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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돼지들이 죽어갔다. 첫 번째는 도미니커스였다. 통계 자료를 해석하고 그래프로 만드는, 핵심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에 평생을 바친 보조 관리였다. 그는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책상에 앉아 오페라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 책상에서 어느 부슬비가 내리는 오후에 카망베르 접시로 고꾸라진 것이다. 그는 만장일치로 ‘일등 동물 영웅’으로 추서되었다. 다음에 죽은 돼지는 바로 나폴레옹이었다. 위대한 버크셔 수퇘지. 모든 동물의 아버지. 평등, 해방, 자유를 실현한 구원자. 그는 지위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죽었다. 이집트면(엄청나게 촘촘하게 짠 것이었다) 시트를 덮고 곤히 자다가 간 것이다.
나폴레옹을 기념하기 위해 12피트 높이의 조각상을 세웠다. 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 된 돼지 올드 메이저와 그 시절, 그 멀고 먼 시절을 기억하는 자들을 존중하여 축사 바깥, 예전 올드 메이저의 해골이 있던 자리에 건립했다.
청동 조각상이었다. 나폴레옹은 검은 코트에 가죽 각반 차림이었다. 뒷다리로 서서 파이프를 뻐끔거리며 지평선을 내다보고 있었다. 조각상 뒤쪽 축사 타르 벽에는 하얀 페인트로 유일한 ‘계명’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의 동물은 대략 평등하다. ‘계명’ 옆에는 〈국부 나폴레옹〉이라는 제목의 시가 똑같은 하얀 페인트로 적혀 있었다. 쓰러진 지도자에게 바치는 이 시의 저자는 시적 영혼을 소유한 돼지로 알려진 미니머스였다.
나폴레옹은 우리에게 읽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폴레옹은 우리에게 풀과 꼴을 준다.
나폴레옹은 우리에게 빵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돼지 떼의 훌륭한 지도를 꿀꿀 받아 들이켜기만 하면.
돼지들은 찬란한 지식이 빛나는 종,
하지만 또 돕는 종, 또 보여주는 종,
‘매너 농장’의 동물이
세상 전체의 맨 꼭대기에 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어이쿠야!
그러니 힝힝 꽥꽥 삑삑 소리를 지르자!
꿀꿀 음매 항항 찍찍 소리를 지르자!
꼬꼬, 킁킁, 매애 소리를 지르자!
컹컹 부엉 까악 소리를 지르자!
참지 마라! 너는 끼익 너는 히잉!
나폴레옹, 나폴레옹, 그대는 건초의 왕이다!
나폴레옹, 나폴레옹, 우리는 그대가 앞장설 것임을 안다!
나폴레옹, 나폴레옹, 매일 우리를 인도하라!
위대한 ‘지도자’의 업적을 더욱더 기리기 위해 시 위에 걸려 있던 나폴레옹의 초상도 새로 손보았다. 비둘기 여섯이 색을 새로 칠하여 하얀 옆모습에 입체감을 더한 것이다. 이들은 돼지들의 지원을 받아 그동안 그림 그리는 기술을 익혀놓았다.
그 이후 한 해 동안 고참 돼지들 몇이 더 세상의 번뇌에서 벗어났다. 하나는 욕조에서 나오지를 못해 그대로 익사한다(그의 잘못은 전혀 아니었다). 또 하나는 부운 간에 희생된다. 그는 머그에 든 마지막 위스키를 들이마시다 조용히 다음 세상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또 다른 돼지는 암이라고 부르는 끈기 있는 고문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다행히도 오래전에, 한 시간에도 몇 번씩 좋은 파이프 담배를 즐기던 나폴레옹의 습관을 배운 덕에 마지막 몇 달 동안 큰 위안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반란의 영웅이었기 때문에 일등 동물 영웅으로 추서되었다.
젊은 돼지 세대가 그들의 자리를 그런 대로 메우는 것 같았지만 이들은 과묵한 세대였다. 더 초연했고, 어쩌면 더 무르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들의 지도자는 오랫동안 나폴레옹의 수석 고문이었던 원로 스퀼러였다. 그는 꼬리와 혀를 아주 설득력 있게 흔들 줄 아는 돼지였다. 이 방면에 워낙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심지어 스스로도 자신이 민중의 돼지라고 믿었을지 모른다. 그는 오래전부터 배급이 늘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모두의 기억에는(늘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언제나 확고했던 돼지들을 빼면) 이제야 처음으로 배급 봉투가 약간 간신히 눈에 띌 정도로 부푼 듯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스퀼러 자신은 죽을 무렵에는 너무 뚱뚱해져서 살찐 얼굴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인은 과로로 발표되었다.
