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개미 2
유하
동생이 먹다 땅바닥에 흘린
초이스 비스켓 하나
구물구물 어디서 몰려왔는지
불개미떼로 새카맣다
그 커다란 달콤한 쾌락 덩어리를
어떻게 떠메고 갈 줄 몰라
땀 삘삘 흘리는 것 같은 불개미들
많고 많은 비스켓 중에서 우선적으로
선택하라고 이름도 초이스
나나 개미나 만사 제끼고
생의 달콤한 쪽으로 눈에 불을 쓰고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은 똑, 같구나
청소하시는 어머니가 그 비스켓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니, 워메
극락 속에 지옥이 있었어!
불개미들이 혼비백산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킥킥대다
웃지 말자 일원짜리도 안 되는 부처야
대체 나라는 놈은, 현생이라는 비스켓
어디메쯤 달라붙어
한참 단꿈을 꾸고 있는가
불개미나 나나
한치 앞을 선택할 수 없는 눈먼 장님이니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서 전재 (유하, 문학과지성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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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한 이의 한마디]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김성인
개미와 같은 보잘 것 없는 삶. 부스러기 쾌락에 달라붙어
얼마나 많은 영혼을 잃어버렸을까?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겪은 후에야 내가 추구했던 쾌락은
그저 지저분하고 냄새나며 구토할 것 같은 헛된 욕망임을 알게 되지만,
천사가 아닌 이상 그 놈의 떨쳐버리고 싶은
쾌락을 거부할 이 몇이나 될까?
그렇더라도 천사가 되지 못함에 더 이상 안타깝다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되지도 못할 것에 대한 푸념이 아니라
하찮은 쾌락에 얽매이지 않고 성스러운 영혼을 가진 천사들은
그 생명이 얼마나 지루할까? 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상의 인간들이 가지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며 구토할 것 같은
치열한 싸움 끝에 얻는 그 淨化의 희열을 천사는 모르리라.
그렇다고 정작 불개미가 될 수 없는 일.
다만 그 순간, 쾌락을 꿈꾸다 지옥에 떨어지는 그 순간
잃어버린 맑은 영혼을 되찾을 수 있기만을 기도할 뿐…
그 희열을 느끼는 것. 그 간절함만이 앞을 선택할 수 없는 눈 먼
장님인 나와 불개미가 아주 조금 다르다는 위안을 줄테니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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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유하
1988년 <문예중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무림일기』,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저녁』,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가 있고 산문집으로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 등이 있다. 1993년 시집과 같은 제목의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영화감독에 데뷔하고 2000년대에 들어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로 본격적인 영화판에 뛰어든다. 가장 최근에 제작된 영화 <쌍화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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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성인
상지영서대학 강사. ‘언젠가 난 꿈을 이루어야 해. 그것이 언제가 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하루 빨리 꿈을 실현한다고 해서 반드시 완성된 인생을 오래 지속시키는 건 아니잖아? 오랜 시간을 헤매고 뒤척이며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시간들과 꿈꾸어 왔던 시간들이 바로 인생인거지…’ 늘 이런 말로 꿈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위로하며 산 세월은 이제 중년이라는 안타깝지만 그래도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시간까지 날 데리고 왔다. 비록 늦은 나이지만 이제야 나의 꿈, 화가의 길로 발을 들여 놓으며 행여 어떤 짧은 쾌락에 빠져 거칠고 그래서 순탄하지 않았을 때의 끓어오르던 강렬한 희망을 무뎌지게 하지나 않는지 근심이 된다. 그런 순간이 올 때 마다 개미와 같은 작은 존재가 쾌락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날 반추하리라. 또다시 고되고 힘겹게 꿈을 꾸는 것만이 순간의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고 순수한 영혼으로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리라. 태어나고 자란 곳 아니라도 고향이라 여길 수밖에 없는 원주의 밤이 깊어간다. 나의 긴 한숨과 조용했지만 끈질기게 끓던 열망이 이곳에서 함께 했기에 원주의 밤은 곧 나의 안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