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기다리다
1회
잘못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진실이, 진실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진실보다 우리에게 소중하다.
-쓰루미 슌스케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 녹색 에너지 연구소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입사하게 된 것은 순전히 학교 동기 민진이 탓이다. 민진이 나 모르게 연구원 모집 원서를 내서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
연구소는 에너지 연구소답게 수도권 근교에 위치해 있다. P시의 도야라는 곳이다. 도야에는 정부가 에너지 연구를 위해 정부기관으로 세워놓은 기관들이 여럿 있다. 한국광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등 정부출연연구소였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벤처붐이 일면서 연구소 연구원들이 창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에서 단지를 조성했다. 연구단지는 소규모 벤처 기업 연구소 덕에 유명해졌다. 연구단지는 조용했다. 공기 좋은 숲속에 있었다.
연구소는 넓은 삼각지 초원에 백색 아이보리 건물이었다. 조화롭게 균형이 잘 잡힌 원목 격자무늬 유리창을 하고 천장에 태양열 실험을 위해 전열 유리창을 달고 있었다. 연구소는 지중해 연안 하얀 집들처럼 평화롭고 안락해보였다.
정원에는 자연효소로 발효시킨 비료 먹은 식물들이 풍성하게 자라났다. 연구소 안은 날마다 새로운 공기와 온도를 공급받아 온실처럼 늘 깔끔하게 정돈되었다. 연구원들은 정갈하게 머리를 빗고 있었다. 빛나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실험실 현미경을 들여다보거나 전기 에너지 시스템을 돌렸다.
연구원들은 지문으로 최신식 자동 센서 문을 통과하고 다녔다. 그들은 언제나 웃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현대적 문명방식은 편리했다. 고급스럽게 매뉴얼화되어 있었다. 예의와 웃음까지. 예의와 겸손도 학습의 일종이었다.
하긴 그랬다. 그들은 실력자였다. 세계 유력 학회지에 논문을 싣는 자도 많았다. 최신 업데이트된 정보가 날마다 전송되었다. 연구원들은 날마다 자신을 품위 있고 실력 있는 엘리트로 만들고 있었다.
한국 미래과학의 최첨단 아성. 한국 녹색 에너지 연구소. 오만과 위선만이 지배하는 순수의 공간. 이곳에 연구원만 될 수 있다면, 나는 간이나 신장, 콩팥 아니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