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옥희 누나가 우리 집에 와서 식당일을 거들기 시작한 후부터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젊고 예쁜 옥희 누나가 있으니까 식당의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생기 있고 밝아진 것 같았죠.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옥희 누나를 보면 입술이 마를 정도로 참 참하다고, 아들만 있으면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씀들을 하셨죠. 실제로는 중신을 서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시는 어른들도 계셨어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타이어공장의 풋풋한 남자직원들도 쭈뼛쭈뼛 토담집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부끄러운 목소리로 밥을 시키던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죠.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 젊은 노동자들 중 그 누구도 옥희 누나에게 직접 말을 걸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들은 순수했고 맑았기 때문이에요. 옥희 누나를 치근덕대는 사람도 그때까지는 전혀 없었어요. 제가 생각할 때 그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식당이 ‘토담집’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네, 우리 집이 토담집이었다는 것이 그 모든 가능함의 이유였어요. 토담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강요하거나 권고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토담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웃는 것만이 허용되었지요. 그건 물론 그들 자신이 정하고 그들 자신이 허락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터득했어요. 그리고 자신의 상처보다는 다른 사람의 상처를 눈여겨보고 그것에 귀를 기울였죠. 그것은 마치 마법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동네에 떼거지로 몰려든 비둘기가 아마도 그 이상한 변화의 전조였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저녁 근심어린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시던 엄마의 말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라요.
“웬 비둘기들이 갑자기 이렇게 많아졌지.”
나는 그때 이렇게 물었던 것 같아요.
“왜요, 엄마. 비둘기들은 좋은 새잖아요. 예쁘기도 하고요.”
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비둘기를 좋은 새라고, 예쁜 새라고 생각했지요. 엄마는 내게 말했어요.
“비둘기가 좋은 새라는 건 알지만, 좋은 것도 갑작스럽게 몰려드니 좀 이상한 생각이 드는구나.”
아, 엄마는 그때 당신이 몇 개월 뒤에 비둘기 떼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실 줄을 알고 계셨던 걸까요. 네, 엄마의 말처럼 비둘기 떼의 출현은 갑작스러운 것이었어요. 정말이지 비둘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던 우리 동네에 어느 날 갑자기 비둘기 떼들이 몰려온 것이었어요. 그들은 곧바로 하늘과 가로수와 전봇대를 점령하고 무차별하게 거리를 행해 똥을 살포하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아우성이었어요. 비둘기 똥을 피해 처마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죠. 깨끗한 여학생들의 운동화가 비둘기 똥 때문에 금세 더러워졌어요. 비둘기들은 쪼아 먹을 것은 모조리 쪼아 먹었어요. 밤사이 쌓인 취객의 토사물과 하수구에서 넘쳐서 쓸려나가지 못한 음식 찌꺼기들까지 모조리 쪼아 먹었죠.
아무튼 비둘기들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우리 동네는 확실히 어수선해졌어요. 비둘기 떼가 몰려드는 걸 좋아한 사람은 세탁소 박씨 아저씨와 목욕탕 주씨 아저씨뿐이었어요. 세탁소엔 비둘기 똥에 더렵혀진 세탁물이 쌓였고, 목욕탕엔 비둘기 똥을 맞은 몸을 씻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섰죠. 동네에서 하나뿐인 세차장 진입로에도 언제나 비둘기 똥을 맞은 차를 씻기 위한 운전자들의 차가 길게 줄을 늘어뜨리고 서 있어야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