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낸시 함멜
길을 선택해야만 했을 때 나는 서쪽으로 난 길을 택했다.
길은 유년기의 숲에서 성공의 도시로 이어져 있었다.
내 가방에는 지식이 가득했지만
두려움과 무거운 것들도 들어 있었다.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재산은
그 도시의 황금 문으로 들어가리라는 이상이었다.
도중에 나는 건널 수 없는 강에 이르렀고
내 꿈이 사라지는 것만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나무를 잘라 다리를 만들고 강을 건넜다.
여행은 내가 계획한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
비를 맞아 몹시 피곤해진 나는 배낭의
무거운 것들을 버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나는 숲 너머에 있는 성공의 도시를 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난 목적지에 도착했어. 온 세상이 부러워 할거야!’
도시에 도착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문 앞에 있는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목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들여보낼 수 없어. 내 명단엔 당신의 이름이 없어.’
나는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고, 발길질을 해댔다.
내 삶은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고개를 돌려
내가 걸어온 동쪽을 바라보았다.
그곳까지 오면서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을
도시에 들어갈 순 없었지만
그것이 내가 승리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강을 건너고, 비를 피하는 법을 스스로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다.
때로는 그것이 고통을 가져다줄지라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임을,
나의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전재 (류시화 엮음, 오래된미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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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한 이의 한마디]
여행을 떠나요
박봉남
“전문계(실업계) 고등학교 출신, 전문대학 출신, 잘하는 일 없고, 하고 싶은 일은 더더욱 없고, 유명한 IT 회사에서의 정직원이 아닌 임시직 고객상담원… 일? 돈 벌기 위해서 하는 거야. 인생이 뭐 이럴까? 막막하기만 해, 꿈 있는 사람은 좋겠다. 나는 꿈도 없는데, OO는 돈 벌어서 집 사고 차도 샀대, 와 정말 부럽다, 이제 와서 무슨 공부야 시작이나 할 수 있겠어? 4년제 대학 못 가면 끝이지, 임시직 주제에 무슨 정직원이야, 친구야 넌 원래 잘했잖아.”
20대 중반까지 항상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생각들을 나열해 봅니다. 일상의 지루함을 피해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면서 조금씩 그간의 생각들을 되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경력이 쌓이면서 IT 분야에서 상담원이 아닌 기획자와 프로젝트 매니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IT 분야의 일은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습니다.
3년 전 문득 내가 나이가 들면 더 이상 공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학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사회복지가 내가 찾는 일이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학사 학위를 취득하자마자 대학원 시험을 보았고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학교에 합격했습니다. 학위도 취득했고 대학원도 합격했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있으니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으신데 선생님보다 어린 상사와 같이 일할 수 있으시겠어요?”
“저희와 같이 일하기에는 경력이 너무 화려하시네요. 저희는 월급을 많이 드릴 수가 없네요.”
“일했던 분야가 전혀 다른데 잘할 수 있으시겠어요?”
“(입사서류를 보며) 이거 가지고 되겠어요?”
사회복지사 명단에는 제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했던 노력들 잠 못 자고 공부했던 것이 후회되고 심지어 서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걸어왔던 길에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고 싶은 일과 인생의 꿈을 찾은 일, 진로와 직업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진로와 직업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한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도 여행의 시작이 두려워 떠나지 못했거나, 각자의 수많은 여행지에서 고독과 좌절, 어려움에 빠져 있거나, 여행에 실패하고 힘들어하는 모든 이에게 이 시가 위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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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낸시 함멜 (Nancy Hammel)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시인이다. 위 시 「여행」("The Journey of Success")를 제외하고는 낸시 함멜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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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봉남
건축기사, 고객상담원, 베타테스터, 네트워크 감시요원, 웹기획자, 프로젝트 매니저, 웹컨설턴트, 사회복지사, 커리어 컨설턴트,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속 진로 및 취업 프로그램 운영자 등 이상은 지금껏 내가 가져왔던 직업의 이름들이다.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너무 긴 여행이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거나 진로와 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