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씨 형제들이 비운 그릇을 치우기 위해 테이블로 다가갑니다. 의자를 넘어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계씨 형제들은 음식을 먹느라 잠시 벗어두었던 헬멧이며 선글라스 등을 쓰고 있네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비릿한 땀 냄새, 차마 사람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역겨운 냄새가 코에 훅 끼쳐옵니다. 그들의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렸을 땀이 두 뺨을 훑고 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네요. 정당하고 아름다운 노동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아닌, 그저 게걸스러운 식탐과 욕망이 쥐어짜낸 이 땀방울이 이토록 역겨운 냄새를 뿜어내고 있는 겁니다. 아, 다시 한 번 ‘사람은 자신이 먹는 것이 된다’는 상문이 형의 말이 실감납니다. 계씨 형은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 앞으로 갑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계씨 동생이 입가에 심술궂은 웃음을 가득 담고는 저쪽 테이블에서 수저통을 챙기고 있는 옥희 누나를 부르네요.
“옥희씨, 말이 나온 김에 오늘 저녁에 시간 좀 내. 내가 오토바이 태워줄게. 산천호수 쪽 풍경이 아주 좋다던데, 거기 한번 갔다 오자.”
산천호수는 이 근방의 불량배들이 죄 모이는, 소위 말하는 우범지역이죠. 계씨 형제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옥희 누나는 당연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계씨 동생이 하는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자 계씨 동생이 이번에는 주방에 있는 새엄마 쪽을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사장님, 옥희씨 저녁에 내가 잠깐 렌트해도 되지요?”
그러자 새엄마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유, 처녀총각이 좋아서 만나는 걸 어찌 말리누.”
새엄마의 말에 의기양양해진 계씨 동생은 다시 한번 옥희 누나의 이름을 부릅니다.
“이봐 옥희씨, 여기 아주머니 말 들었지, 오늘 저녁에 시간 좀 내.”
그러나 여전히 옥희 누나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묵묵히 수저통만 닦고 있습니다.
성질 급한 계씨 동생은 역정을 냅니다.
“아니 지금 인내력 테스트하나,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꾸를 해야 할 것 아냐! 어리다고 봐줬더니.”
그러면서 그는 땅딸하면서도 굵은 다리를 재게 놀려 옥희 누나 쪽으로 다가갑니다. 내 옆의 아버지는 자신의 손에 쥔 핸드폰을 바라보며 덜덜 떨고 있네요. 아마도 경찰에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거겠죠. 옥희 누나는 계씨 동생이 다가오자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차라리 그를 보지 않겠다는 듯 벽을 향해 돌아서고 마네요. 계씨 동생은 함부로 옥희 누나의 팔을 잡아서 자기 쪽으로 획 잡아끌더니, 사납게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할게. 오늘 저녁에 나랑 오토바이 타고 산천호수에 갈 시간 좀 내라고.”
그때 나도 모르게 내 주먹이 단단하게 오그라듭니다. 계씨 동생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생깁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나약하고 겁이 많습니다. 내가 감상하고 이해하는 언어가 아직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문득 궁금해서 계씨 형을 바라보니, 그는 요지로 이를 쑤시며 재밌는 일이라고 생겼다는 듯이 동생이 하는 짓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여전히 옥희 누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한 팔을 계씨 동생에게 붙잡힌 채로 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자 계씨 동생이 기어이 험악한 고함을 지릅니다.
“아니 이 아가씨가 나를 어떻게 보고 이렇게 무시를 해! 개무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