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요즘 매일 옛날 신문을 읽고 있다. 아버지는 옛날 신문에 났던 미담 기사, 다시 말해 우리가 살았던 지나간 시절의 어간에서 일어났던 일 중에서 아름다웠던 일들만을 찾아서 읽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제오늘 일어난 일로 간주하시고는 한껏 유쾌해하신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면 옆에서 뜨개질하던 어머니는 “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대요. 정말 잘 됐네요.”하면서 맞장구를 치신다. 어머니 역시 지난 시절의 일을 오늘의 일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시는 것이다. 조금 전, 일층에 내려갔을 때에도, 아버지는 나를 보더니, 여보란 듯 신문을 펼치면서 낮에는 공장에 다니면서 어렵게 독학으로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한 고학생의 사연을 이야기해주셨다. 옛날 기사를 현실로 착각하는 아버지. 이것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아버지의 취미다. 틀림없이 아버지의 취미를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라도 희망에 접속해야지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선량함을 알고 있다. 나는 아버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힘주어 묻고 싶다. 희망 없이 어떻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희망 없이 어떻게 삶이 아름답다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내가 처음으로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래서 평생 아름다운 시를 쓰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때도 다만 옛날 신문 한 부를 꺼내 손가락으로 한 토막의 기사를 짚어주실 뿐이었다. 아버지가 손가락으로 짚은 부분에는 매년 연말, 고아원에 적지 않은 돈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기부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독지가의 정체가 평생을 폐품 수집으로 살아온, 결코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할머니였다는 내용의 미담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내게 넌지시 물었다.
“이 할머니의 삶처럼 너의 시가 아름다울 자신이 있다면 시인이 되거라.”
나는 그 말을 듣고 울컥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울음 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네, 아버지, 제 시를 기필코 아름다운 삶에 바치겠어요.”
지금 동네 사람들은 우리 아버지를 괴팍한 돌팔이 한의사라고 부른다. 우리 아버지를 명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모두 동네를 떠나갔다. 더 이상 아버지를 명의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으므로 아버지는 명의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알기로, 우리 아버지가 당신을 찾아온 동네 사람들에게 했던 말은 오직 한마디였다.
“마음의 병을 고쳐야 몸의 병도 고칠 수 있소.”
아버지는 그 말 말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탐욕, 무절제, 극도의 흥분, 이기주의, 지배욕, 정도가 넘는 쾌락 등이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들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몸에 병이 나서 찾아온 이들은 하나같이, 그런 뻔한 말은 집어치우고 약효가 금방 나타나는, 말하자면 효력이 쎈 약재들을 처방하거나 바로 침이나 놔주기만을 바랐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들의 처방을 포기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당연히 아버지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우리 의원을 찾는 대신 근동에 들어선 종합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사람은 하늘의 말을 듣지 못하고 환자들은 의사의 말을 듣지 못했다. 마치 하늘을 향한 포문처럼 서 있는 타이어 공장의 굴뚝에서는 계속해서 검은 연기가 뿜어졌다. 검은 연기는 밤하늘을 더욱 어둡고 음습하게 만들었다. 별은 이미 안 보인 지 이미 오래였다. 사람들은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아도 별다른 불평이 없었다. 그것에 무심했고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별이 사라지고 비둘기 떼가 하늘을 덮었다. 사람들은 비둘기들이 여전히 마을을 뒤덮고 있는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위안과 긍지를 느끼는 것 같았다. “괜찮아, 비둘기들이 있는 한, 우리 마을은 평화와 낭만이 넘치는 천국이야.” 사람들은 모두 비둘기를 별이라고 보는 착시현상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별을 셀 수 없는 하늘 밑에 사는 우울하고 슬픈 시인. 나는 다소 비감한 기분으로 나의 초상을 그렇게 상상해보았다. 비둘기들은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고 점점 더 심술궂게 변해갔다. 비둘기들은 거짓평화의 메신저였다. 비둘기는 기만 덩어리 그 자체였다. 우리 가족은 결국 비둘기를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