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형. 할머니 말이에요.”
나는 이번에는 사소한 호기심이 부추긴 의문을 형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바로 할머니의 뜨개질 말입니다. 할머니가 매일같이 뜨개질로 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거든요.
“형, 할머니 말이에요. 내가 볼 때마다 항상 뜨개질을 하고 계시거든요. 한 번도 뜨개질 바늘을 손에서 놓고 계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도대체 할머닌 무얼 뜨고 계시는 건가요? 참 그런데, 이런 걸 내가 궁금해해도 되나.”
“하하.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야지. 네 말이 맞아, 우리 어머닌 매일 뜨개질을 하셔. 아마도 가족들 식사 준비할 때랑 화장실 가실 때를 빼면 한시도 뜨개질 바늘을 손에서 놓지 않으실 거야. 하하 우리 어머닌 참 귀여운 구석이 있으시단 말야.”
“그래서 도대체 뭘 뜨시는 거예요?”
나는 조급하게 다시 묻자 상문이 형은 무언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다시 한번 형의 얼굴이 조약돌 같다고 느껴집니다.
“달구야, 너만 알고 있으렴. 어머닌, 아버지에게 좋은 선물을 하기 위해 저렇게 매일 뜨개질을 하시는 거야. 어머니가 뜨개질로 뜨는 게 무어냐 하면 바로 그물이야. 이 동네 비둘기들을 한꺼번에 모조리 잡을 수 있는 그물 말야. 어머니는 비둘기를 잡을 그물을 뜨고 계시는 거야.”
“헉.”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나옵니다. 상문이 형의 대답이 너무나도 상상 밖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가 비둘기를 잡기 위한 그물을 뜨고 계신다니. 이 동네의 비둘기들, 못 헤아려도 수천 마리는 됨직한 비둘기들을 모두 잡으려면 엄청나게 큰 그물이 필요할 텐데, 그걸 할머니 혼자서 한코 한코 뜨개질로 뜨고 계시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어떻게 그 수많은 비둘기를 그물로 잡을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일인지도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의문이 머릿속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지만, 상문이 형의 표정이나 말투가 너무 확고해서 나는 더 물을 생각을 단념합니다.
그런데, 한의원에 들어오면서 보았던 할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30년이나 지난 옛날 신문을 읽고는, 그것을 마치 어제오늘 일어난 일처럼 말했던 장면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나는 조금 조심스럽게 상문이 형에게 할아버지 얘기를 꺼냅니다.
“형, 저기, 형도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저기 아까 들어오면서 보니까 할아버지가요.”
“응 우리 아버지가 왜?”
“네, 할아버지가 30년 전의 신문을 읽으시면서 마치 오늘 일어난 일처럼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형에게 조심스레 얘기하는 거예요.”
“아하 난 또 뭐라구.”
형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은 담담한 목소리입니다.
“형도 알고 있었어요?”
그러자 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합니다.
“나도 처음엔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어. 대체 왜 저러시나 했지. 그런데 지금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데요.”
내가 그렇게 묻자, 상문이 형은 아마도 나에게 어디까지 설명해주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잠시 주억거리더니 작심한 듯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시인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달구야, 말하자면 아버지는 희망이 거세된 시대를 견디는 방법을 나름대로 고안해내신 거야. 그게 바로 옛날신문 찾아 읽기지. 아버지 성격이 워낙 꼼꼼하셔서 예전부터 구독하고 있는 신문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연도와 월별로 차례차례 창고에 보관해두셨거든. 그중에서 희망적인 뉴스가 있던 날짜의 신문을 끄집어내어 저렇게 읽어보시곤 해. 그러면서 그 뉴스가 바로 어제 혹은 오늘 일어난 일로 간주하는 거지. 그렇게 함으로써 희망이 없는 이 시대, 갈수록 희망과 등을 지는 우리 현실의 끔찍한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시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