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와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우리 동네는 인근에 5년 전 커다란 타이어공장이 들어서 있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옷가게도 많고 식당도 많고, 편의점도 많고, 미용실도 많은 매우 활기찬 동네에요. 타이어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가 3,500명 정도인데, 그 중 20퍼센트 정도 되는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살고 있다더군요. 그걸 저에게 알려준 사람은 자전거상회 심씨 아저씨에요.
타이어공장과 더불어 우리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비둘기일 것 같아요. 네 비둘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비둘기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서는 제가 사는 동네에 대해서 충분히 묘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 동네에 있는 비둘기가 모두 몇 마리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그만큼, 어마어마한 비둘기 떼들이 우리 동네에 살고 있어요. 비둘기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오르면, 환한 대낮도 잔뜩 먹장구름이 들어찬 장마철의 하늘만큼이나 어두워질 정도죠. 이 동네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동네 초입에서부터 귀를 갉아대는 듯한 비둘기 울음소리와 마주쳐야 해요. 아무튼, 비둘기 없이는 우리 동네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외부 사람들도 언젠가부터 우리 동네의 원래 이름 비상리를 두고 그냥 비둘기마을이라고도 부르고 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이유가 비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크겠지만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비둘기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비둘기들은 자기들 멋대로 지상에 내려와서는 탐욕스러운 부리로 사람들의 발부리와 종아리를 쫒곤 하지요. 그리고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욕심껏 배를 채웁니다. 그러니까 비둘기들은 더 이상 벌레를 잡기 위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점점 게을러지는 거예요. 누군가가 비둘기를 가리켜 하늘의 쥐라고 말한 뒤부터 비둘기를 싫어하는 제 마음은 많이 편해졌어요. 그 말이 통쾌하기까지 했죠.
그토록 많이 먹는 새들이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실제로 뒤룩뒤룩 살진 비둘기들은 이제 날기조차 버거워 보입니다. 그들은 딱 전신주 높이만큼만 뛰어올라 심술이라도 부리듯 먹이를 준 사람들의 이마와 어깨 위에 똥을 싸곤 하죠. 싼다는 말보다는 싸지른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많이 먹기 때문인지 그 녀석들이 싸지르는 똥의 양도 엄청 많습니다. 작은 몸 안에 어떻게 그리 많은 똥이 들어 있는지.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비둘기 똥을 맞아 보았을 거예요. 그것은 어찌 보면 이 동네 사람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어요. 비둘기 똥을 맞아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이 동네의 정서를 이해하게 되는 거지요. 다시 말해 비둘기 똥을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이 동네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요. 이 동네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가게는 세탁소와 목욕탕이에요. 세탁소에는 비둘기 똥으로 더럽혀진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목욕탕 앞에는 비둘기 똥을 맞은 사람들이 비누와 수건을 들고 줄을 서 있습니다. 노점에 가판을 꾸며놓고 붕어빵과 떡볶이 등을 팔던, 순한 얼굴을 가진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은 비둘기 똥을 피하지 못하고 이 동네를 떠나고 말았어요. 놀이용 흔들목마가 실린 리어카를 끌고 와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노인들 역시 이틀을 못 견디고 이 동네를 떠나갔지요.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싶었지만 그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둘기 똥을 견뎌낼 수 없었던 거예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의하면 처음 이 동네에 비둘기를 가져온 이가 세탁소주인인 박씨 아저씨라는 말도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동네 대부분의 비둘기들은 지금 세탁소건물 2층의 환풍구에 떼를 지어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