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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신
여러분은 신을 믿는가?
어떤 신을 믿는가?
인류 역사 내내 세계 모든 곳에서 수천 명의 신이 숭배를 받아왔다. 다신론자polytheist는 동시에 많은 신을 믿는다.(theos는 ‘신’을, poly는 ‘많은’을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보탄오딘은 북유럽인의 최고신이었다. 그 밖의 북유럽 신들로는 발드르미의 신, 토르강력한 쇠망치를 들고 다니는 천둥의 신와 그의 딸 스로드가 있었다. 스노트라지혜의 여신, 프리그어머니 여신, 란바다의 여신 같은 여신도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도 다신론자였다. 그들의 신들도 북유럽인의 신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강렬한 욕정과 감정을 지닌 매우 인간적인 존재였다. 12명의 그리스 신과 여신은 같은 일을 한다고 알려진 로마의 신들과 짝을 이룬다. 예를 들면 신들의 왕인 천둥·번개의 신 제우스로마의 신은 유피테르, 그의 아내 헤라유노, 바다의 신 포세이돈넵투누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베누스,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날아다니며 신들의 전령 노릇을 한 헤르메스머큐리, 술의 신 디오니소스바쿠스가 있다. 지금까지 존속하는 주요 종교 중 힌두교도 수천 명의 신을 섬기는 다신교이다.
수많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자신들의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 신들에게 기도하고, 동물을 제물로 바쳤으며, 행운이 찾아오면 그들에게 감사하고, 일이 잘못되면 그들을 탓했다. 그런 고대인들이 틀렸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알까? 왜 지금은 아무도 제우스를 믿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대부분은 그 오래된 신들에 관한 한 ‘무신론자atheist’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유신론자theist는 신 또는 신들을 믿는 사람이고, 무신론자atheist ― atheist의 ‘a’는 아니다‘라는 뜻이다 ― 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한때 로마인은 초기 그리스도인이 유피테르나 넵투누스, 또는 그 부류의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신론자라고 불렀다. 요즘 우리는 그 말을 어떤 신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 사용한다.
여러분도 그럴 거라고 예상하지만 나는 유피테르, 포세이돈, 토르, 베누스, 큐피드, 스노트라, 마르스, 오딘, 아폴로를 믿지 않는다. 나는 오시리스, 토트, 누트, 아누비스, 그의 형제 호루스 같은 고대 이집트 신들을 믿지 않는다.(호루스는 예수나 세계 곳곳의 많은 다른 신과 마찬가지로 처녀에게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었다) 나는 하다드, 엔릴, 아누, 다곤, 마르두크 같은 고대 바빌로니아 신들을 믿지 않는다.
나는 안야누, 마우, 응가이, 아프리카의 태양신들을 믿지 않는다. 또한 빌라, 그노위, 왈라, 우리우프라닐리, 카라우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이 섬기는 태양의 여신들도 믿지 않는다. 나는 아일랜드의 태양의 여신 에다인, 달의 신 엘라하 같은 켈트 신화의 수많은 신과 여신 중 누구도 믿지 않는다. 나는 중국의 물의 여신 마주, 피지의 상어 신 다쿠와카, 히타이트의 바다의 용 일루얀카를 믿지 않는다. 나는 엄청나게 많은 하늘의 신, 강의 신, 바다의 신, 태양신, 별의 신, 달의 신, 날씨의 신, 불의 신, 숲의 신 중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 밖에도 믿지 않을 신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나는 유대인의 신 야훼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이 유대인, 그리스도인, 또는 이슬람교인으로 자랐다면 야훼를 믿을 가능성이 꽤 높다. 그리스도교인들과 이슬람교인들은아랍식 이름인 ‘알라’로 유대인의 신을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고대 유대교의 분파이다. 그리스도교 《성경》의 첫 번째 부분은 순수하게 유대교의 경전이고, 이슬람교의 성서인 《코란》은 유대교 경전들에서 일부가 유래했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함께 묶어 흔히 ‘아브라함’ 종교라고 부르는데, 세 종교 모두 신화상의 족장 아브라함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유대인의 시조로도 추앙받는다. 우리는 잠시 후 아브라함을 다시 만날 것이다.
