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나는 배를 살살 만지며 맹아부를 봤다. 맹아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구선이 자신보다 더 아부를 떠는 꼴에 속이 상한 게 분명했다. 맹아부는 다시 헤헤거리며 이대팔을 보고 있었다. 저 작자는 자기가 애지중지 키운 애완견이라도 삼복 날 보신탕 해먹으라고 바칠 위인이었다. 이대팔은 맹아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목덜미를 살살 만져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맹아부는 더 귀여운 표정을 짓지 못해 안달하는 치와와가 될지도 모른다.
아랫배가 심상치 않다. 꾸, 꾸륵, 꾸륵. 어제 먹은 닭발이 문제였나. 유통기한이 지나 있긴 했다. 민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저, 손 과장님 이야기는….”
그때, 이구선이 짝짝 하고 손뼉을 쳤다.
“아, 시간도 다 되었고 점심 먹으면서 더 이야기하죠. 이번 세미나는 정부기관에서 예산처리되는 거여서 점심값도 나오는데… 세미나도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고….”
세미나로 긴장했던 얼굴이 점심 이야기에 갑자기 이완되듯 풀렸다.
“점심은 뭘로?”
이구선은 세미나 자리를 한번 쓰윽 눈길로 훑었다.
“종갓집 된장찌개 먹으러 가자구. 종갓집.” 이대팔이 말하자 이번에,
“난 흥부네 생선탕이야.” 손진영 과장이 반대의 손을 들었다.
이대팔이 나무책상을 고상한 신경질로 딱 한번 내려쳤다. 그러자 손진영이 철제의자를 품격 있는 반항인 듯 한번 들어 올렸다 놓았다.
세미나실에 우주방사선이 흘렀다. 지구의 자기장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듯했다. 서로 다른 전자파가 자기력을 뿜어냈다. 분자와 분자가 과열된 듯 파팍― 하고 전자파가 일었다.
“그럼, 다수결, 다수결로 하죠.” 이대팔의 말,
“다수결 좋지.” 손진영의 말,
연구원들은 제각각 세차게 흘러나오는 자기력에 끌려 철썩하고 어딘가에 붙어야 했다.
“좋습니다. 그럼, 종갓집, 손들어 봐요. 응. 4명, 흥부네, 손들어 봐, 4명? 응, 같잖아? 우리 모두 9명인데… 누가, 누가, 손 안 들었어? 손?”
맹아부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빠끔히 고개를 들었다.
“이두나, 이두나 씨지? 손 안 든 사람….”
나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갑자기 전기가 들어온 전극처럼 헤 하고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였다. 이구선이 나를 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위로 비틀었다. 뺑덕어멈 떡보따리 만난 듯한 반가움이었다. 목소리까지 다정하게 떨었다.
“이, 이두나 씨, 이두나 연구원? 뭐, 뭐, 할거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