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의 장례
김경주
하늘에 포르말린 흩어진다
구름이 하늘에서 풍선 속을 통과한다
그건 구름이 풍선의 장례를 치르는 일
저녁은 공중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일
내려온 공중에 가득 찬 수면을 바라보는 일
다른 선으로 빛이 떠내려가는 일
떠내려가는 빛이 기어이 새가 되고 마는 일이 있다
그 빛을 문장으로 이장하는 일 그건 내가 이 세상에서 바꾸어
부르기로 한 일, 문장의 일
구름이 허적허적 게워내고 있는 풍선
혁명, 다른 피를 밴 구름
연필이 마신 등고선들
떠오르는 순간 장례를 치르는 문장
음울한 한 짐승의 물방울
죽은 다음에야 풍선을 비울 수 있는 육체,
그건 내 나비의 실내에 부검이 못 들어오는 일
나는 배 다른 구름의 일
표본실엔 물방울짐승
『기담』에서 전재. (김경주, 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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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김경주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꽃 피는 공중전화」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 작품을 올리며 극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기담』이 있다. 현재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작업실 '나는 공항(flying airport)'에서 다양한 인디문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