이 세 종교를 모두 일신교라고 부르는데, 이는 신자들이 오직 하나의 신만을 믿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장한다’는 표현을 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오늘날의 지배적인 신 야훼는 고대 이스라엘인의 부족 신으로 소박하게 출발했다. 고대 이스라엘인은 야훼가 그들을 ‘선택받은 백성’으로서 보살핀다고 믿었다.(야훼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숭배받는 것은 역사적 우연이다. 즉 서기 312년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개종한 후 로마제국이 그리스도교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웃 부족에게는 그들만의 신들이 있었고, 그들은 그 신들이 자기들을 특별하게 보호해준다고 믿었다. 그리고 고대 이스라엘인은 자신들의 부족 신인 야훼를 섬겼지만, 그렇다고 가나안 사람들이 섬긴 다산의 신 바알 같은 라이벌 부족들의 신을 믿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야훼가 더 힘이 세고,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질투가 매우 심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야훼는 다른 신들에게 추파를 던지다 들키면 화를 당할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현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일신교인지도 석연치 않다. 예컨대 그들은 사탄그리스도교 또는 샤이탄이슬람교이라 불리는 사악한 ‘마귀’의 존재를 믿는다. 마귀는 그 밖에도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예를 들면 베엘제불, 늙은 닉, 사악한 자, 적대자, 벨리알, 루시퍼 등이다. 그리스도인과 이슬람교도는 마귀를 신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신과 같은 힘을 가진 자로 간주하며, 마귀가 사악한 힘으로 신의 선한 힘에 맞서 장대한 전쟁을 벌인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흔히 더 오래된 종교들로부터 사상을 물려받는다. 선과 악의 장대한 전쟁이라는 개념은 아마도 페르시아의 예언자 자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초기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 왔을 것이고, 조로아스터교는 아브라함 종교들에 영향을 주었다. 조로아스터교는 선의 신아후라마즈다이 악의 신앙그라 마이뉴과 결전을 벌이는 두 신 체제의 종교였다. 지금도, 특히 인도에 소수의 조로아스터교도가 있다. 조로아스터교는 내가 믿지 않으며, 여러분도 아마 믿지 않을 또 하나의 종교이다.
특히 미국과 이슬람 국가들에서 무신론자에게 겨눠지는 아주 괴상한 비난 중 하나는 무신론자들이 사탄을 숭배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무신론자는 선한 신을 믿지 않는 것만큼이나 악한 신도 믿지 않는다. 무신론자는 초자연적인 것은 어떤 것도 믿지 않는다. 오직 종교인들만이 사탄을 믿는다.
그리스도교는 다른 면에서 봐도 다신교에 가깝다. ‘아버지, 아들, 성령’은 ‘세 분이 한 분이요, 한 분이 세 분’삼위일체으로 묘사된다. 이 표현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를 놓고 수세기 동안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삼위일체는 마치 다신교를 일신교에 쑤셔 넣는 공식처럼 들린다. 그리스도교를 ‘삼신교’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동방의 정통 가톨릭교회동방정교회와 서방의 로마가톨릭교회가 일찍이 갈라진 것은 주로 다음 질문을 둘러싼 논쟁 때문이었다. 성령이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나오는가나온다는 게 뭘 의미하든, 아니면 단지 아버지에게서만 나오는가? 신학자들은 실제로 이런 종류의 문제를 궁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다음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있다. 로마가톨릭교도에게 마리아는 실질적으로 여신이다. 그들은 마리아가 여신임을 부인하면서도 여전히 마리아에게 기도한다. 그들은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고 믿는다. 그게 무슨 뜻일까? 가톨릭교도는 우리 모두가 ‘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아기는 죄를 짓기에는 너무 어린데도 말이다. 어쨌든 가톨릭교도는 (예수처럼) 마리아는 예외였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모든 사람은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죄를 물려받는다. 사실 아담은 실존하지 않았으므로 죄를 지을 수도 없지만 가톨릭 신학자들은 그런 사소한 사실에 굴할 사람들이 아니다. 또한 가톨릭교도는 마리악 우리처럼 죽는 대신 영혼과 더불어 육체도 ‘승천’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마리아를 머리 꼭대기에 작은 왕관을 얹은 ‘천국의 여왕’으로때로는 ‘우주의 여왕’으로까지! 묘사한다. 이쯤 되면 마리아는 적어도 수천 명의 힌두교 신 중 어느 하나 정도 되는 여신으로 보인다.(힌두교도들에 따르면 그 수많은 신은 단지 유일신의 서로 다른 버전일 뿐이다) 고대 그리스인, 로마인, 북유럽인이 다신론자였다면 로마가톨릭교도도 그렇다.
