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씨 형제 중 동생 계씨 아저씨가 식당 앞에 나와 있던 나를 보고는 한마디를 합니다.
“너 언제 우리 가게에 좀 놀러 와. 오토바이 타는 거 가르쳐줄게.”
그러자 옆에 있던 형 계씨가 거듭니다.
“그래, 남자는 오토바이 정도는 탈 줄 알아야 해.”
저는 그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솔직하게 투박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아니에요. 전 오토바이 안 탈래요.”
그러자 계씨 형제가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식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반가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손님이 왔기 때문에 저도 그들을 따라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새엄마가 어느새 주방에서 뛰쳐나와서는 그들을 반깁니다. 새엄마는 계씨 동생보다는 형에게 더 관심이 많은 듯한데요. 그에게 바짝 다가가서는 브러치와 버클, 징 따위의 장식품이 요란하게 박혀 있는 그의 재킷을 손으로 쓰다듬고, 꽉 달라붙은 가죽바지를 입은 그의 허벅지 부위를 슬쩍 만지면서 노골적인 농을 건넵니다.
“아유, 계 사장님은 언제나 멋쟁이야. 마치 영화에 나오는 사람 같아. 어떻게 이리 몸이 좋누? 언제 나도 한번 저 오토바이 뒤에 타봐야 하는데, 태워줄 거지?”
그러자 계씨 형이 말합니다.
“그럼요,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시원하게 밟아드릴게요. 원하신다면 약 먹은 것처럼 뿅 가게 해드릴게요.”
그러면 옆에 서 있던 계씨 동생도 끼어듭니다. 그는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던 옥희 누나를 슬쩍 곁눈으로 보고는 말을 꺼냅니다. 옥희 누나가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분명합니다.
“저도 언제든지 태워드릴게요.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태워드릴 수 있다구요.”
계씨 형제가 테이블에 앉자, 옥희 누나가 물병을 가지고 옵니다. 그러자, 계씨 동생이 누나를 노골적으로 바라봅니다. 선글라스 안쪽에서 그의 안구가 움직이는 것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요.
옥희 누나가 물병과 컵을 놓고 주문을 받으려 하자, 계씨 동생이 결국 한마디를 하고 마네요.
“이봐, 아가씨. 쉬는 날 시간 좀 내줘. 지난번에도 내가 분명히 얘길 했는데 아무런 대답도 안 하고… 너무 날 무시하는 거 아냐?”
그러자 옥희 누나가 그 말을 자르듯이 말합니다.
“오늘도 해장국 드실 거죠?”
그러자, 스포츠 신문을 펼쳐 보던 계씨 형이 끼어드네요.
“응, 우리가 늘 먹던 걸로 갖다 줘. 그리고 말야. 동생 한번 만나주라, 뭘 그렇게 인색해. 그렇게 아껴서 누구 갖다주려구.”
그러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옥희 누나의 안색이 약간 붉어지네요. 그때 마친 채소를 떼러 농산물공판장에 갔던 아버지가 돌아옵니다. 공판장에 가서 채소를 떼오는 건 아버지의 일이고 아버지는 이틀에 한번씩 채소를 떼옵니다. 아버지가 홀 안으로 들어서자 계씨 형제가 건성 인사를 합니다.
“아저씨 어디 갔다 오나 봐요.”
그러자 아버지는 좀 계면쩍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그 인사를 받습니다.
“네, 오늘도 오셨네요. 저는 장을 좀 보고 오는 길이에요.”
그러자 계씨 형제가 참 딱하다는 표정으로 아버지의 위아래를 쭉 훑어봅니다. 아버지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계씨 형제도 세탁소 아저씨나 목욕탕 아저씨와 다른 게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