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전재 (류시화 엮음, 오래된미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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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한 이의 한마디]
내게 다시 큐피드의 화살이 날아온다면
조강숙
몇 년 전 “네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TV 드라마에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보았었다. 필이 꽂혔다. 20대의 아픈 사랑의 상처로 두 번 다시 사랑은 하지 않으리라 은연중 생각하고 있었으나 나이 40이 넘으면서 그토록 쓰리던 상처도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아련한 추억으로 변할 줄이야…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염원하게 되었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가슴 떨리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고… 그토록 빛나는 감정을 어디에서 다시 느낄 수 있으랴…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바라보건대 청춘의 아름다움 중 최고가 ‘사랑’이다, 고 나는 단언한다. 사랑… 가슴 떨리는 만큼 불편하기 그지없는 감정이었지만 상대를 향한 제어하기 힘든 감정을 통해 나의 온갖 아름다움과 추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하였었다. 견디기 힘든 질투로 괴로워하고 자존심이 상해도 멈출 수 없었던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그토록 살아서 펄펄한 감정을 이후 내가 어디서 다시 느꼈을까? 아, 있었다! 뜨거운 감정이라기보다 듬직한 감정이…
아이를 뱄을 때와 낳았을 때가 그러하였다. 신기하고도 당당한 체험이었다. 지구촌에 시민권을 얻었다는 느낌… 드디어 난 땅에 발을 딛게 되었고 공중에 떠다니는 허황된 존재가 아님을 스스로 확인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사랑은 ‘일방적’이었다. 배설의 즐거움과도 같이 내 속에 고여 있던 사랑의 감정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줄 수 있고 무한히 합법적이고 편안한 사랑의 관계였다. 아이를 사랑함에 있어 자존심 상하는 일 없고 주기만 한 것이 억울하지도 않았고 배신을 염려하지도 않았다. 물론 아기 때까지이지만…
그러나 이성 간의 사랑… 그것은 많이 달랐다. 어쩌면 그런 설렘과 황홀함은 이성 간의 사랑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바람을 피우겠다는 선언이란 말인가?”하고 놀라시겠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틀에 박힌 일상을 뒤집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천만 다행히도 죽기 전에 내게 다시 큐피드의 화살이 날아온다면 기꺼이 맞아줄 것이다. 사회적 징벌은 무섭지만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일탈을 꿈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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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알프레드 디 수자 (Alfred de Souza)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시인이다. 위 시와 몇 줄의 경구를 제외하고는 알프레드 디 수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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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조강숙
지방의 모 자치단체 공무원. 공무원 20년차, 큰 아이 대학1년, 시청 여계장이라고 하면 볼일 일 없는 사람, 관료적이고 타성에 젖을 수밖에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전히 삶에 정답이 없는 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답을 찾아 헤매고, 이미 사회의 기득권층(?)이 되었는데도 기득권층에 대해 비판적인 것이 나의 현실이다. 그런 증상들의 연장선에서 오늘의 이 철없는 발언으로까지 이어진 듯 하다. 한때 우스개 소리로 결혼 휴식년제를 조례로 제정하여 결혼 10년마다 1년씩 남편과 아내 관계를 해지하여 그냥 남자, 여자로 있도록 하자고 하였다. 그랬더니 주변의 많은 기혼남녀들이 크게 환영하였다. 일상적인 관계의 틀 속에서만 상대를 보고 상대에게 보이는… 그래서 틀 속에 꼼짝없이 갇혀 사는 우리들은 무어라고 확정할 수는 없어도 자기를 찾는 모색과정을 함께 할 또 다른 타자가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세월이 갈수록 더 두꺼워지는 가면 속에서 잃어버린 참 나를 찾는 것을 용인해 줄 타자… 가슴에 슬픔이 차올라도 슬퍼할 수가 없다. 보람되고 기쁜 마음 역시 조심스럽다. 사무적인 인간관계에서 나의 감정은 불편하기만 하였고 표정관리와 감정조절의 기술만 늘었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숨길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다시 찾아온다면… 모든 가면들이 한꺼번에 날아가고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만 같다고 나는 환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