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ce·leb·ri·ty〔〕 n. (pl. -ties)
1 명사, 유명인
2 명성
3 (유명) 연예인; [형용사적] 유명한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공주가 되어 보는, 백마 탄 왕자님의 설레는 키스를 꿈꾼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꿈은 정말 꿈으로만 만족해야 하는 21세기.
그래도 다행히 공주의 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키워드가 탄생했다. 그것은 바로 한 시대를 풍미하는 트렌드 아이콘인 ‘셀러브리티!!’. 새로운 스타일을 수용하는 트렌드세터인 이들의 영향력은 점차 커져 셀러브리티 워너비 들이 속속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
15세기 여자들이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게 되는 공주님을 꿈꾼다면
21세기 여성들은 ‘셀러브리티’를 꿈꾼다.
이 소설은 셀러브리티를 꿈꾸는 그 모든 여성들을 위한 소설이다.
* 루이비통에서 리미티드로 나온 제품. 루이비통 스펠링이 낙서처럼 어지럽게 쓰여 있는데 핑크, 오렌지, 형광연두 색이 있다. 백, 레깅스, 지갑 등 여러 가지 제품으로 출시 됐고 이 제품이 한국에 출시되던 날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소수의 VIP 위주로만 예약판매를 했다는데도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 cctv를 이용해 검증까지 할 정도였다. 셀러브리티 협찬으로 사전 마케팅에 완벽히 성공한 케이스. |
*주의*
이 소설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으니 그 점을 염두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아, 얘는 혹시 그 연예인??"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괜찮으나 단정 짓지는 말아 주십시오.
prologue
‘고야드’ 백.
‘에르메스’ 버킨 백.
‘마크 제이콥스’ 백.
‘루이비통’ 그래피티* 백.
그리고,
‘멋진 남자들’의 공통점은
여자들로 하여금 키스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거다.
왜 신은 여자들을 그들 앞에서 한없이 약한 존재로 만드신 것일까. 그리고 신은 왜 하필! 날 그것들을 다 가질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나게 만든 것일까. 아마도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한 번쯤 심각하게 고민해봤을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세상의 어떤 여자라도 평생에 단 한 번쯤은 그려봤을 만한 꿈이 하나 있다.
중국어로는 ‘格格’, 일본어로는 ‘??(ひめさま)’, 독일어로는 ‘prinzessin’, 영어로는 ‘princess’, 한글로는… 바로 ‘공주님’이다. 운명인지, 필연인지 더블엑스(XX) 염색체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게 된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내가 태어나서 제일 처음 듣게 된 문장은
“옛날 옛날에 ○○○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답고, 마음씨도 고운 공주님이 살고 있었어”
였을 것이다.
밤이면 밤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꿈속으로 흘러들어가던 나는 어느 날, 졸린 눈을 애써 동그랗게 뜨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내 왕자님은 언제와?"
"글쎄. 언젠간 오겠지?"
"오긴 오는 거야?"
"당연하지."
"그럼 나도 왕자님과 그 후로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가 되는 거야?"
엄마는 이 질문에서 살짝 망설였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어서 자자. 우리 공주님."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멈칫했던 그 순간, 속으로 ‘개뿔’이란 단어를 외쳤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날 공주라고 착각하게 만든 엄마의 ‘우리 공주님’ 발언은 말 그대로 ‘우.리.집.구.석.’ 공주님이었을 뿐이었다. 멋진 왕자님과 만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모두의 공주님이 아니라. 어쨌든, 그것이 내 스스로를 공주님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세 살 때 일이다.
다섯 살이 되자 어느 정도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나름 고차원적인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공주 = 여자이고,
여자 = 나 인데,
공주 = 나는 왜 아닐까?
대체 무엇이 문제기에 그런 걸까?’
지금에 비하면 지극히 얕은 지식과 짧은 경험으로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문제의 원인은 바로 아빠와 엄마에게 있었다. 분명 나는 핑크색 머리띠에 촘촘히 웨이브 진 머리, ‘샬라라 원피스’를 입고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 비친 아빠와 엄마는 아무리 뜯어봐도 단 1퍼센트조차 왕과 왕비를 닮지 않았었다. 어쩜 그들은 공주의 시중을 드는 시녀나 하인만도 못해 보였다.
“내가 공주가 될 수 없는 건 다 아빠, 엄마 때문이야.”
라고 울분과 억울함을 토해냈을 때, 아빠는 날 무릎에 앉혀놓고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얘길 들려주곤 하셨다.
“만약 백제가 안 망하고 계속 갔으면 어쩜 너도 공주가 될 수 있었는데. 난 왕이 되고…."
당시 백제는커녕 고구려, 신라도 모르는 날 두고 그렇게 말하는 아빠의 표정이 워낙에 심각하고, 게다가 서글퍼 보이는 바람에 난 오히려 내가 아빠를 위로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내 이름은 이현이고 성은 ‘백’이다. 물론, 아빠의 성도 ‘백’이고.
또 세월이 흘러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난 내가 공주가 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을 강구해냈다. 그 모티브는 바로 신데렐라. 그렇다. 방법은 간단(?)했다. 내가 왕자와 결혼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분명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서,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왕자님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여자로 선택받았고, 그 결과 공주로 신분상승의 꿈을 이뤘다.
난 왕자와 결혼한 공주들을 하나씩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주라는 족속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움, 우아함, 지혜로움, 고상함 등의 면모를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살짝 모자란 모습―가시에 찔리질 않나, 패션의 필수 아이템인 구두를 흘리고 다니질 않나, 남이 주는 사과를 덥석 받아 깎.지.도 않은 채 함부로 먹질 않나―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곧잘 위험에 빠졌지만 진실한 사랑만이 모든 것을 이겨낸다고 믿어서 그 믿음의 힘으로 늘 악의 무리들을 물리치고 왕자님과 달콤한 사랑에 빠지곤 했다. 공주들은 모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자들의 맘을 설레게 할 목적으로 태어났다고밖에 볼 수 없는 왕자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곤 했던 것이다.
난 꼭 그런 공주가 되기로 결심했으며, 반드시 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하여 나를 좋아하던 또래의 아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노력했다. 왜냐구? 나는 그런 코흘리개 같은 아이가 아니라 반짝반짝 빛이 나는 왕자님의 공주가 될 텐데, 성급하게 질이 확 떨어지는 연애를 할 수는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미래의 공주로서 지저분하고 창피한 과거는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기특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과 다짐들은 급기야 초등학교 5학년 ‘나의 소원 말하기’ 시간 때,
“저의 꿈은 공주님이 되는 것 입니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발언은 반 아이들에게 ‘올해 크리스마스 땐 산타할아버지의 정체가 여자라는 것을 파헤쳐 협박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괴상한 발표를 한 내 짝꿍보다 더 큰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그 일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이현이는 약간은 모자란 아이’라고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날 좋아하는 남학생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상관없었다. 누가 고백을 해오든 왕자님이 아니라면 거절할 거였으니까.
그러나 조금 더 나이를 먹자, 난 드디어 공주가 되고 싶다는 꿈이 21세기 현실상, 특히나 입헌군주제도 아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는 완전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비루한 현실과 타협하기 이전에 꿈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본 결과, 난 그 방법을 찾아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