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의 탄생
페이스북의 영향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태동 과정을 살펴보자. 기술은 새로운 소통 형식과 자기 표현 형식을 많이 만들어냈다. 예전의 의사소통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오늘날의 의사소통은 빛의 속도로 이루어진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라도 1초 안에 한마디 거들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세상과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에 거의 무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는 이전에 알았던 어떤 것과도 다르다. 우리들 대부분은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접속하면 즉시 넋이 나가버린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연결성의 힘을 예측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이 사람들이 관계 맺는 방식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5년에 《뉴스위크》는 〈인터넷? 쳇! 과장된 경보: 왜 사이버공간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너바나가 될 수 없는가?The Internet? Bah! Hype Alert: Why Cyberspace Isn't, and Will Never Be, Nirvana〉라는 글을 머리기사로 실었다. 이때쯤 블로그 서비스가 시작됐다. 구글은 이보다 몇 년 후에 탄생했다.
이어 정보와 네트워킹 시스템이 폭증했다. 2001년에는 위키피디아가 만들어졌고 애플은 아이팟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소셜네트워킹 웹사이트 중 하나인 프렌드스터가 미국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3개월 만에 30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2003년, 마이스페이스가 뒤를 이었고 가상현실 서비스인 세컨드라이프가 출시되었다. 이때까지 웹상에 30억 개가 넘는 웹페이지가 생겼고 애플은 아이튠즈를 내놓았다. 2004년에 페이스북이 탄생했고 그로부터 5년 후,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현재도 그러하다).
이 소셜미디어 거인은 거침없이 세를 확장하여 이제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페이스북은 처음에는 대학에서 추파를 던지거나 의사소통하는 데 사용됐으나 이제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통로로 진화했다. 요즘, 아이들과 성인들은 자신들의 셀카와 페이스북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반면, 십대들은 다른 소셜네트워크로 이주하고 있다. 오늘날의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미디어 세계의 주인이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주요 시장이다.
모든 대기업은 살아남을 기회만 있다면 페이스북이 존재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페이스북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 의존하여 온갖 고객 정보를 알아낸다. 대기업들은 우리 시대의 ‘빅브러더’가 되었다. 이들은 우리의 모든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우리는 노출증 환자가 되어 알아서 감시받는다.
개인정보 설정에 있어서 편안함을 느끼는 수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에게만 페이스북 페이지를 공개한다. 하지만 사실 페이스북 이용자의 대다수는 누가 자신의 개인정보나 인간관계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든 말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집단 문화 차원에서, 우리는 가장 내밀한 생각과 감정을 공개해 공유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외부의 해석과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 인정하고 싶든 인정하고 싶지 않든 페이스북은 이제 우리 존재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인간은 본성상 변화—긍정적인 변화라 할지라도—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의사소통 형식을 소개받을 때마다 어떤 이들은 변화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여 우려를 표한다. 두 관점 모두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이 새로운 표현 형식에 적응했고 거의 제2의 천성으로 받아들였다.
얼굴을 맞대고 하는 논의, 일반 전화, 신문, 우편 서비스는 스마트폰, 문자 주고받기, 사진 공유, 인스턴트 메시지 주고받기, 게임, 화상채팅으로 대체되었다. 또한 집단 안에서 서로 뉴스를 공유하는 일은 페이스북 업데이트, 트위터에 글 올리기, 인스타그램 사진, 핀터레스트 사진 등으로 대체되었다. 디지털 시대는 우리가 서로를 대면하는 방식을 급속히 바꾸어놓았다.
