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
연구실은 안으로 잠겨 있었다. 범인이 어떻게 안으로 들어갔을까.
조교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을 따는 일은 나무젓가락을 쩍 가르는 일만큼 쉬운 일일 것이다.
텔레비전 많은 프로는 범행하기에 좋은 교본이 되어준다. 현대 정보사회는 생활하기에 편리한 모든 매뉴얼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겨드랑이 털 염색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코를 시원하고 깨끗하게 팔 수 있는 방법은?
저는 20대 남성입니다. 주부 습진 걸린 것 같은데 어떻게 하나요?
그러다 급기야는 이런 검색도 가능하다.
인생 날로 먹는 방법 없을까요?
범인은 ‘네이버’에서 열쇠를 미리 구매한 것인지도 모른다. ‘네이버 지식인’은 시대의 해결사니까. 범인은 미리 맞춰둔 열쇠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능범은 아니지만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범인이 연구실 문을 따고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생은 타이밍이니까. 전임 교수들은 수업 중이었고 인턴들은 교육 중, 대학원 석사생들은 실험 중이었다. 누군가는 화장실에서 똥을 누고 있었고 누구는 점심으로 먹은 칼국수를 소화하느라 열심히 위액을 분비하며 내장운동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뇌파가 약해지면서 침을 흘리며 잠에 빠져들었고 누군가는 숨을 헐떡거리며 누군가의 배 위에서 격한 운동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철제 연구실문이 삐익― 하고 허공으로 제 몸을 열어젖혔을 것이다. 범인은 열려진 허공 속으로 살그머니 발을 들여놓았을 것이다.
범인은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워킹 테이블 위에 쌓여 있던 전공서적들이 일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교재용 책들.
돌아서다 워킹 테이블 의자 두 개가 발랑 뒤집어졌다. 외설스럽게.
누워있는 의자 다리가 서로 엉켰다. 새로운 체위로.
범인은 소리를 내려다 말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정강이가 아파왔다.
그랬다. 아마도 범인은 정강이를 허리까지 올리며 껑충거리고 있을 것이다.
조교는 그렇게 생각했다.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