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록산느의 탱고에 몸을 실었을 때
물랑루즈의 밤무대에선 캉캉춤이 한창이었다
그녀가 아오자이의 한을 칼날 위에 올렸을 때
푸치니의 나가사키엔 벚꽃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본드의 총구를 들이댔을 때
제3세계 한 귀퉁이 내 아래턱이 가엽게 내려앉고 있었다.
노신(魯迅) 선생은
아래턱을 간수하라 그리 당부했건만
늘어진 내 아래턱은 올라갈 줄을 몰랐다
내 이런 모습에
딸아이는 쾅 하니 문을 닫으며 제 방을 들어가 버렸다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중년 아저씨들의 기름기를
제 애비에게서도 보았던 것이리라
미안하다, 아이야!
그래도 신기하지 않느냐
벚꽃이 나비가 되고
기다림은 죽음이 되고
그런데 저 속삭임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연아가 돈다
연아가 돈다
‘달나라의 장난’처럼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아아!
얼음 위에서 용오름이 인다
스스로 돌아서 화답이 된 너
스스로 휘감아서 ‘여신’이 된 너
YUNA,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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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공상철
중국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문화적 자산을 문명사적 지평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몇 분과 함께 『루쉰(魯迅)전집』 한국어판 완역 작업에 임하고 있다. 숭실대학교에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