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 누나는 이미 우리 가족이고, 여기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해.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야.”
하지만 누나의 생각은 이미 확고한 것 같았어요.
“달구야, 물론 나도 너를 내 동생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동안 아저씨와 네가 오갈데 없는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걸 생각하면 눈물이 나도록 고맙지. 내가 무얼 해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어.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내가 떠나가야 해. 그것이 아저씨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는 길이고 새로 오시는 아주머니한테도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야.”
결국 그날 저녁, 옥희 누나는 아버지에게도 이 집을 떠나겠다는 말을 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아버지의 태도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였어요.
아버지는 이 집을 떠나겠다는 옥희 누나의 뜻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거든요. 아, 그때 분명 아버지는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게 분명해요. 정말이지 무엇엔가 흠뻑 취한 듯 아니 홀린 듯, 평소의 아버지를 생각할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판단을 하곤 했거든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새엄마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나, 가족처럼 정답게 지내던, 오갈 데 없는 옥희 누나를 내보내겠다고 생각한 것들이 모두 그런 것들이죠.
나는 다시 한번 아버지에게 말했어요.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항의 비슷한 걸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옥희 누라를 내보낼 수가 있어요? 전혀 알지 못하는 새엄마와 받아들이기 위해서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을 내보낸다니, 그건 너무 매몰찬 행동 아닌가요?”
그러자 아버지는 내 눈동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더군요.
“달구야. 네 엄마와 관련된 일들은 가급적 빨리 잊고 싶어. 우리가 옥희와 함께 살게 되면, 계속 네 엄마 생각에 사로잡힌 채 살게 될 거야. 그건 너무 괴롭고 슬픈 일이야.”
저는 아버지의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어요. 아버지의 말은 결국 어머니를 빨리 잊고 싶다는 말이었으니까요. 결국 저는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면서 아버지에게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버지, 엄마를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잊으려고 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을 못하시더군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옥희 누나는 우리 집을 떠나지 않게 되었고,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고 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냐구요. 그건 바로 새엄마가 완곡하게 옥희 누나가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을 바랐기 때문이에요. 정말 놀랍게도 새엄마가 옥희 누나를 여전히 우리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우리 집에 머무는 것을 허락했던 거예요. 옥희 누나가 우리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던 당사자인 새엄마가 옥희 누나가 우리 집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하자, 옥희 누나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는 신기루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어요. 새엄마가 옥희 누나의 사정을 듣고 아버지와 나에게 한 말은 이런 것이었요.
“오갈 데 없는 과년한 여자애를 어디로 보낸다고 내보내요 내보내길. 지금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지 알기나 해요. 옥희가 이곳을 떠나면 바로 음흉한 사내들의 표적이 되고 말 거예요. 그나마 사회에서 배운 일이 식당 일이니, 이곳에서 계속 지내면서 세상 일을 배워나가는 게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