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天文)
조연호
하늘의 문자에서는 분무 살충제를 뒤집어 쓴 벌레처럼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왔다
고전주의자로서의 나는 별의 운동을 스스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별과 나 사이가 투명하지 않다고 여긴다
전달에 대한 의문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성난 가족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노에서는 평화로운 멜로디가 떠올랐다
달 앞의 우리는 외양간 같은 영혼을 숨기기 위해 작은 판이 되어 있었다
내가 너를 갚아줄 것이다
물 밖에서 자기의 이해되지 않는 몸을 바라보았던 흔적이 밤에겐 적혀 있다
내가 너에게 겨를 묻혀줄 것이다
묵매(墨梅)를 치던 사람,의 별자리
모음이 올 자리,의 별자리
서로 헤어지지 않도록 별들은 내게 악취를 모아주었지
내가 만약 해바라기라면 내 얼굴을 조각조각 나눠들고 가을의 아이들은 나를 떠난다
그럼 나는 텅 빈 구멍마다 삶은 빨래를 집어넣고
고장 난 얼굴이 되어 아이들의 칭찬을 받을 것이다
고대(古代) 이야기가 입방체에 관한 이야기의 용사(用事)인 것처럼
그가 내게 개구리들을 보내셨다
밤마다 물가에선 따라 부르기 비좁은 애곡(哀哭)이 들끓고
나의 막대가 나에게 주는 고마운 자해 때문에
이불 밑이 부끄러운 줄도 지켜지는 줄도 몰랐다
웅덩이와 달라붙은 남자여, 나는 소년의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 이별은 보통의 추위처럼 격벽 밖에서 쓸쓸한 것들과 달라붙고 있었다 깊은 잠을 상속 받은 사람은 (자동)떨어지다, (타동)떨어지다, 이등변에서 얼마만큼 탈락의 넓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붙이면 없어지는 그런 표현이 된다
가장 밑에 고인 바람을 움직이기 때문에 나는
머나먼 인간을 별의 이행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계(系)는 방점에서 결점으로 이행한다
나는 소맥을 한 줌 쥐고 <그리하여, 만일>이라는 우주 한가운데 떠 있었다
『천문』에서 전재 (조연호, 창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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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조연호
나는 시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 시인이라는 자각이 시 작품이라는 귀납적 성과를 못 따라가기에 생기는 것이 작가적 양심의 위치라면, 내가 시인이라는 자각은 부끄럽게도 아직 많지 없다. 그런 까닭에 시에 대해 경외할 수 있었다. 많은 부분 나에 대해 역겹지만, 하나 다행한 일은 전통적인 걸 중시하고 옛것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 정도? 그런 태도가 기품과 격식을 낳으리라고 염원하고 있지만, 운명을 비극의 자기 희열로 반성한 그리스 사람들처럼 나는 결코 서정적 합창에서 비극으로 건너오는 모험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위치를 이해하려고 자기 운명과 교역하는 인간상만큼은 열쇠로 기능하는 것이지, 그 열쇠에 맞는 구멍을 가진 문으로 기능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 문은 영구히 파멸되었기에. 그래서 남의 영광이 나의 몰락 단계가 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괴로우면서도 엿볼 용기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시적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