 없을 걸세.
여행 자체는 별 어려움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네. 그건 우리가 했던 많은 실험들 덕택이었네. 나는 ‘청종운하靑鍾運河’ 위의 작은 다리에서 자네와 포옹을 하고나서 꼭 필요한 기능들을 모두 작동시켰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나를 공중으로 들어 올리더니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들었네. 자네의 붉은 도포자락이 보이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밤이 되었네. 그 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청종운하’의 다리 위에 비몽사몽인 채로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였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져 있었네. 건물도, 성벽도, 눈앞에 있던 돌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네. 대신 끔찍한 소음이 엄습했네. 난 여행가방을 꽉 쥐고 바닥에 앉아 있었네. 계절은 천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여름일세. 낯선 태양이 세상을 비추었네. 처음에는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매우 기이하게 보였네. 난 여행가방을 꽉 붙들고 가만히 앉아 있었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돌아가고 싶었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네. ‘샤오샤오가 날 그리워할까? 그녀와 다시 사랑을 나누려면 기다려야 하겠지. 아마 그녀도 마찬가지일 거야.’
깊은 잠에서 깬 건지, 아니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인지, 아무튼 나는 다리 위에 있었네. 하지만 자네와 헤어진 다리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네. 다리는 여전히 ‘청종운하’를 연결하고 있었지만 나무가 아닌 쇠로 되어 있었네. 정성을 기울이지 않고 대충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연결해놓은 것이었네. ‘여기’에는 전부 성의가 없는 것 투성이일세. 그래도 나는 천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도 사람들이 똑같은 장소에 다리를 놓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옛 목재다리가 부식되거나 파손되어서, 저 위쪽이나 아래에 새 다리를 놓았다면 어떻게 했겠나. 아마 그랬다면 난 물에 빠졌을 것이네. 그래봤자 불쾌한 정도지 그리 위험하진 않았을 테지만 말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청종운하’는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깊지 않네. 하지만 지금은 몹시 더러워졌네. 오염과 소음이 이곳의 삶을 지배하고 있네. 오염과 소음은 우리의 미래가 흘러드는 나락일세.
그사이 운하 서쪽에 있던 언덕도 사라져버렸네. 지난번 편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평지뿐일세. 난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서서 (위에서 완전히 비몽사몽간이라고 했었지) 가방을 세워놓고 주위를 돌아보았네. 우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미래여행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그 계획은 완전히 실행불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해야겠군) 난 제일 먼저 자네의 집 정자가 있던 곳을 가봐야 했네. 우리가 대문 옆에 박아둔 돌을 찾으러 말일세. 하지만 난 그곳으로 가지 못했네. 자네, 놀라지 말게. 당시 (자네에겐 ‘지금’이겠군) 고관인 마방의 수렵 감독관이 살던 집터에서 거인이 다가오고 있었네. 그는 아주 어색해 보이는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겠네) 우스꽝스러운 잿빛 옷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었네. 병든 사람처럼 노르스름한 낯빛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코를 가지고 있었네. 마치 코가 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더군. 눈빛이 불친절해 보이지는 않았네. 그는 다리를 건너려다 날 발견하고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네. 난 우리 후손의 표정을 잘 읽을 수 없었네. 우리와 너무 다르게 생겨서 그들이 정말 우리 자손일까 의문이 들었지. 이제야 겨우 그들의 얼굴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네. 그들은 모두 쌍둥이처럼 코가 커서 얼굴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네. 그 거인남자─아니면 거인여자인지 아무튼 성별조차 구별하기 쉽지 않았네─는 그러니까 천년을 건너뛴 여행에서 처음 본 사람이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네. 아마도 그 역시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눈치였네. 나는 가방을 손에 들고 그에게 다가가 절을 하고 입을 열었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아무튼 고귀하신 이방인이여! 황실 소속 시인들의 모임인 ‘이끼로 덮인 스물아홉 개의 암벽’의 수장이자 갑4급이라는 관직에 어울리지 않는 보잘것없는 가오타이가 당신과 당신 조상들 앞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렇게 말한 것은 혹시 내가 이들의 조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세. 그러고는 다시 물었네.
“저 성벽 너머에 저의 절친한 벗인 쥐구의 정자가 지금도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소?”