중독 현상
《사이언스 다이렉트Science Direct》의 2012년도 연구에 따르면 유령진동phantom vibration(휴대폰이 진동하지 않아도 진동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현상)은 휴대전화가 생겨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 ‘증후군’은 우리의 삶 속으로 디지털이 침입했다는 신호이다. 오늘날 유령진동증후군은 매우 흔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들은 유령진동증후군(진동심기증hypovibochondria이나 전화벨 불안증ring—xiety이라고도 한다)이 스마트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거의 보편적인 경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술 발달이 우리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래리 로젠 박사는 “불과 몇 년 전과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두뇌 안에서 자극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페이스북 그리고 다른 소셜미디어들의 댓글은 푸시 알림을 작동시켜 아이가 사탕을 향해 손을 뻗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휴대전화를 향해 손을 뻗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강박적 행동은 집착으로 이어지고 불안과 관련된 다른 증상들로 이어진다. 끊임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드는 사람들은 마치 강박증 환자처럼 보인다. 문이 잠겨 있나 두 번 세 번 확인하거나 틈날 때마다 여러 차례 손을 씻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확인하고 다시 확인하는 일은 일종의 중독 행동이 되고 이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페이스북과 스마트폰을 잠시 멀리하는 것뿐이다. 로젠 박사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기술 발달에 대찬성이지만,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관련하여 사람들의 선택지는 사랑하거나 증오하거나 둘 중 하나다. 심지어 증오할 때조차도 오랫동안 한쪽에 제쳐두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의 원동력은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고서도 서로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무한한 표현과 연결의 기회를 제공한다. 어느 면에서, 소셜미디어의 힘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페이스북은 서로를 연결해줄 뿐만 아니라,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준다. 갑자기 우리들은 서로를 시시콜콜 알고 싶어하고 자기 삶을 더 많이 공유하고 싶어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결과 정보 공유 덕분에 권한이 커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체성과 인간관계,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또한 바뀌고 있다. 페이스북에 무언가를 올리는 일은 자신의 생각과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 이상의 일이 되었다. 페이스북이 현실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현실감각을 잃어가는 사람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어 페이스북과 현실세계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이 두 현실은 서서히 합쳐지고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에 뭔가를 올리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현실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페이스북에 올리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이는 아무 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한 현실을 다른 현실과 대체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페이스북은 우리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켰다. 뉴스피드를 확인하고 싶고 자기 사진을 끊임없이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데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페이스북에서 더 도발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이었다면 결코 시도하지 않았을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난생처음으로 색다른 짜릿함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진면목이 가장 잘 표현된다고 느끼기도 한다. 새로운 자아 혹은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하고, 이 새로운 자아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이해를 시도한다.
눈 깜짝할 새에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가 주고받는 메시지에 대한 사회적 해석을 바꾸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강박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방식을 둘러싼 뿌리 깊고 직관적인 이해를 바꾸고 있다. 디지털 의사소통은 현실의 특정한 경험들을 피하게 해준다. 가령 온라인 의사소통 덕분에 이제 우리는 현실에서 누군가와 씨름하거나 누군가에게 추파를 던지거나 애인과 이별할 때 느끼는 불편이나 불안을 피할 수 있다.
우리가 페이스북 세계에 근거하여 삶, 사랑, 우정에 대해 새롭게 생각한다면, 혹은 온라인 의사소통이 현실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페이스북을 통해 만들어진 자아가 우리가 현실에서 내보이는 자아와 일치하지 않을 때, 더 심각하게는 이 두 자아가 서로 모순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이런 경우 우리는 심리학 용어로 이른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경험하게 된다. 인지부조화란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할 때 느끼는 불안을 가리킨다. 인식과 신념 사이의 이러한 불일치로 인해 정서적 불균형 상태에 빠지고 정체성 혼란, 인간관계 갈등, 판단 기준 변화 등을 경험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신경쇠약에 걸린다. 이때에는 혼란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인식 과정에서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자신이 디지털 인간관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알아내야 하고 그런 다음 예전의 아날로그 자아와 새로운 디지털 상호작용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페이스북의 심리적 영향에 관련해서는 아직 연구가 충분치 않다. 게다가 연구 속도가 소셜미디어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유동적이다. 페이스북이 진화할 때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리의 반응 또한 함께 진화한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소셜미디어는 우리 생활의 일부이고, 전 세계에 10억 명 이상의 적극적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우리 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더 그러하다. 이제 페이스북은 우리의 정체성, 우정, 연애, 가정생활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의식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온라인 현실과 오프라인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더 잘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사회적 삶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들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임상심리학자로서 나는 페이스북에서 폭력적이고 유해한 행동들이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을 많이 접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기 전에, 페이스북이 우리의 자아정체감에 미치는 영향부터 살펴봐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아’를 창조하고 과장하고 편집하는 능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역할을 떠맡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페이스북이 어떻게 연기 무대를 만들어주는지, 또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아바타의 특징들을 선택하여 자기 자신을 새로이 만들어내는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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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서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기도 한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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