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상문이 형의 표정이 여전히 어두운 걸로 봐서는, 만세 형과 동창이었다는 사실이 상문이 형에게 그다지 유쾌한 기억을 불러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네 동창이라고 해서 전부 다 친해야 하는 사이는 아니니까요.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상문이 형의 다음 말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이윽고 형이 다시 입을 여네요.
“달구야. 내가 너에게 이제 너의 형이 되는 만세에 대해서 이런 얘기 하는 게 적절치는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어. 너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니까.”
“네. 말씀하세요, 형.”
“만세는 결코 학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어. 그는 학생보다는 양아치에 가까웠지. 힘세고 키가 큰 아이들과 어울려서 수많은 아이들을 괴롭혔거든. 나도 그에게 당했던 학생 중 하나였고.”
둔기가 뒤통수를 빠르게 치고 달아나는 것 같습니다. 나는 형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면서 되묻습니다.
“어떻게 당했는데요.”
“돈도 빼앗기고 얻어맞기도 하고 그랬지.”
“…”
“일주일 전쯤에 우리 동네에 사는 중학교 동창 녀석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거든.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 만세가 곧 제대를 하는데, 우리 동네에 자기 엄마가 새로 차린 식당에 들어가 살 것 같다고. 그 동창 녀석도 학교 다닐 때 만세한테 당한 게 많아서 그 말을 전하면서도 몹시 우울한 표정을 짓더군. 아무튼 그 얘길 듣고서 혹시 그 식당이 너네 식당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정말 그렇다니 마음이 복잡하구나.”
“아, 그랬군요.”
“안 해도 될 말인지는 모르지만 만세는 또 언젠가는 한 학년 아래인 여자 후배를 강제로 추행해서 무기정학을 당한 적도 있어. 그때 걔네 엄마, 그러니까 지금의 네 새엄마가 학교에도 여러 번 오셨을 거야. 교실에 들려오는 얘기는 만세 엄마가 여학생의 부모와 팔을 걷어붙이고 싸웠다는 것이거나, 그걸 말리는 선생님들 하고도 몸싸움을 벌였다는 거였어. 선생님들은 만세 어머니 말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였어. 담임선생님이 종례 시간에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는구나. 어머니를 보니, 아들의 비행이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알 수 있겠다고. 말하자면 만세 어머닌 용서를 빌러 온 게 아니라 자기 아들 입장에서 학교랑 싸우러 온 거였지. 그 모자가 학교에서도 유명했지.”
상문이 형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 내 마음은 무척이나 참담해집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는 내심 나의 새엄마와 그의 아들, 다시 말해 나에게 형이 될 사람이 훌륭한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들한테 폐는 끼치지 않는, 그래서 손가락질은 받지 않는 사람들이길 바랐습니다. 내가 바란 건 그뿐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일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길 바라는 건 비단 저 혼자만의 예외적인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상문이 형이 전해준 새엄마와 만세 형의 모습은 상상 속에서조차 재구성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뿐이니, 제 마음이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진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런 마음을 아는지 상문이 형이 경직되었던 목소리를 다소 누그러뜨리고 말을 하네요.
“미안하다, 달구야. 그래도 너에겐 새엄마와 형이 되는 사람들인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전하게 돼서. 사실 너는 내가 참 좋아하는 동생이어서 내 마음이 참 많이 혼란스럽구나.”
나도, 형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부러 밝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아니에요. 형, 오히려 제가 형한테 미안한데요 뭘.”
“하하. 그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