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난 그물을 뜰 거예요. 비둘기들을 모조리 잡을 수 있는 튼튼하고 넓은 그물을 뜰 거예요.”
어머니가 비둘기들을 사냥할 수 있는 커다란 그물을 뜨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다만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은 세상을 구하는 일이오.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하는 일이란 말이오. 할 수 있겠소?”
그러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물론 이에요.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어딨겠어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는 마치 공상과학만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대화처럼 들려서 나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공명을 일으켰는지, 아버지와 어머니도 함께 웃었다. 나는 두 분을 응원하고 두 분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이렇게 외쳤다.
“이제 비둘기들 다 죽었어!”
그러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또 다시 웃으셨다. 어머니는 그물을 짜고 나는 새총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어머니의 그물은 아마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나 완성될 것이다. 나는 그동안 새총으로 비둘기들을 사냥하기로 했다. 나는 모든 비둘기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지만 우선은 상대적으로 살이 더 많이 찐 비둘기, 나는 것조차 버거워 보여서 더 이상 새라고도 부를 수 없는 비둘기, 땅 위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비둘기였다. 그런데 마음이 약한 나는 아직까지 비둘기를 한 번도 사냥하지 못했다. 언제나 마음만 앞설 뿐이다. 혹시 나는 비둘기에게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
달구 편으로 옥희 씨에게 편지를 보낸 지도 이틀이 지났다. 아직 옥희 씨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사실 내가 보낸 편지 안에서 응답을 바란다는 말을 한 적이 없으므로 내가 옥희 씨의 답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옥희 씨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다고 해서 내가 서운해할 이유도 없다. 애초에 달구에게 편지를 전할 때 마음먹은 것처럼 나는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 그녀에게 전한 것에 만족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을 보니 시침이 오후 세 시를 가리키고 있다. 달구네 식당이 조금 한적할 시간이다. 나는 달구에게 핸드폰 문자를 보내본다.
“달구야, 지금 식당이 한가하면 잠깐 놀러 가도 되니?”
3분쯤 지나니 답이 온다.
“그래요, 형. 형이 놀러 오면 나야 좋죠 ^^.”
그런데, 달구에게서 온 답 문자를 확인한 순간부터 알 수 없게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내 흉부 안에 대장간의 난쟁이가 들어서 마구 풀무질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아, 이렇게 가슴이 뛰면 안 되는데.
“그래 지금 갈게.”
다시 답 문자를 보낸 나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외출복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다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어머니가 약장 앞 나무 의자에 뜨개질바늘을 쥔 채로 앉아 졸고 계신다. 나는 어머니를 깨우지 않으려고 까치발을 하고 현관 쪽으로 나아갔지만 귀가 밝으신 어머니가 내 기척에 놀라 잠에서 깨나신다. 피곤하실 만도 할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저렇게 웅크린 자세로 항상 뜨개질을 하고 계시니 말이다.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셨는지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상문이 어디 가니?”
어머니가 하품을 하면서 내게 묻는다. 그 모습이 참 귀여우시다. 달구가 어머니를 ‘호호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된다.
“네 달구네 식당에 가려구요.”
“그래, 잘 다녀와. 끼니 때는 꼭 집에 들어오구.”
그렇게 말한 어머니는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뜨개질에 열중할 태세다. 아, 어머니의 뜨개질은 과연 언제쯤 끝이 날까. 얼마나 크고 튼튼하게 짜야, 이 세상의 비둘기들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그물이 만들어질까. 나는 희망과 노파심과 간절함과 불안 따위가 섞인 한숨을 조용히 내쉬면서 수정한의원의 문을 열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