거인은 내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네. 그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대답을 했네. 그가 중저음의 매우 큰 목소리로 말해서 나는 그만 다리 난간 밖으로 떨어질 뻔했네. 그사이 벌떼처럼 주위에 몰려든 거인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줄행랑을 쳤을 것이네. 완전히 절망적인 심정이었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과거의─자네와 나의 현재 속으로─세상으로 도망치고 싶었네.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었네. 견디는 수밖에 없었어. 그것도 썩 괜찮더군. 그게 바로 이 여행의 목적이니까. 그래서 여행가방을 움켜잡고, 둘러선 거인들 중에서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자가 하나도 없는지 묻듯 주위를 둘러보았네.
한 명도 없었네.
2천 년된 책들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고, 태곳적부터 우리시대까지 언어가 심하게 변하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 바로 다음 천년 뒤의 언어를 단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일세.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거인들이 과연 우리의 후손일까? 북쪽의 오랑캐들이 만리장성을 정복한 것일까. 그들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와 우리 민족을 말살해버렸단 말인가? 오랑캐들이 우리 제국을 차지했단 말인가? 그럴 리 없네. 북쪽 오랑캐들이 힘이 세고 끈질기긴 하지만 우리보다 키가 작은 종족이니 그건 불가능한 일일세. 이제 차차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네. 나는 그사이 미래의 단어를 몇 개 익혔네. 어떤 단어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해주겠네. 무척 어렵다는 것만 알고 있게.
나를 에워싼 코쟁이 거인들은 일제히 중저음의 목소리로 큰 소리를 질렀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이곳’ 사람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보다 더 큰 것일 뿐 진짜 거인은 아니라네. 그래도 자네가 이 장면을 꿈에서 보았다면, 귀신들의 한판 싸움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네. 그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떠들어대고 있다는 건 분명하네. 난 지금도 이곳 사람들이 왜 그렇게 항상 으르렁거리며 이야기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네.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무리에서 갑자기 싸움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두려웠네. 그래서 적절한 순간에 슬며시 빠져나와 다리를 벗어났네. 그러자 운하를 따라 돌로 만든 길이 쭉 뻗어 있었네. 자네의 눈에는 아마 황실 마구간의 외곽 담벼락이 보일 테지. 거기에서 이 편지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나는 그 도로를 건너려고 했네. 바로 그때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네.
그건 그렇고 다리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네. 이렇게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걸 용서하게나. 내가 받은 인상을 조리 있게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군. 며칠 사이에 갑자기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네. 아무튼 그들이 싸움을 벌이는 건 드문 일일세. 또 그들은 신분이 낮은 사람들도 아니네. 물론 밖에서는 아니더라도 집에서는 싸운다고 하더군. 그건 내가 이곳 단어 몇 개를 이용해서 슈스미 씨에게 간신히 물어서 알아낸 사실일세. 이곳 사람들은 싸우지 않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말을 하지.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닐세. 물론 끊임없이 소음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은 참작해야 할 것이네. 보통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네. 자네는 밤낮없이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그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러가며 사는 삶을 상상할 수 있겠나? 정녕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일세. 사랑하는 벗 쥐구, 미래는 나락일세. 하지만 난 여전히 숨을 쉬고 있네.
이 서신을 접촉지점에 놓아둘 시간이 되었군.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줄이겠네. 사랑하는 벗 쥐구에게 포옹을 보내며.
- 벗 가오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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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헤르베르트 로젠도르퍼 (Herbert Rosendorfer)
1934년 이탈리아 티롤의 보젠에서 태어났다. 전후 20세기 독일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첫 작품인 『폐허의 건축가 Der Ruinenbaumeister』(1969)는 독일 소설의 명작으로 평가받을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뒤이어 높은 평가를 받은 그의 작품 『스테파니 Stephanie』(1995)는 독일의 권위 있는 상인 슐레겔 티크 번역상 The Schlegel Tieck Translation Prize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작품으로 『아마존의 밤』, 『로마로의 초대』, 『시적인 혼돈에 대한 보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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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박현용
한양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작업을 하고 잇다. 옮긴 책으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3부)』, 마이굴 악셀손의 『사월의 마녀』, 요제프 로트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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