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운동할까?
이영주
나는 무생물의 별자리. 천칭이다. 저울만 있다. 내참. 누가 나를 보고, 천칭의 균형과 저울의 힘이 있다고 생각할까. 별자리는 붕괴된 사물들의 잔해가 모여서 만들어낸 이상한 지도이다. 아직은 아니니까, 나는 무생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탄생은 겪었지만 죽음은 아직 겪지 못했으므로 어떤 언어이든 그것을 향해 가는 것일지도 몰라.
여름은 안쪽이 너무 뜨거워서 안쪽의 모든 것을 빼내 비워버리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계절. 겨울은 너무 차가워서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어 두 손을 몸속으로 넣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계절. 봄과 가을은? 걔네들은 안도 밖도 아닌 부위다. 이를테면 목? 어깨? 다리. 어떤 계절이든 바람은 모든 촉수들을 안으로 모이게 한다. 안과 밖에 대해서는 이제 말하지 않기로 한다. 그곳에는 바람이 있다.
어떤 만화에서 계절에서 변화하지 않는 자, 라는 구절을 보고 절망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의 자세는 아주 꼿꼿했다. 나는 구부정한 자. 우주는 많은 가설 속에서 빛을 내거나 빛 뒤로 숨어버리는 아름다운 개념이지만, 사실 까 보면 모든 건 이해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운동해야 한다. 운동하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별자리의 선고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나를 운동하게 한다. 움직여야만 내가 완성되는 순간에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죽은 자들의 이야기만 한다”고 투덜거렸지만, “죽은 자들의 이야기만 쓴다”라는 부분만 활자로 썼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늘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늘 생각하는 것이다. 문장으로만 존재하는 것들은 자꾸 자꾸 말을 해주어야 한다. 육체를 얻을 때까지. 또 다른 문장이라는 육체를 얻을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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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영주
“오늘내일 한다. 두번째 시집이 나오는 시간. 만삭과 같네. 오늘내일. 시를 써서 그나마 이런 사람이 되었다. 시를 쓰지 않았으면 어떤 순간으로 흩어졌을까? 유기체가 될 수 있었다, 시를 써서. 그러니까 그 전에는 규정할 수 없는 골목이었다, 내가. 한밤, 썩은 고기 냄새가 풍기는 어두운 골목에서 나는 늘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이제 좀 악문 이를 버리고 입술을 내밀어 보려고 한다, 나는. 쭈욱 내민 입술 말야.”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