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년아, 그렇게 처신을 해서 어떻게 식당에서 일을 하니?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데, 너는 맨날 고상한 척만 하고. 계씨 동생이 뭐가 어때서. 그래도 이 식당 단골 중에서 최고 단골인데, 좀 붙임성 있게 대하면 네 얼굴에 곰팡이가 피니? 네가 얼굴이 좀 반반하다고 공준 줄 알아!”
스테인레스 냄비가 주방 바닥에 떨어지는 쿵쾅거리며 튕기는 소리가 들리네요. 새엄마가 옥희 누나를 윽박지르다가 자기 화를 못 이기고 바닥에 내던진 게 분명합니다. 아, 불쌍한 옥희 누나. 하루가 멀다 하고 새엄마에게 구박을 당하는, 눈물나라의 공주, 버림받은 천재의 딸 옥희 누나. 옥희 누나는 돌아가신 엄마를 제외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가장 순수하고 가장 예쁜 사람임에 틀림없어요. 저는 다른 건 몰라도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는 금방 알아본답니다.
아,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아직 옥희 누나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네요. 네, 지금이, 바로 지금이 옥희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좋은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옥희 누나는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시기 여섯 달 전쯤 식당 일을 도우러 우리집에 들어왔어요. 그때 저도 처음 누나를 보았죠.
어느 날 엄마는 누군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아이고, 불쌍하고 가여워라. 꼭 내게 보내세요. 제가 거둘게요. 다른 건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딸아이처럼 돌볼게요.”
그러고 며칠 뒤 엄마는 누군가를 마중하기 위해 기차역에 나가신다고 하더니 처음 보는 젊은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왔죠. 그날 밤 저녁을 다같이 먹으면서 엄마는 그 여자를 가리키며 아버지와 나에게 말했죠.
“이 아이의 이름은 옥희인데 오늘부터 우리랑 함께 살 거예요.”
아버지가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걸로 봐서는 이미 아버지와는 충분히 상의를 해둔 일인 듯했어요. 엄마의 말로는 옥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엄마 친가 쪽의 먼 친척뻘 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하도 복잡해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엄마의 작은 할아버지의 팔촌의 외사촌쯤 되는 집안의 조카딸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엄마에게서 다시 들은 얘기지만 옥희 누나의 어머니는 누나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이후 누나는 누나의 아버지와 단둘이서 살았다고 해요. 아주 궁핍하고 외롭게 말이에요. 그런데 그 아버지마저 어느 날 홀연히 중이 되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집을 나가버리자, 친척들이 옥희 누나가 의지할 곳을 수소문하다가 엄마에게까지 연락이 닿았던 것이라고 하더군요. 누나의 아버지는 출가를 하기 전에 우리 엄마의 연락처를 옥희 누나에게 적어줬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떤 것이 확실한지는 모르겠어요. 일찍이 아내로부터 버림받고 홀로 외동딸을 키웠던 옥희 누나의 아버지는 성정이 아주 괴팍했다고 해요. 원래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아주 비상해서 다녔던 학교마다 단 한번도 수석을 놓친 적이 없었던 천재였다고 했어요. 대학교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매번 장학금을 받았다고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