돼지들의 발표가 공개적으로 조롱을 당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적어도 기억에 따르자면)이었다. 일등 동물 영웅으로 추서하는 자리에서는 심지어 몰래 야유하는 동물도 몇 있었다. 우우 끼룩 소리를 내면서. 스퀼러가 그렇게 미움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말년에 자신의 몸통마저 네 다리로 가눌 수 없어 외바퀴 손수레에 실려 운반되어야 했던 돼지가 훈장 추서식에서 말한 대로 “평생 애써 노력하다” 죽은 돼지일 수는 없었다. 피아노 케이스에 담겨 묻힌 돼지가 웃기지 않는다고 설득하려면 아마 늙은 스퀼러 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을 것이다.
늙은 돼지 가운데 마지막으로 실권을 장악한 자는 미니머스였다. 그는 앞서 그 자리에 올랐던 다른 돼지들과 마찬가지로 1세대 반란 영웅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 몇 편을 쓴 것 외에 아무도 그가 한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동물이 그의 등극에 놀랐다.) 미니머스는 튼튼했지만 나이는 아주 많았다. 그래서 다음 후계자 문제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젊은 세대 가운데 가장 막강하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돼지 핑크아이가 새로 마련된 ‘차세대 지도자’ 자리에 선임되었다.
그래서 핑크아이는 새끼 오리와 어린 양에게 입을 맞추었고, 미니머스는 바쁘게 농장을 관리했다. 말 없는 ‘지도자’ 미니머스는 두려워하고 존경할 신비한 존재였다. 늘 그래왔듯이 개들은 그에게 충성했고, 다른 돼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새롭게 전례 없이 차분한 분위기가 지배했는데, 이것은 더 나은 미래의 징조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가올 어두운 날들의 징조일 수도 있었다.
어느 날 밤 ― 평소와 다름없는 정상적인 5월의 밤 ― 축사의 여러 방에서 아주아주 특별한 소동이 벌어졌다. 지평선에 달이 낮게 걸려 있을 때 정문에 형체가 하나 나타난 것이다. 묘한 형체였다. 주름 잡힌 바지와 옷깃이 넓은 거무스름한 양복을 입고 있어 낯설었다. 이 동물(동물일까?)은 두 발로 걸었으며 구두와 테가 있는 모자 차림이었고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몇 걸음 뒤의 염소도 비슷한 차림이었다. (염소일까? 그래, 염소였다. 틀림없이 아주 세련된 염소였다.)
바깥문을 지키던 개가 이 한 쌍을 보고 사납게 짖어댔다. 하지만 축사의 동물들은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다. 바깥문의 개들은 유난히 흥분하기 쉬운 짐승들로서 달그림자나 좀벌레처럼 전혀 해롭지 않은 것에도 불끈하여 으르렁거리곤 했기 때문이다. 암소 하나는 개들이 또다시 이렇게 무례하게 잠을 깨운 것에 약이 올라, 밤이라 아무도 누가 그랬는지 모를 것이라 생각하여 용기를 냈겠지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어어!”
그러나 사실 바깥문에서 벌어진 장면은 암소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셰퍼드가 흥분한 원인은 좀벌레가 아니라 낯선 존재 때문이었는데, 신중하게 선택한 말 몇 마디가 오가는가 싶더니 경비견이 앞의 두 다리를 꿇고 배로 기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개는 입을 다물고 눈을 크게 뜬 채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엉덩이 밑으로 감추었다. 서류 가방을 든 한 쌍은 쪽빛 하늘에 왠지 불길하면서도 우아한 실루엣을 박으며 더 입을 열지도 않고 바깥문을 돌파했다.
건초 다락의 자기 자리에 앉아 축사의 갈라진 틈으로 달을 지켜보던 고양이 노마만이 유일하게 그 짧은 대화 장면을 목격했다. 노마는 대부분의 고양이가 그렇듯이 매너 농장의 일원이 되는 것보다는 고양이로 사는 데 관심이 컸다. 그럼에도 아주 품위 있는 동물이었다. 또 늘 장난기가 넘쳤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이 따가운 햇볕 속에서 씨근거리고 있는데 혼자 그늘 속을 한가하게 돌아다니는 때만 아니면 널리 환영을 받았다.
“스스스스스스스스스!” 그녀는 깨진 유리창에 대고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등이 활처럼 휘고 발톱이 늘어나고 털은 곤두섰다.
그러자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고양이와 늘 동조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시궁쥐들이 즉시 잠을 깼다. 시궁쥐들은 노마가 그들의 보금자리 근처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밤에 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붙임성이 좋은 고양이가 그들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궁쥐를 하나 고르면 그 불쌍한 쥐는 죽도록 뛰놀아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이런 불안한 상황이 조성되었는지 직접 알아보려고 높은 들보를 따라 바삐 움직였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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