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김종원
좋은 사람은
굳이 같이 있지 않아도
그냥, 좋은 사람입니다.
사는곳이 너무나 달라서
같이 있지는 못해도
당신은 당신 동네에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서로가 미소를 짓는 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가끔 거리에서 만나는 그런 사람은
아무리 내게 함박웃음을 보여도
반가움보다는 어색함이 앞서는데
당신이 미소 짓는 상상을 하게되면
나도 모르게
수줍은 미소를 보이게 됩니다
너무나 힘이 들때
내게 힘이 되어주는 건
가까이 있는, 너무나 큰
함박웃음을 짓는 그런 사람이 아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곳에서
내게 미소 지어주는 당신입니다
그럴수록, 힘이 들수록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당신입니다
살아간다는 게
상처와 상처끼리 만나서
그 상처를 부비며 살아가는 거겠지만
당신과 상처를 부빈다면
난 정말 행복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평생을 가지고 가고 픈
좋은 미소를 가진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에서 전재 (김종원, 존재의 향기, 2004)
--------------------------------------------------------
[소개한 이의 한마디]
좋은 사람에 대한 동경
송영욱
2006년의 가을, 대학 신입생 시절의 무의미하게 보냈던 시간을 만회하고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나에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한 구절이 가슴속에 울려 퍼졌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착하다고 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평가이다. 중요한 것은 착한 사람과 좋은 사람은 동의어가 아니란 것이다.’ 이 구절은 나로 하여금 정신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빠져나와 잠시 삶을 되돌아보게끔 해주었다.
내 마음속의 변화가 일었던 것은, 그 구절을 듣기 바로 며칠 전에 읽었었던 김종원 시인의 ‘좋은 사람’이 그 구절과 내 안에서 한데 엉켜서 반응했기 때문이리라. 한창 열심히 참여하던 모임의 인터넷 게시판에 어떤 회원 분께서 올려주신 걸로 기억한다. 이 시에 매료되어 내 미니 홈피에 담아 와서 한동안은 틈날 때마다 읽고 또 읽었다.
바쁜 와중에 많은 사람들에게 착하고 친절하려고 애쓰던 나날들이었다. 내 가슴속 슬픔과 아픔은 묻어둔 채 밝은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이때까지 내가 많이 들었던 칭찬 중의 하나가 ‘착하다’라는 말일 것이다. 착하다는 말을 들을 땐 뿌듯함이 느껴졌었다. 그 칭찬을 마음속에 담아두고선, 다른 사람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를 읽고 난 후에는 내가 좋은 사람은 아니었음을 느꼈다. 시 속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의 모습을 지니는 것. 그것이 내 삶을 더욱 값지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사람들과 진실한 마음을 나누며, 어색한 웃음이 아닌, 힘을 실어주는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전해주고 싶었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오랜 죽마고우들에게도 내 미소의 기운을 전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곧 바쁜 일상에 다시 파묻혀갔고, 좋은 사람에 대한 바람도 조금씩 가슴 깊은 곳에 묻혀만 갔다.
3년여가 흘러, 잊혔던 ‘좋은 사람’에 대한 생각이 다시금 맴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지금,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좋은 사람’으로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그동안 상처받고 상처 주면서 쌓아온 경험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의 처세술을 늘려주었을지언정, '좋은 사람'으로의 길로 인도해 주지는 못한 것 같다. 저 사람은 정말 속물 같다 욕하면서도 때로는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한 기업가는 ‘진정한 성공이란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뻗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성공을 위해 앞으로만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옆으로 뻗어가는 사람, 내 주변 누군가에게 힘이 될 미소를 머금은,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다시금 내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
작가 소개
김종원
『이별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인천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http://cafe.daum.net/yytommy
------------------------
필자 소개
송영욱
기계 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내년에는 대학원 진학 예정이다. 전공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가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는 포기해도 잠은 포기 못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그리 성실한 학생은 아니다. 때로는 기계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휴식을 꿈꾸기도 한다.
적성에 맞고 재미있어서 이 길을 계속 가야겠단 생각도 하고 있지만, 자꾸만 인간 본연의 것까지 침범해가며 발전해나가는 기계 문명으로부터 진짜 인간을 지켜내기 위해 이 길을 계속 가겠다는 엉뚱한 사명감도 갖고 있다. 가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걸 즐긴다. ‘착하다’라는 말보다 ‘성격 있다’라는 말을 더 듣기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