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러분은 지금까지 제가 한 이야기가 믿어지시나요? 단지 착하고 건강하기만 한, 운동밖에 모르던 제가 머리를 다치고 나서 세상의 언어를 이해하고 감상할 줄 알게 되었다는 사실 말이에요. 여러분이 믿건 믿지 않건 이것은 분명히 저에게 일어난 일이고, 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여러분께 이야기하고 있으니, 제 말을 의심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해요.
말이 나온 김에 고백하자면,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게 되고, 새롭고 신비로운 수많은 말들을 발견하게 되고, 말의 섬세한 무늬에 대한 자각 같은 것이 없었더라면, 언감생심 제가 어떻게 감히 여러분께 제 변변찮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생각을 했을까요. 그토록 말주변이 없는 제가 말이에요. 비록 두서없고 조리도 맞지 않지만 이렇게나마 제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겠다고 용기를 낸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머리를 다친 이후에 저에게 새로 생긴 말과 언어에 대한 감성적 능력 때문인 거죠.
시계를 보니, 시침이 오후 네 시를 향해 가고 있네요. 조금 있으면 새벽부터 나가 일했던 타이어공장의 노동자들이 교대를 하고 이 소읍으로 돌아올 거예요. 그들은 이 소읍에 집이 있고 그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저도 잘 아는 사람들이죠. 대부분이 친구의 형이거나 삼촌이거나 아버지들이니까요. 공장의 버스가 그들이 일을 마치면 이곳까지 그들을 태워다줍니다. 정확히 우리 소읍과 B소읍의 경계에 세워진 타이어공장에는 열 대가 넘는 출퇴근용 버스가 있다고 들었어요. 일 없이 놀고 있는 아들을 둔 집안의 어른들은 아들을 타이어공장의 출퇴근용 버스에 태우는 것이 소원이죠. 요즘처럼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시절에 이만한 직장이 없으니까요.
타이어공장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공장 바로 옆에 세워진 사원아파트에 살지만, 우리 소읍과 B소읍에 집이 있는 사람들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공장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매일매일 출근과 퇴근을 반복한답니다. 공장의 버스가 하루의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을 소읍에 부려놓는 퇴근시간이 되면 이 마을은 잠깐 활기를 띠죠. 그들은 집으로 가기 전에 대부분 당구를 치거나 술을 마시거나 머리를 깎거나 목욕을 하거든요. 마트나 시장에 들러 집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비교적 가정적인 사람들이죠. 만약 그날이 금요일이나 토요일이라면 집에 있던 가족들을 불러내 외식을 하기도 하죠.
‘부르릉 부릉’
고막을 찢는 듯한 지독한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가 두 대가 달려오네요.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 오토바이는 우리 식당 앞에 멈춥니다. 그와 동시에 땅바닥에 납작 부리를 대고 세탁소 박씨 아저씨가 작심을 하고 살포한 과자부스러기와 건빵부스러기 따위들을 쪼아대던 비둘기 떼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릅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사람은 우리 식당 단골 중에 단골인 오토바이 상회 계씨 아저씨 형제입니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죠.
계씨 아저씨 형제 중 한 쪽은 키가 홀쭉할 만큼 크고 한 쪽은 땅딸하게 보일 만큼 작은데, 키가 큰 쪽이 형입니다. 그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3년 전쯤 홀연히 우리 동네에 나타나 오토바이 가게를 열었어요. 그가 우리 동네에 오토바이 가게를 열고 난 뒤, 우리 동네에 일어난 변화는 전에 비해 다섯 배 정도는 소란스러워졌다는 거예요. 씩씩하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던 동네 청년들이 하나둘씩 오토바이를 사서 타고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그러자 산보를 하던 노인들과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죄 오토바이를 피해서 집안으로 피신하기 시작했어요. 어쩌다 오토바이 바퀴에 깔려 죽은 비둘기 시체를 본 여중생들은 끼악 소리를 지르며 어쩔 줄 몰라했죠. 계씨 형제들은 그런 모습을 그저 재밌다는 듯 보고만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