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내부
이영주
이 계단은 소리들 위에 떠 있다.
입을 다문 짐승처럼 짖는 법을 모르는 계단.
나는 얼룩무늬 꼬리를 따라 소리 안으로 들어간다.
틈과 틈 사이 끝나지 않는 비트.
난간의 뼈를 뚫은 못이 흔들리고 있다.
울고 있는 내부를 만져보지 않아도 음악의 형태를 말할 수 있다면.
휘파람 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피 냄새.
아무리 올라가도 짐승의 빛 안이라니,
나는 얼룩진 손바닥을 펴 본다.
저녁에는 구름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내가 맛볼 수 있는 것은 어째서 피뿐일까.
바람 안으로 모든 음音이 모여들고 있다.
홀로 떠오를 수 없는 계단.
죽은 고양이를 밟고 선다.
언제쯤 저 짐승은 뼈를 먹을 수 있을까.
구름 안에서 녹슨 못들을 꽉 움켜쥐고
음악을 흘려보내는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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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영주
“오늘내일 한다. 두번째 시집이 나오는 시간. 만삭과 같네. 오늘내일. 시를 써서 그나마 이런 사람이 되었다. 시를 쓰지 않았으면 어떤 순간으로 흩어졌을까? 유기체가 될 수 있었다, 시를 써서. 그러니까 그 전에는 규정할 수 없는 골목이었다, 내가. 한밤, 썩은 고기 냄새가 풍기는 어두운 골목에서 나는 늘 이를 악물고 있었다. 이제 좀 악문 이를 버리고 입술을 내밀어 보려고 한다, 나는. 쭈욱 내민 입술 말야.” 2000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