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침(鹽沈)날의 수초(手抄)
조연호
아이는 창 크기로만 저녁을 들고 그 방에 갇힌 자기 얼굴 크기를 가늠한다 회상이 왔다, 갈변(褐變)에 얹혀 경건이 왔어! 춤꾼이 춤추기를 그만두자 춤은 혼자 남아서 춤꾼의 몫을 다했다
주사위에서는 살갗향이 났다 되어감을 이미 있음으로 보려는 점들이 쏟아지고
물결은 살결로 풍우 속 작은 배를 띄웠어 너덜거리는 선창(船艙)의 구령이기를 원하는, 충각(衝角)으로 채워진 자녀이길 원한다 「그가 자기 문설주에 장례침상을 가져오니 그 자의 웅덩이가 가장 좋은 땅을 거닐더라 또한 그가 영혼이 가는 길을 가뭄철로 보족하였으니 그 자의 보리 수확이 꺾이지 않은 뼈처럼 두 저녁을 거닐더라」
새로운 생일로만 덩어리진 애인아, 생일날 내가 선물한 인형 털은 이제 많이 빠졌겠지 넌 그걸 매일 숙청하고 있겠지 쥐덫처럼 눈이 내렸다 내가 흥분을 거미 꽁무니로 설명할 동안 너는 얼레 빗질로 씨앗에 빠진 나를 걸러다오 그런 날 애인의 거부는 위대했다
모두들 낟알을 어느 정도까지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에 성공한 자보다는 덜 실패하는 것이다 물고기를 대신하여 구부러진 물밑이 바닥에 고인 어둠을 훼방하고 있었다 울음이 신의 얼굴을 운반해왔다 개로 변한 여자에게로
이중주(二重奏)는 한 사람의 공간에서만 두 곡조처럼 들려왔다 당신 살에 나의 첫 달을 넣어주기 전에 당신은 이미 시의 갈변을 외친 나무로 덮여있었다 부디 나를 바친 너의 배령(拜領)이 소금 절인 나를 깨물게 해다오 이중주는 각자의 비명과 외침을 자기의 감미로움에 담아왔다
거대한 곤충께서는 처량한 이 잔 마시기를 거부하고 세 쌍의 발로 그리움을 외치셨다
사냥철 바람이 우리 등을 겨냥해 불어오고 있으니 아마도 여기까지가 꼬챙이에 꿰인 찬가의 마지막 구이일 것이다 밤은 목가(牧歌)에 가라앉아 이 친필 놀이꾼의 말을 동냥해다오 파종 후 밭에 풀어놓은 돼지처럼 음영자(吟詠者)는 자기가 서방교회가 되는 꿈을 자기 발 밑에서만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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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조연호
나는 시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 시인이라는 자각이 시 작품이라는 귀납적 성과를 못 따라가기에 생기는 것이 작가적 양심의 위치라면, 내가 시인이라는 자각은 부끄럽게도 아직 많지 없다. 그런 까닭에 시에 대해 경외할 수 있었다. 많은 부분 나에 대해 역겹지만, 하나 다행한 일은 전통적인 걸 중시하고 옛것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 정도? 그런 태도가 기품과 격식을 낳으리라고 염원하고 있지만, 운명을 비극의 자기 희열로 반성한 그리스 사람들처럼 나는 결코 서정적 합창에서 비극으로 건너오는 모험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위치를 이해하려고 자기 운명과 교역하는 인간상만큼은 열쇠로 기능하는 것이지, 그 열쇠에 맞는 구멍을 가진 문으로 기능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 문은 영구히 파멸되었기에. 그래서 남의 영광이 나의 몰락 단계가 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괴로우면서도 엿볼 용기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시적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