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누구냐면 바로 새엄마의 두 아들이에요. 그러니까 새엄마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요. 네, 맞아요. 새엄마 역시 결혼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던 거죠. 아버지와 다른 게 있다면 아버지는 배우자와 사별을 한 경우이고 새엄마는 이혼을 했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새엄마의 두 아들을 아직도 잘 알지 못해요. 이 두 사람에 대해서 제가 여태 말을 하지 않았던 것도 다 그 때문입니다. 한집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아직 두 사람을 제대로 관찰할 기회를 갖지 못했어요. 새엄마의 두 아들 중 한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형뻘이고, 한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적으니 동생뻘이에요. 그들은 아버지와 새엄마가 결혼을 하면서 법적으로 저에게 형과 동생이 되었어요. 저는 저에게 형과 동생이 한꺼번에 생겼다는 사실이 좀 황망하게 느껴질 뿐, 그다지 기쁘지는 않아요.
형은 제대를 불과 보름 정도 앞둔 군인이라고 하더군요. 말하자면 말년 병장이죠. 경기도에 있는 육군보병 사단에서 근무하고 있대요. 그리고 동생은 지금 유도부가 있는 큰 도시의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동생은 새엄마의 전남편 집에서 산다더군요.
큰형은 아버지와 새엄마가 결혼을 하는 날 처음 보았어요. 그때 휴가를 나왔었죠. (자신의 엄마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를 청원하는 군인의 기분이 가끔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 너무나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자세히 살핀 건 아니지만, 처음 본 형의 인상은 지나치게 말이 많아서 가벼워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어두운 색깔의 군복과 둔탁해 보이는 군화가 어색할 정도로 말이죠. 야무지고 얼굴선이 뭉툭한 새엄마와는 달리, 턱이 뾰족하고 눈매가 매서워서 인상도 그리 순하지는 않았는데 거기에 말까지 빠르니, 신뢰가 가는 인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죠. 그는 처음 본 저에게도 다짜고짜 반말을 했어요. 물론 제가 동생뻘이니까 그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내심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형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죠. 아무튼 그는 날카롭고 경박하고 신중하지 못한 인상만을 남기고 다음날 군대로 복귀했죠.
유도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동생은 두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새엄마의 전남편 집에서 살면서 다른 도시의 중학교에서 주로 합숙을 하면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는 아주 가끔 오고는 했어요. 그런데 동생은 형과는 달리 또 지나치게 말이 없는 것이었어요.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말이 없다는 게 조신하다거나 신중한 인상을 주었다는 말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의뭉스러움을 동생은 가지고 있었죠. 가끔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신음처럼 흐흐흐 웃는 소리를 내곤 했는데, 그것은 몹시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였어요.
형의 이름은 만세이고 동생의 이름은 천세입니다. 그들의 원래 성은 조씨였다고 하더군요. 얼핏 들은 바로는 만세 형은 제대를 하게 되면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군대 가기 전에 대학에 다녔던 것도 아니고, 직장생활을 했던 것도 아니래요. 그렇다면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영장을 받고 군대에 갔던 것이니 제대를 한 이후에도 당장 변하는 건 없겠지요.
가끔 손님이 없는 오후 시간에 아버지와 새엄마가 제대를 앞둔 만세 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을 때가 있는데, 아버지와 새엄마가 나누는 이야기의 내용은 주로 만세 형에게 어떤 일을 시킬까 하는 것이었어요. 보통 이야기를 시작하는 쪽은 새엄마죠. 어느 사이 새엄마는 아버지에게까지 반말을 하고 있어요.
“만세가 나를 닮아서 영리하고 똑똑하긴 한데, 인내심이 없는 게 문제야. 당신 생각엔 그애에게 무슨 일을 시키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