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 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참 좋은 당신』 에서 전재 (김용택, 시와시학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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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한 이의 한마디]
내게 사랑은
윤채원
그때가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인생의 쓴맛은 경험해 본 이후일 것이다.
슬픔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일 것이다.
세상이 밝지만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일 것이다.
결국에는 나도 별수 없는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이후일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을 한 이후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알고 난 이후였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멈춘 듯, 심장도 멈춘 듯,
이 시를 읽고 그렇게 첫눈에 반해버린 것은.
그렇게 나는 이 시 속에 그려진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을 가진 사람'에게
첫눈에 반해 버렸다.
후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누군가 존재하든 아니든
그런 사람을 꿈꾸어 왔다.
그리고 이 시를 알고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얼굴을 만났다.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을 가진 사람'을
'결국엔 별 수 없는 사람일 뿐인 나'는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맑은 마음으로
사랑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가 훨씬 쉬웠을 우리는
내가 이 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사람을 꿈꾸어 왔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은 내게
사랑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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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김용택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의 문학적 흐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며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그는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시인은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교직기간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2008년 8월 31일자로 교직을 정년 퇴임하였다. 이름이 알려진 후에도 김용택이 고향 마을을 떠나지 않은 까닭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하다. 김용택는 출근길의 꽃내음과 학교 뒷산 솔숲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자신의 시와 삶을 길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택은 시적 상상력은 그래서 '촌'스럽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그대, 거침없는 사랑』, 『그래서 당신』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섬진강 이야기』, 『인생』 등이 있다. 이밖에도 성장소설 『정님이』,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내 똥 내 밥』, 동시엮음집 『학교야, 공 차자』, 시엮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 등 많은 저작물이 있다. 1986년 김수영문학상을, 1997년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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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윤채원
2009년 12월 24일 현재,
태어난 지는 12681일
사랑이 시작된 지는 715일
그래서 평생 사랑하기로 약속한 지는 34일이 된,
그래서 지금은 마냥 행복하지만
인생을 알 수 없는 일이라 문득문득 두려울 수밖에 없는
그렇지만 사랑이 살아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다만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한 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