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씨 형제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사람들인지 동네 사람 중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계씨 형제는 특유의 넉살과 거침없는 입담, 그리고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우리 동네에서 금방 유명해졌습니다. 계씨 형은 언제나 가죽 재질로 만든 재킷이나 바지를 입고, 머리를 길게 길러서 뒤로 묶고 다닙니다. 한여름에도 양손에는 늘 두터운 검정색 장갑을 끼고 있는데, 그것은 전문 바이크 레이서들이 끼는 장갑이라고 하더군요. 그의 나이는 마흔 정도 되었는데, 자신이 마치 록스타라도 되는 것처럼 늘 건들건들거리는 품이 겉멋이 잔뜩 든 중학생 애들 같기도 합니다. 걷거나 뛰지 않고 서 있을 때는 언제나 한쪽 다리를 앞뒤로 흔들어대곤 하죠.
반면 늘 그와 함께 다니는, 아니 늘 그를 따라다닌다고 하는 것이 맞을 동생 계씨는 형과 같은 뱃속에서 나왔다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키가 작고 통통한 체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역시 자기 딴에는 한껏 멋을 부려, 짧은 머리칼에 늘 울긋불긋한 물을 들이고 동그랗고 테가 두꺼운 선글라스를 쓰고 다닙니다. 그리고 늘 몸에 딱 달라붙는 스판 재질의 화려한 티셔츠를 입고는 하죠. 저는 키가 유난히 작은 그가 마치 물안경처럼 투박하게 생긴 선글라스를 쓰고 자기보다 키가 큰 사람을 올려보는 모습이 퍽이나 우스꽝스러운데, 그는 아무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저는 선글라스 때문에 동생 계씨의 눈동자를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그의 눈동자를 보고 싶은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아요. 왜냐하면,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이미 그의 상한 영혼을 알아버렸고, 굳이 상한 영혼의 눈동자를 보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네 맞아요. 그는 상스러운 욕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계씨 형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오토바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인데, 나는 그 신념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오토바이를 날아갈 새라 깨질 새라 애지중지 여기면서 매일 기름을 치고 닦고 조이고 하는데, 제 눈에는 그들의 오토바이는 그냥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덩어리로만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 형제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이를테면 엔진, 쇼바, 타이어, 카울, 휠, 머플러, 핸들, 캬브레타, 마스터실리콘, 제네레이터 코일, 브레이크 패드, 레바, 벨트, 밤바 같은 말들이 사람의 말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것들이 오토바이의 부속물들의 이름이라는 건 알겠지만, 나는 그 말들이 하나같이 거칠고 투박해서 기억하고 싶다거나, 입밖으로 내어 발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연 들지 않는 것입니다.
계씨 형제의 유일한 취미는 지금 그런 것처럼,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들이 아끼는 오토바이를 몰고 이 동네를 한바퀴 돌고서는 우리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단골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거르는 날이 거의 없으니, 그들이 우리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은 아무리 못해도 일주일에 네다섯 번 정도는 될 겁니다. 그들이 즐겨 먹는 건, 새엄마가 양념과 간을 친 시뻘건 해장국인데, 딱 입맛에 맞는 모양이에요. 투가리가 테이블에 놓이자마자 그렇게 게걸스럽게 먹을 수가 없어요. 새엄마는 계씨 형제가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홀에 들어서면 귀한 단골손님이라면서 주방에서 뛰어나와 호들갑스럽게 반기곤 하지요. 새엄마가 주방에서 뛰어나와 호들갑스럽게 반기는 손님은 계씨 형제 말고도, 세탁소 박씨 아저씨, 목욕탕사장 주씨 아저씨, 부동산 권씨 아저씨, 그리고 왕경장과 정순경 등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