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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대 여성이라는 근시안적 관점
다윈이 진화론을 구상한 사회는 식민지 군대를
미화하고, 정숙한 아내들에게 충실하고
성적으로 수동적인 역할을 종용하던 사회였다.
현대사회에서, 성적 능력을 과시하고,
바람기를 정당화하고, 여성의 관점을 무시하고 싶은
일부 과학자들은 그 정확성에 대한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성 선택 이론을 계속해서 옹호한다.
─ 조안 러프가든Joan Rough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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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관계성을 설명하는 일에 관한 한, 진화심리학은 다윈 시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모범 답안을 충실하게 반복한다. 이 답안에 따르면, 연애란 가능한 한 많은 자식을 생산하는 일이다. 사랑, 친밀함, 그 밖의 감정적 행동들은 냉정한 번식 경제학에 딸린 부차적인 일에 지나지 않는다. 게이와 레즈비언은 자신들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지 않으므로 진화적으로 비정상이다. 결과적으로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을 정의하는 것은 서로 상충하는 번식 전략이다. 집안 배경, 개인사, 교육, 사회화, 저마다 독특한 존재론적 딜레마 같은 것들은 잊어라. 당신이 이성애자 남성이라면, 어떻게 하면 당신의 씨를 가능한 한 널리 그리고 멀리 퍼뜨려야 할지가 당신의 인생 전체 ─ 성격, 목표, 바람, 성취를 포함해 ─ 를 결정한다. 그리고 당신이 이성애자 여성이라면, 모든 것이 난소의 나이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당신은 성격, 목표, 바람, 성취에 대한 걱정을 그만두는 게 좋다.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이 당신의 유일한 인생 목표일 뿐 아니라, 50세가 되면 당신은 퇴물이 될 운명이다. 솔직히 30대 중반이면 욕조에 들어가 손목을 긋는 게 낫다. 당신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이 좀 지나치지 않느냐고? 이 장의 끝부분에 이르면 ─ 앞 단락의 요약이 조롱하는 것임을 인정한다 해도 ─ 진화심리학이 하는 말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기본부터 시작해보자. 성 선택의 모범 답안에 따르면, “남성은 구애하고 여성은 선택한다.” 암컷 공작이 화려한 꽁지깃을 과시하며 유혹하는 수컷 공작들 사이에서 짝을 고르고, 암컷 고릴라가 힘을 과시하는 수컷들 가운데서 짝을 고르듯이, 여성들은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 즉, 해변가의 별장, 스포츠카 등을 좀 더 있어 보이도록 과시하는 결혼 적령기의 독신 남성들 사이에서 짝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축구, 하키, 여타 거친 스포츠 능력도 도움이 된다(테니스와 피겨 스케이팅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러한 운동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모를까). 몇몇 진화론자들은 시와 유머가 먹히는 여성들도 있음을 인정한다. 일부 여성들은 백 달러 지폐보다 재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범 답안의 전반적인 요지는 돈으로 (그리고 높은 지위로) 여성들을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 여성들도 있을 테니, 진화론적 추론 방식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노골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진화론에 따르면, 여성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선택만 하면 되므로, 이성에게 (또는 다른 방식으로) 어필하는 매력적인 특징들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 이런 면에서 여성들은 진화 무대에서 뒷전에 밀려나 있는 것이다. 신의 머릿속에서 이브가 뒷전이었던 것과 비슷한 셈이다. 간단히 말해, 만일 당신이 지적 능력, 야망, 창의성, 상상력, 일반적인 경쟁력에서 남성들보다 뒤떨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번식 의무를 완수하는 데 이러한 특징들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당신은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테니까(또는 그 문제를 위해 시를 쓸 필요도 없다). 당신은 젊고, 예쁘고, 생식력만 있으면 된다. 오히려 더 복잡한 형질들 몇몇은 당신이 진화적 임무를 완수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앞장에서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그 임무는 ‘훌륭한 겁탈자’를 당신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 많이 낳는 것이다.
