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동적평형'
모이는 곳 _ 사당솔밭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_ 직장인
추천도서
1. 서울 선언 (김시덕 지음, 열린책들 펴냄)
2. 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민음사 펴냄)
3. 화염과 분노 (마이클 울프 지음, 은행나무 펴냄)
4.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이영산 지음, 문학동네 펴냄)
한 가지 업종에서 지속해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대부분 직장인은 주 5일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직장 동료와 함께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친해진다. 사적으로 친하다고 하더라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만나다 보면, 대화가 일 이야기로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드물지 않게 친구동시에 직장동료와의 대화가 일의 연장선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현대인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공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들 만나면, 이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색채를 자신의 삶에 덧칠할 수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다소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은 이렇게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 만나기’가 아닐까.
애서가 직장인들이 모인 ‘동적평형’은 2014년 10월에 처음 만나, 올해 4주년을 맞이했다. 처음으로 함께 읽은 책이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평형』이기에 이를 독서동아리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회원들은 이공계 전문가, 기타리스트, 디자이너, 철학 전공자, 교사 등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조합을 자랑했다. 이들은 매달 독서 모임을 통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두터운 우정 또한 쌓고 있었다. 한 회원은 자신의 인생이 ‘동적평형’에 잠식되었다며, 독서 모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능 한파가 뒤늦게 찾아 온 듯 찬바람이 매서웠던 11월 16일, ‘동적평형’을 만나기 위해 사당솔밭도서관을 찾았다. 독서 모임 시작은 7시 30분이었지만, 그 전에 이미 회원들은 모두 도착해 만담을 나누고 있었다. 회원들이 모두 직장인이기 때문에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다.
16일에는 앨런 소칼의 『지적사기』를 읽었다. 이 도서는 미국의 학계에서 이뤄지던 지적 남용을 수많은 인용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준다. 회원들은 책이 너무 어려웠다고 했지만, 그런 불평이 무색하게 회원들은 ‘지적 남용이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내는지’, ‘자신이 목도한 지적 남용은 무엇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회원들의 전문 분야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서로 모르는 내용을 배우기도 하고, 같은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기도 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후끈한 토론 열기에 감탄했다.
‘동적평형’은 매달 어떤 방식으로 도서를 선정하는지 궁금했다. 동아리 운영진이 매월 독서 테마를 정하면, 회원들이 일주일간 읽고 싶은 도서를 추천한다. 추천된 도서를 대상으로 투표가 이루어지고,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도서가 선정된다. 간혹 회원의 강력한 추천도서가 있으면 투표를 생략하고 최종 주제도서로 선정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함께 읽은 책의 장르는 소설, 에세이 등 무척 다양하다. 운영진 배연지 씨는 매월 모임을 하다 보니, 너무 전문적이거나 분량이 긴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희곡이나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자 노
력하고 있다고 했다.
회원들은 독서 모임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책을 읽게 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혼자 하는 독서’와 ‘함께하는 독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책의 장르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홀로 책을 고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늘 읽는 장르, 관심 있는 분야로 한정되기 마련이다. 즉, 편협한 독서를 하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함께 책을 고르면 내가 관심이 없던 분야를 접하기도 하고, 생각해 본 적 없던 문제에 관해 이야기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방식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동적평형은 4년이나 된 만큼 친목이 매우 두텁다. 다 함께 셰어하우스에 사는 건 어떠냐는 농담까지 오가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독서 모임에서 파생된 사모임도 여러 개가 있다고 한다.
“함께 만나서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서로의 집에 방문도 하며 여행을 가는 친목 교류 또한 저희 정체성의 한 축을 이루고 있어요. 책뿐만 아니라 여러 취미와 관심사를 함께 공유하는 만큼,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모임을 지속하기 위해 회원들 간의 배려와 이해는 분명히 필요하죠. 동적평형이 우리 모두에게 ‘인생의 반려’ 같은 모임이 되기를 바라요.”
“동적평형은 삶의 위로에요. 오늘같이 모임이 있는 날이면 항상 직장에서 실없이 웃어요. 이 시간이 기다려지거든요. 그래서 직장동료들이 모임이 있는 날이면 항상 ‘너 오늘 기분 좋아 보인다’고 해요. 저에게는 이 모임이 정말 소중해요.”
“낯선 사람이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어요. 저 자신이 신기해요.”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달했다. 퇴직 후에는 40년가량의 ‘제2의 인생’의 막이 오른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짧고도 긴 인생을 알차게 살 수 있을까. 끊임없는 ‘일’은 분명 그 해답이 아닐 것이다. ‘동적평형’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느 직장인보다 활기찼다. 그리고 그들의 빛나는 눈동자에서 그 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과정 안에 행복한 삶을 위한 ‘인생의 지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정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