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그때는 여름이었고 면접이었다.
나는 손에 침을 딱 발랐다. 앞머리를 쓰윽 하고 한번 쓸어내렸다. 합격하긴 힘들겠지만 이왕 원서 낸 거 잘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사람과의 인연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법. 면접보기로 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잊지 못할 순간을 맞았다.
“응? 자네는 이 조교?”
석사과정 조교 때 모셨던 이대팔이 그곳에 과장으로 와 있었다. 몰랐다. 학교를 그만두고 연구소로 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여기 온 줄은… 이대팔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머리가 이대팔이었다. 반듯하게 가르마가 나 있어 누가 봐도 모범적인 가장에다 규범적인 시민처럼 보였다. 감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흠흠하고 만지더니
“이두나? 자네 여긴 웬일인가? 벌써 학위는 다 끝낸 모양이지?” 했다.
이대팔과 내 지도교수가 친한 사이라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사실이다. 몰랐던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사춘기 소년 같은 천진한 표정, 을 지었다. 참, 어설픈 연기였다. 이대팔의 이마가 번질거리나 싶더니 이내 내가 낸 원서뭉치를 천천히 넘기고 있었다. 굳이 서류 안 봐도 나에 대해서라면 알만한 거 다 알 텐데… 그는 서류를 꼼꼼하고 공정하게 살피는 심판관 흉내를 냈다.
오히려 놀란 쪽은 내 쪽이었다. 오래전 범행을 공모했던 공범자를 다시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 암매장했던 시체 두 구가 도로 공사하던 포클레인에 끌려 올라온 듯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는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마련이니까.
아랫배에 힘을 준다.
그런데도 아침에 신경을 써서 입은 ‘뽕브라’보다 아랫배가 더 나와 보였다.
정말 주책맞은 아랫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