‘구애하는 남성과 선택하는 여성’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남성들은 까탈스러운 여성들에게 구애하는 반면, 여성들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순결을 지킨다. 그리고 우리는, 남성의 정자는 무한히 공급되는 반면 여성의 난자는 개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간단한 사실로 성 차이의 거의 모든 측면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물학은 운명이라는 말을 듣는다. 남성은 섹스를 밝히는 반면 여성은 섹스를 싫어하고 남성은 다다익선인 반면 여성은 ─ 귀중한 난자를 아무한테나 낭비하기 싫어서 ─ 신중하고 정숙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성의 밝힘증에 대한 진화론의 수사는 자주 과장된 어조를 띤다. 예를 들어 밀러는 이렇게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수컷 종들은 자신의 적응도와 무관하게, 그리고 이성에 대한 매력과 무관하게 섹스를 밝힌다. 따라서 그들은 암컷의 감각을 뚫어야 할 보안 시스템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왜 수컷 비둘기들이 암컷의 눈앞에서 장시간 우쭐대며 걷는지, 왜 남성이 잡지 광고에서 본 여성을 유혹하는 방법에 관한 책자나 가짜 페로몬을 사는지를 잘 설명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여성들은 어떨까? 여성에 관한 한 진화심리학은 1857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빅토리아 시대의 유명한 의사인 액턴 경Lord Acton은 이렇게 단언했다. “여성들 대다수는 성욕으로 문제를 겪는 일이 없다(그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남성들은 습관처럼 느끼는 욕구지만, 여성들에겐 예외적인 욕구일 뿐이다…. 여성들의 성욕이 대체로 중지된 상태로 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설령 욕구가 일어난다 해도(많은 경우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남성의 욕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훌륭한 어머니, 아내, 가정 관리자들은 섹스에 탐닉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가정, 아이들, 집안일에 대한 사랑이 그들이 느끼는 유일한 열정이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여성은 자기 자신을 위해 성적 쾌감을 갈구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단지 남편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순순히 응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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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동물》에서 라이트는 액턴 경의 진술을 인용하면서 남녀 차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또한 그는 시먼스의 생각에도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먼스는 1970년대에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모든 사람에게 성관계는 여성이 남성에게 하는 서비스로 받아들여진다.” 라이트는 일부 현대 여성들은 섹스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지닐지도 모른다고 시인한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 그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날린다. “그렇다 해도, 신다윈주의 패러다임은 남성의 성욕과 여성의 성욕에는 어떤 차이들이 존재하고, 남성의 성욕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남성과 여성의 성욕 차이에 대한 이러한 확신이 남성 저자들이 쓴 진화론 책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동안, 세라 허디Sarah Hrdy 같은 몇몇 여성 연구자들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사촌인 영장류의 성행동을 포함한 진화적 기록에서 남녀의 성욕 차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노력했다. 남성들의 성욕은 강하고, 억누를 수 없고, 상대가 누구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지만, 여성들은 성욕 자체가 없다는 말을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라이트의 경우, 성에 대한 이중 잣대에서부터 성녀 – 창녀 이분법(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에 이르는 모든 것이 이 논리로 잘 설명된다. 또한 억누를 수 없는 성욕을 가진 여성들이 “비슷한 성욕을 지닌 남성들과 달리 비정상으로 간주되지” 않는 문화는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도 이 논리로 잘 설명된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는 문화적·종교적 이념의 영향에는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고, 오랫동안 여성의 성을 그토록 강하게 억압한 이유를 설명하지도 못한다. 억압할 대상이 애초에 없다면 ─ 즉 라이트와 그의 동료들이 묘사하는 것처럼 여성들이 실제로 무성적 존재라면 ─ 왜 여성의 성에 그토록 많은 제약을 가할까?
