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2.0
안현미
옥상 장독대 위 산당화
산당화 위 안테나
안테나 위 뭉게구름
뭉게구름 위 비행기
떴다 떴다 비행기 우리 비행기
그 해 내 마음의 가장 높은 봄을 지나
아득히 날아가던 너라는 비행기
-------------------------
작가 소개
안현미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넌 사막에서도 살아 돌아올 여자’ 라고. 또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넌 입 닥치면 신비로와!” 그러나 또 누군가는 내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하다 한다. 그러니까 나에 대한 소개라는 게 당최 가당키나 한 것인가 싶다. 그럼에도 나는 기적처럼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첫 번째 시집 『곰곰』에는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던 시절들에 대한 아주 사적이지만 시적인 시들을 묶었고 두 번째 시집 『이별의 재구성』에는 사랑했으나 결국에는 이별해야 했던 시간들과 그 시간들과 함께 사라져간 당신들에 대한 기억을 기록했다. 세 번째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첫 번째 보다는 두 번째 시집이 좋다 하고, 누군가는 첫 번째 시집이 더 좋다 한다. 그들 모두에게 세 번째 시집이 더 좋을 거라고 허풍 떨고 싶지만 나는 겨우, 쓸 뿐이다. 매일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