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우리는 왜 ‘좋아요’에 집착하는가
인정 욕구를 인정한다
한 남자가 자동차 뒷바퀴에 오른쪽 종아리를 집어넣습니다. 자동차가 움직이자 고통스러워하며 이리저리 뒹굽니다.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15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붙으면 자해 영상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이행한 겁니다. 이런 ‘좋아요’ 공약은 지난해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중략) 먹거리 즐기기와 요리법, 스포츠와 인생 상담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인터넷 1인 방송에서는 별풍선이 ‘좋아요’를 의미합니다. 더 많은 별풍선을 받을 수 있다면 내용을 따지지도 않습니다.
‘좋아요’에 집착하는 이유는 SNS 스타가 되겠다는 자기과시욕을 충족하는 동시에 상당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에 ‘좋아요’가 많이 붙은 계정에는 광고가 붙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인터넷 방송의 별풍선 100개는 현금 만 원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방송 인기 BJ 가운데는 매달 수천만 원을 버는 고소득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2016년 3월 2일 SBS 뉴스 중에서
그렇다. 누군가는 돌아가는 용접기에서 튀어나오는 불똥으로 세수를 하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자동차 뒷바퀴에 다리가 깔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심지어 자살 예고까지도 일어난다. 모두 최근 인터넷 TV 방송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들이 이토록 타인의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집착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아요’가 곧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집착의 뒤에는 기사에서 언급되었듯 SNS 스타가 되겠다는 자기과시욕이 숨어 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타인으로부터 주목받고 관심을 얻음으로써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뇌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원하기에 이런 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일까?
인정 욕구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뚜렷한 가치들을 추구한다. 따뜻함, 편안함, 안전함을 추구하고 배고픔이나 고통스러움은 피하려는 욕구와 관련된 본능적인 행동들은 별다른 경험이나 학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즉 필요한 것을 얻고 해로운 것은 피하려는 욕구와 이어지는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기본 가치들은 출생이라는 시점부터 우리의 모든 행동을 강력하게 지배한다.
이러한 기본적 가치들은 우리가 처한 환경과 타협하면서 점차 정교한 모습으로 한층 복잡한 가치들을 탄생시킨다. 예컨대 아기들은 엄마라는 대상을 향해 몇몇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는 표정을 지으면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확률이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학습한다. 이는 바로 기본적 욕구 충족의 가치가 환경과 만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추구하는 새로운 차원의 욕구 충족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최초의 가치 학습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인정 욕구는 발달 과정을 거쳐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하고도 복잡한 양상을 나타낸다. 육체적, 지적, 감성적, 예술적으로 자신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인정받으려는 행동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때 인정 욕구는 더 이상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추상화된 옷들로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 그리하여 인정 욕구는 심지어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혹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와 같이 인정 욕구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발현되기까지 한다.
인정 욕구는 과연 어떤 옷을 입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인정 욕구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우리가 발달 과정에서 하나씩 옷을 입어야 했던 것 못지않게 인정 욕구를 파헤쳐보는 여정 역시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를 감싸고 옥죄어왔던 무거운 옷들을 훌훌 벗어버리고 난 뒤에 본모습을 마주하고 나면, 우리에게 좀 더 가볍고 잘 맞는 옷으로 갈아입게 될지도 모른다.
뇌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우리 뇌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인정 욕구를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로 두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뇌는 우리 몸의 항상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둔다. 그런데 항상성 유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기온에 따라 옷을 바꿔 입거나 다른 장소를 찾아감으로써 일정 체온을 유지하고자 한다. 만약 필요한 모든 정보를 충분히 고려해서 매번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다면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별다른 문제 없이 항상성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적의 선택을 위해 필요한 정보의 양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반면, 우리 뇌가 가진 정보 처리 용량(신경세포의 수와 이들 간의 연결의 수)은 심각할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뇌는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만 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처리해야 할 정보를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뇌는 ‘범주화categorization’라는 방법을 선택했고, 많은 정보 중에서 특정 범주를 대표하는 정보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림으로써 정보 처리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특정 범주를 대표하기 위한 정보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바로 ‘평균치mean’이다.
우리 뇌가 특정 범주에 해당하는 모든 정보의 평균치를 계산하고 저장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인지심리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평균치는 선호와도 무관하지 않다. 여러 얼굴들을 평균화시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얼굴을 뇌는 가장 매력적인 얼굴로 인지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우리가 평균치와 유사한 대상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바로 그러한 대상을 볼 때 뇌가 최대한 노력을 적게 들이고도 목표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음을 재빨리 파악해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효율적인 선택을 돕는 ‘처리 능숙성processing fluency’이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호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셈이다.
범주화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범주들 간의 연결을 시도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 전혀 유사성이 없는 범주들은 어떤 기준으로 묶을 수 있을까? 범주들 간의 연결에서는 각각의 범주가 가지는 의미 혹은 기능에 따라 나누거나 서로 묶는 ‘추상화abstraction’ 과정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명품 가방과 고급 승용차는 겉모습에서는 별 유사성이 없다. 그러나 소유자의 지위를 강조하여 사회적 관계에서 우월성을 부여한다는 기능적 측면에서는 높은 관련성을 가진다. 따라서 명품 가방이라는 범주와 고급 승용차라는 범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서로 묶이며, 이렇게 묶인 범주들을 대표하는 또 다른 상위 범주는 하위 범주들보다 훨씬 강력한 선호를 유발할 수 있게 된다.
상위 범주가 왜 유리할까? 여러 가지 하위 범주들을 각각 따로 고려하는 대신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여 인지적인 노력과 시간을 절감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명품 가방과 고급 승용차처럼 지위를 높여주는 다양한 하위 범주 대신 이들 모두를 가능케 하는 돈이나 권력이라는 상위 범주를 목표로 설정하는 일은 인지적 노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그리하여 정보의 범주화에 이은 추상화 과정은 삶의 목표와 가치를 세우는 데 중요한 원리가 될 수 있다. 또한 돈이나 권력 같은 상위 범주의 가치들은 이보다 하위 범주의 가치들보다 늦게 형성되지만, 일단 형성되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강력한 보상가를 가지게 된다.
우리의 뇌는 일생 동안 끊임없이 범주화와 추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보상을 얻기 위한 과정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체내 항상성 유지라는 단순하고 구체적인 하위 범주의 목적은 극도로 추상화된 상위 범주로 대체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추상화된 상위 범주와 절묘하게 들어맞는 대상이 나타나면 우리는 거의 무언가에 홀린 듯 순식간에 빠져들고 만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 등장했던 사람들처럼 ‘좋아요’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이를 얻기 위해 자기 파괴적인 행동마저 서슴지 않는 기이한 보상 추구 행동을 보이는 것이 결국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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