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廢紙어느 산 밑허물어진 폐지 더미에 비 내린다폐지에 적힌 수많은 글씨들폭우에 젖어 사라진다그러나 오직 단 하나사랑이라는 글씨만은 모두비에 젖지 않는다사라지지 않는다나무 그림자햇살이 맑은 겨울날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 한그루가무심히 자기의 그림자를 바라본다손에 휴대폰을 들고 길을 가던 사람이자기 그림자를 이끌고나무 그림자 속으로 걸어들어가 전화를 한다무슨 일로 화가 났는지 발을 구르고허공에 삿대질까지 하며나무 그림자를 마구 짓밟는다나무 그림자는 몇 번 몸을 웅크리며신음 소리를 내다가사람을 품에 꼭 껴안고 아무 말이 없다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희망에는 희망이 없다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희망에는 절망이 있다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당신을 사랑한다(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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