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自慰 중이라 통화할 수 없습니다
김이듬
1. 팔
너를 만지기보다
나를 만지기에 좋다
팔을 뻗쳐봐 손을 끌어당기는 곳이 있지
미끄럽게 일그러뜨려지는, 경련하며 물이 나는
장식하지 않겠다
자세를 바꿔서 나는
깊이 확장된다 나를 후비기 쉽게 손가락엔 어떤 반지도
끼우지 않는 거다
고립을 즐기라고 스스로의 안부를 물어보라고
팔은 두께와 결과 길이까지 적당하다
2. 털
이상하기도 하지 털이 나무에, 나무에 털이 피었다 밑동부터 시커멓게 촘촘한 터럭, 멧돼지가 벌써 건드렸구나
밑에서 돌다가 한참 버텨보다가 몸을 날렸을 것이다 굶주린 짐승, 높디높은 굴참나무를 들이받기 시작했다 뭉텅뭉텅 털이 뽑혀나가는 줄도 몰랐을 한밤의 사투, 살갗이 뜯겨나간 산은 좀 울었을까
나는 도토리 한 알을 발견했다 가련한 짐승이 겨우 떨어뜨리고 채 찾아가지 못했나 멧돼지가 쫓겨 가고 나서야 나무는 던져주었을까
도대체 길 잘 못 든 나는, 손톱을 세워 나무를 휘감는다 한 움큼의 털을 강박적으로 비벼댄다 메시지 온다
『별모양의 얼룩』에서 전재. (김이듬, 천년의시작, 2005)
--------------------
작가 소개
김이듬
2001년 계간 『포에지』 가을호에 「욕조 a에서 달리는 욕조 A를 지나」 외 6편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데뷔했다. 시집 『별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을 펴냈고, 올 연말에 시집 1권, 산문집 1권을 펴낼 예정이다. 현재 아웃사이더, 소수자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