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거미줄은 나의 집
나만이 나를 매달 수 있고
나는 끝까지 나를 뜯어낼 수 있다
비가 내린다
흘러서 고이는 이름들
나의 거울들 오늘은 괴물이 웃는다
몸이 검고 매끄럽고 슬프다
하염없이 노래를 부른다
시끄럽게 빠져나가는 것들
박힌 못을 빼내는 대신에
걸어둘 것을 서둘러 찾는다
열걸음 스무걸음
나머지 한발짝을 남겨둔다
누덕누덕 기운 자루를 끌고 간다
그 안에 누가 있는가
내가 끌고 내가 담는다
나를 담고 내가 당긴다
내가 없는 나의 목소리
빈수레가 돌아가는 골목길
우리는 영원히
우리는 조금씩 우리가 아니고
은혜이고 메이이고 진구이고
약간의 웃음기가 필요한 사람들
왼발이 오른발 앞으로 나아가고
곧바로 오른발이 왼발로 나아간다
적은 바람에도 방해를 받는 사람들
발걸음 속에서 깊어지는 것
가까워지는 것
담장 위의 고양이가 골목길을 간단히 내팽개치면
밤의 사이렌을 따라 골목길을 수습하는 사람들
우리는 조금씩 우리를 버리고
뚜껑을 잃어버린 볼펜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아닌 듯 달빛을 삼킨다
저 별은 격렬히 사라지는 중이지만
밤하늘을 지키기 위해 기도는 하지 않는 사람들
세금 미납 통보 속에 있는가
신호 위반 고지서에 있는가
우리는…
침대를 증오하며
누운 채 누워서 더 드러눕고 싶다고 생각한다
생각 속에서 무너진 우리는
왼발을 쭉 뻗어 닿을 수 있는 세계와
오른발을 쭉 뻗어 닿을 수 있는 세계 사이에서
소리 없이 웃는 연습을 한다
우리는 격렬히 우리가 되고 싶어서
은혜가 되고... 매이가... 진구가...
이름이 말라가는 사람들
과도
사과를 깎는데 자꾸 네조각이 되었다. 4란 무엇인가. 집 안을 발칵 뒤집어 먼지를 일으켰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호흡하고 재채기를 하고. 맛과 기분과 호흡을 나누는 사이 우리는 부지런히 가구를 옮기고. 그래서 달라졌는가. 곤충은 온갖 소리를 낸다. 팔십만종의 곤충이 한꺼번에 울어댄다면 이 세계는 거대한 스피커처럼 울리겠지만. 썩은 것을 부지런히 파고드는 입들. 사과를 깎는데 여덟조각이 가능하다. 8이란 또 무엇인가. 발가락이 간지럽다. 소리가 없는 개미는 쉽게 눌러 죽일 수가 있다. 개미는 돌아가고 개미집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구멍으로 부지런히 드나드는 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과는 열두조각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사과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고. 다른 손은 너무 쉬워지지만 개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