인간의 성을 다루는 진화론 문헌을 조사하는 동안 내가 반복해서 떠올린 이미지가 있었다. 일군의 남성 과학자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남자는 움직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섹스 하는 성욕 과잉의 종마인 반면, 여자는 근사한 식사와 값비싼 약혼반지로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물리력으로) 꼬드겨야 하는 존재라는 가설을 만족스러운 듯 음미하는 장면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액턴 경이 여성들을 어떤 종류든 성욕에 시달리지 않는 순수한 존재로 본 것은 그럴 수 있다 치자. 마찬가지로 다윈이 비글호 탐사 도중에 영국 여성이 얼마나 “천사 같고 선한 존재”인지 “잊을 뻔했다”고 탄식한 것도 그럴 수 있다 치자. 결국 우리는 문화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하지만 21세기에도 여성의 성에 대한 이런 식의 고리타분한 생각이 건재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진화 이론의 이러한 측면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라이언과 제타의 비판에 따르면, 다윈 이래로 지금까지 진화론자들은 그들 문화의 성규범뿐 아니라 남녀의 서로 다른 성행동에 대한 개인적 이상을 진화적 과거에 투사시켜왔다. 따라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나 진화론의 모범 답안이나 과학적 타당성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그 모범 답안은 무화과 잎처럼, 과학으로 재포장된 빅토리아 시대의 시대착오적인 판단으로 인간의 성에 대한 진실을 가린다.”
러프가든은 “현대 성 선택설의 예측에 따르면 사회적 진화의 결과는 기본적으로 호색적이고, 잘생기고, 건강한 전사들이 신중하고 감식안이 탁월한 처녀들과 짝짓기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범에서 벗어나는 사례들은 따로 빼서 특수한 논증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성 선택설의 문제를 날카롭게 요약한다. 러프가든의 책 《진화의 무지개Evolution’s Rainbow》는 동물의 세계에서 발견되는 매우 다양한 성 표현과 섹스 관행을 보여줄 뿐 아니라,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여전히 유효하다 해도 다윈의 성 선택설 ─ ‘밝히는 남성과 조신한 여성’의 원형을 생산하는 이론 ─ 이 과학적으로 부정확한 이론이라는 다양한 이유들을 제시한다. 한가지 이유는, 인간의 짝짓기는 동물의 짝짓기처럼 정자 전달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섹스는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러프가든에 따르면 어떤 진화 심리학자들은 마치 ‘콘돔 발명’ 이전에는 출산과 무관한 섹스가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많은 동물 종에서 암컷들이 여성처럼 섹스를 먼저 시도하고, 수컷도 때때로 거부한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암컷들이 항상 유전적 자질을 보고 수컷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암컷의 성적 자유분방함을 보여주는 많은 증거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동성 간의 성행위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 사이에도 흔하다. 러프가든에 따르면 “성 선택설에는 문제가 하도 많아서 그 모든 구멍을 막기란 불가능하다. 어쩌다 생기는 하나의 구멍은 막을 수 있지만, 이 많은 구멍을 다 메우기란 불가능하다. 성 선택설은 널리 퍼진 동성애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기 오래전부터 물이 새고 있었고, 동성애는 최종적인 어뢰였다.”
한 과학 이론이 “수많은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아마 문제가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이론일 것”이라고 러프가든은 지적한다. 현재 성 선택설은 수많은 예외, 수많은 반례를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이론이 대학 교재와 일반 대중을 겨냥한 진화론 책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을까? 러프가든의 설명에 따르면, 첫 번째 이유는 성 선택설이 다양성을 잘 설명하지 못할 때 그것을 불합리한 현상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일부 진화심리학자들이 “여성들과, 성규범에 부합하는 이성애자 남성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비하하는 비윤리적인 성 고정관념들을” 지속시키는 일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남성의 오만”이라고 러프가든은 솔직하게 평한다. “오늘날의 성 선택설에 따르면,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문란한 것은 정자가 값싸기 때문이고, 따라서 남성들은 임신시킬 여성들을 찾아 끊임없이 두리번거린다…. 번식이 멈추어 멸종하는 일이 없도록 남성은 주저하는 여성을 제압할 자연적 권리를 부여받았다.” 내가 이러한 부분 ─ 비판적 시각으로 진화 관련 책들을 조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백히 알 수 있는 부분 ─ 에 대해 러프가든을 광범위하게 인용하는 것은,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이 인문학과 과학 사이 전투만이 아니라, 두 진영의 과학자들 ─ 과학의 (명백히 부정확한) 현 상태를 방어하는 사람들과, 이론 주창자의 이념적 바람을 단순히 믿기보다는 실제 데이터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 ─ 사이의 전투임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 다루는 것은, 사회가 정상으로 규정하는 규범을 넘어서 생각할 필요, 그리고 임신시키는 일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생각해야 할 필요임을 보여주고 싶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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