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가 있는 화석
김경주
오래된 박물관에 가 화석에서 생기는 작은 경련을 바라본다
화석의 한 가운데 있는 눈동자가 자신의 수분을 찾고 있는 그 경련은 일찍이
산 자가 흉내 낼 수 없는 고어에 가까운 활기이고
인간이 연민만으로도 흉가가 되는 시간일 것이다
불을 끄고 누워 어떤 경련을 맞이하면 화석에 잠긴 그 눈동자가 자꾸 떠오르고 모래로 만들어진 새들이 눈동자에 가득 찬다
화석이 된 눈동자가 아니라 눈동자가 된 화석이 새로운 미지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저녁을 과정에 있는 눈동자라 생각하면 밤은 눈동자가 만드는 수많은 화석들일 것인데 그건 일찍이 감촉이 무사히 지나갈 때 까지 내가 화석을 만지는 일이기도 하다
화석이 인간의 눈을 버려야만 드나들 수 있는 흉가라면 화석에 붙박힌 무수한 흉가엔 인간이 감추거나 멈추고 싶었던 모든 감촉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예컨대 모든 화석은 살아있는 인간의 눈이 항해하는 연민이고 내가 아는 연민은
흉가 아닌 것이 없다는 결론에 무참해진다 내가 알고 있는 눈동자와 내가 모르는 화석 사이에 이름 모를 흉가가 지어지는 것이다 누구의 의심을 살 수 도 없다는 점에서 이 흉가는 문을 찾는 데에만 일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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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김경주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꽃 피는 공중전화」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 작품을 올리며 극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기담』이 있다. 현재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작업실 '나는 공항(flying airport)'에서 다양한 인디문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