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양의 비애
‘울렌타운’Woolen Town이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었다. 원래 이 마을은 양, 돼지, 닭이 사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양은 온순했고, 돼지는 낙천적이었고, 닭은 부지런했기 때문에 마을은 활력과 여유와 넉넉함이 넘쳐났다. 이대로 지속되면 좋았으련만!
어느 날 사자가 어슬렁어슬렁 마을에 들어 왔다. 마을의 식구들은 긴장을 했지만, 한 주 동안 별일은 없었다. 사자가 별말 없이 마을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주일 정도가 지나 마을 탐색을 끝낸 사자가 갑자기 사납게 돌변했다.
“이제부터 이 땅은 내 것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이 땅은 모두의 것이라고 배웠는데…’ 마을식구들은 항의하고 싶었지만, 쩌렁쩌렁한 사자의 포효에 주눅이 들어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평화로운 마을은 삽시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내 땅에서 모두 나가!”
모두 불안에 떨며 짐을 부리나케 싸고 있을 때 사자가 말했다.
“단, 양은 빼고!”
동물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양만 남으라고? 공포가 밀려왔다. 사자가 양을 식량으로 쓰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제일 불안한 양이 조심스럽게 사자에게 말했다.
“저도 친구들을 따라 가고 싶어요!”
“안 돼!”
사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돼지와 닭은 양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사자가 마음이 변할까 봐 얼른 짐을 쌌다. 돼지와 닭은 사자가 아직 돼지고기와 닭갈비의 맛을 모르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물들이 모두 떠난 뒤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양에게 사자가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모든 집과 마당을 사용하고 맘껏 뛰어 놀아라!”
“뭐라고요? 진짜입니까?”
양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사자는 맹수들로부터 양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주었고, 심지어 보디가드로 개까지 붙여 주었다. 양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드넓은 초원에 먹을 것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살이 토실토실 오르고 식구들도 많이 불어났다. 그래도 양들만 살았기 때문에 공간이 넉넉했고 울타리와 개들이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마냥 행복했다.
쫓겨나 힘들게 살고 있던 돼지와 닭이 이 소식을 못 들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이제 사자와 양이 공모해서 자신들을 쫓아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었다.
“그래, 사자가 아니라 양이 우리를 잡아먹은 거야!”
울타리 안의 행복한 양을 보면서 마을의 옛 친구들은 양이 사자를 충동질해서 자신들을 쫓아냈다는 생각을 굳혀 갔다. 분노가 일었다. 이때부터 돼지는 양이 사는 쪽을 향해 ‘꿀꿀’이라고 울었는데, 이것은 ‘내가 지금 얼마나 꿀꿀한지 알아?’라는 뜻이었다. 닭은 아침마다 울타리 너머까지 소리가 들리도록 “꼬끼요!”라고 울었다. 이것은 사자에게 양의 고기를 먹으라는 원한 맺힌 울부짖음이었다. ‘꼬끼요’는 ‘고기요’라는 소리의 된발음이다.
양은 냉담하고 원한에 가득 찬 옛 친구들의 태도에 당황했지만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찜찜한 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사자가 이발사와 멋진 옷을 입은 신사를 데리고 나타났다.
“양아, 이리 와라. 네 털 좀 깎아야겠다.”
양은 늘 하던 보통 이발로 생각을 했는데, 이발사는 양이 거의 맨살이 드러날 지경까지 털을 깎고 또 깎았다.
“추워요!”
“가만히 있어!”
양의 몸뚱이 곳곳에 피가 맺혔지만 사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잘 먹이고 재웠더니 털이 좋군. 이 정도의 털이면 높은 가격을 쳐주겠지!”
옆의 신사는 머리를 끄떡였다. 순간 양의 머리를 ‘번쩍’ 스치고 지나치는 것이 있었다.
“아, 저 신사의 멋진 옷은 양의 털로 만들어진 것이구나!”
사자가 아니라 사자를 고용한 저 신사가 모든 불행의 원인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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