로마가톨릭교도는 성인들 개개인에게도 기도한다. 성인은 특별히 거룩하다고 여겨져 교황으로부터 ‘시성된’ 죽은 사람을 일컫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483명의 새로운 성인을 시성했고, 지금의 교황 프란치스코는 하루에만 적어도 813명을 시성했다. 많은 성인이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며 그런 능력 때문에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 또는 특정 집단의 사람이 그들에게 기도한다. 성 안드레아는 생선 장수들의 수호성인, 성 베른바르도는 건축가들의 수호성인, 성 드로고는 커피숍 주인들의 수호성인, 성 굼마로는 나무꾼들의 수호성인, 성녀 리드비나는 스케이팅 선수들의 수호성인이다. 여러분이 인내를 위해 기도할 필요가 있을 때 가톨릭교도는 카시아의 성녀 리타에게 기도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믿음이 흔들린다면 성 십자가의 요한에게 기도해보라. 괴롭거나 정신적 고뇌에 시달린다면 성녀 딤프나가 최선의 선택이다. 암 환자들은 성 페레그리노를 찾는 경향이 있다. 열쇠를 잃어버렸다면 성 안토니오가 최고이다. 그다음에는 천사들이 있다. 천사들은 다양한 계급이 있는데, 가장 높은 곳에 치품천사가 있고, 대천사를 거쳐 여러분의 개인적 수호천사로 내려온다. 이번에도 로마가톨릭교도는 천사가 신 또는 반신반인임을 부인할 것이고, 자신들은 성인에게 실제로 기도를 하는 게 아니라 단지 신에게 잘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슬람교도도 천사를 믿는다. 그들은 ‘진djinn’이라 불리는 귀신도 믿는다.
나는 마리아와 성자들 그리고 대천사와 천사들이 신인지, 반신방인이지, 둘 다 아닌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사가 반신반인인지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요정이 픽시pixy와 같은지 논쟁하는 것과 같다.
여러분은 아마 요정과 픽시를 믿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세 아브라함 종교인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 중 하나를 믿으며 자랐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어쩌다 보니 그리스도인으로 자랐다. 나는 그리스도교 학교에 다녔고, 열세 살 때 영국국교회에서 견진성사를 받았다. 그리고 열다섯 살 때 마침내 그리스도교 신앙을 포기했다. 내가 신앙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는 이랬다. 나는 아홉 살 즈음에 이미 내가 만일 바이킹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오딘과 토를 굳게 믿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났다면 제우스와 아프로디테를 숭배했을 테고, 현대로 와서 내가 만일 파키스탄이나 이집트에서 태어났다면, 예수가 그리스도교 성직자들이 가르치는 것처럼 신의 아들이 아니라 단지 예언자일 뿐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내가 다닌 그리스도교 학교에서 가르친 대로 예수를 메시아라고 믿는 대신 오래전에 약속된 구세주 메시아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 부모를 따라 그들 나라의 신 또는 신들을 믿는다. 이런 신앙은 서로 모순되고, 따라서 모두 옳을 수는 없다.
만일 그 신앙 중 하나가 옳다면 어째서 여러분이 태어난 나라에서 우연히 물려받은 신앙이 옳아야 하는가? 비꼬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충분히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아이가 부모와 같은 종교를 따르고, 그것이 항상 옳은 종교가 된다는 게 놀랍지 않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어린아이들에게 부모가 믿는 종교로 꼬리표를 붙이는 습관이다. ‘가톨릭교도 어린이’ ‘개신교도 어린이’ ‘이슬람교도 어린이’처럼 말이다. 종교적 견해를 갖기는커녕 아직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들에게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그게 ‘사회주의자 어린이’ ‘보수주의자 어린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해 보이고, 실제로 아무도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무신론자 어린이’라는 말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앙 없는 사람을 부르는 명칭이 몇 가지 더 있다. 이름 있는 신들 중 어느 누구도 믿지 않지만 ‘무신론자’라는 말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어떤 사람은 단지 “나는 알지 못해. 우리는 알 수 없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흔히 자신을 ‘불가지론자agonostic’라고 부른다. 이 단어‘알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를 만든 사람은 ‘다윈의 불도그’로 잘 알려진 찰스 다윈의 친구 토머스 헨리 헉슬리이다. 그에게 다윈의 불도그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는 다윈이 너무 겁을 내거나 너무 바쁘거나 너무 아플 때 공개 석상에서 다윈을 위해 싸웠기 때문이다. 자신을 불가지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 중 일부는 신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확률은 반반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건 설득력이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헉슬리도 내 생각에 동의했을 것이다. 우리는 요정이 없음을 증명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요정이 존재할 확률과 그렇지 않을 확률이 50 대 50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더 분별 있는 불가지론자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종류든 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름 있는 신들은 믿지 않지만 그래도 ‘어떤 종류의 더 높은 힘’ ‘순수한 정신’, 우주를 설계했다는 것 외에는 우리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창조적 지능이 존재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신을 믿지 않아요.(아마 아브라함 종교의 신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이런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를 ‘범신론자’라고 부른다. 범신론자가 무엇을 믿는지는 다소 모호하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 “나의 신은 모든 것입니다.” “나의 신은 자연입니다.” “나의 신은 우주입니다.” “나의 신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것의 깊은 신비입니다.” 위대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 마지막 의미로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가 말한 신은 ― 아브라함의 신이 하듯 ― 여러분의 기도를 듣고 여러분의 속마음을 읽고 여러분의 죄를 용서하는 (또는 벌주는) 신과는 매우 다르다. 아인슈타인은 그런 일을 하는 인격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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