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재건
조연호
피어나기 위해 꽃 뒤편에 발작을 남겨두고
눈을 뜨면 평생이 너를 밀치는 낭떠러지가 시작될 것이다
잊혀짐에게 현기증을 권하자
일꾼의 자리 아래를 배당받은 사람은
자기 발에 대어볼 입술을 수소문하는 것이다
의상을 걸친 고기를 사랑했네
의심을 펄럭이는 것 아래 출현시키고 말았네
심장도 농경의 모습을 하고 있다 떠다니는 자도
귀부인의 목소리에 진흙을 베풀고 있다
어둠을 쳐서 약간의 소리를 얻었지만
멍 자국만큼은 발굽을 안고 떠나지 못했다
즙액으로 발가벗긴 오늘의 하늘엔
계절이 퇴화하여 남긴 것에 심취한 소년이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천장에 살을 구겨넣고
자기의 순결에서 남신(男神)을 후벼 파내는 위업으로
첫 서리는 고요히 즉위했다
남편은 주옥같이 사라졌다
일생 너머 삭과(?果)를 던지고
비웃음에 취했다
내가 본 석양은 위대한 백치국가처럼 건설되고 있었다
고기에 고기를 꿰는 십자수를 하는 사람께
떠난 사람은 그렇게 우거짐으로 목동을 대가 치러야 했다
수수깡처럼 낮을 꺾어버린 사람, 생고기로 치대어진 달과 함께
「천복은 네 얼굴을 다루는 사자를 참을 것이니
파묻힌 머리는 이 날로 하여 술과 떡 대신 임신을 받쳐들고
그 땅의 농부가 그 땅의 기근을 낳을 자에 답하지 않으며
밤을 두드린 장인(匠人)을 거세하지 않은 죄로
양식을 짓는 자는 이 축축한 검정에게 사망으로 왔나니」
마술 끊김이 유방처럼 가슴에 매달리고 있었다
결국은 나도 너와 같이 더 검어지는 성냥을 긋고
짧은 폭설이라도 이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나는 그것을 열심히도 젖꼭지에 매달리게 했으니까
강이 강에게 뛰어드는 천족(賤族)인 걸 낮은 물소리는 들려주고 있었으니까
수수와 콩이 그 곁에서 자랐다 추수철마다
아주 간단한 음경이 떨어져내렸다
나의 품에 양말구멍을 남기는 자의 품에서
이따금 전날은 세계의 크기를 자신의 증오보다 더 큰 것으로 착각한다
그렇다하여도 날갯짓은 거무튀튀하리
그렇다하여도 석비(石碑)는 곱사처럼 굽어가리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기 위해
곡(哭)에서 곡(哭)으로 건너오는 당신께
두 계절은 「이름 모를 적이 왔어, 회상이 왔다!」고 외친다
수은을 바르러 매일 밤 거울 뒤편으로 가는 그녀들의 반짝이는 병통(病痛)을 꺼뜨리고
씨를 뿌린 즐거움이 새끼 새의 불안처럼 끼룩거릴 것이다
이름 모를 굶겨죽임이 왔어, 회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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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조연호
나는 시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 시인이라는 자각이 시 작품이라는 귀납적 성과를 못 따라가기에 생기는 것이 작가적 양심의 위치라면, 내가 시인이라는 자각은 부끄럽게도 아직 많지 없다. 그런 까닭에 시에 대해 경외할 수 있었다. 많은 부분 나에 대해 역겹지만, 하나 다행한 일은 전통적인 걸 중시하고 옛것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 정도? 그런 태도가 기품과 격식을 낳으리라고 염원하고 있지만, 운명을 비극의 자기 희열로 반성한 그리스 사람들처럼 나는 결코 서정적 합창에서 비극으로 건너오는 모험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위치를 이해하려고 자기 운명과 교역하는 인간상만큼은 열쇠로 기능하는 것이지, 그 열쇠에 맞는 구멍을 가진 문으로 기능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 문은 영구히 파멸되었기에. 그래서 남의 영광이 나의 몰락 단계가 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괴로우면서도 엿볼 용기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시적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