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0.
요즘도 사랑 따위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신부님.
얼빠진 얼굴을 해가지고 눈은 풀려가지고…
글쎄 그 점잖지 못한 손가락은 어떻습니까. 얼마나 음탕한지. 손가락만큼 음탕한 게 있겠습니까. 이발사의 손가락처럼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만지다가는 귓불을 만지작, 곧이어 뺨을 스치다 어느새 입술을 촘촘히 훑어가고 말잖아요.
사랑이니 연애 감정이니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뻔합니다. 칠칠맞아서 잘 챙기지 못한 호르몬 발작에 불과하죠. 짧으면 삼 개월 길면 삼 년. 그게 사랑의 유통기한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신부님. 뭐, 다들 새 세상 만난 듯 얼굴 활짝 펴고 돌아다니죠. 고목나무에 꽃 핀 듯이. 하지만 결국엔 상대방 처분만을 기다리는 미결수 같은 신세라고요. 자신을 감정의 감옥에 가두는 거죠.
남자? 남자라고요? 흠흠… 뭐, 뻔할 뻔자죠. 야만스럽고 한심하고 음탕한 자들이죠.
아무데서 함부로 방귀뀌고 트림하고 코 후비고 집이 떠나가라 코고는 이상한 종.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쩝쩝대고 집적거리고 주접떨고 넘쳐흐르는 테스토스테론을 주체 못 하는 족속들.
아는 거라고는 축구, 정치, 야동밖에 없고. 하루 종일 여자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다 어두워지기만 하면 입술 비비고 옷 사이로 가슴 엉덩이 목 얼굴을 더듬고. 거칠고 미숙하고 무례한 족속들.
이런 불량품들을 사랑하라? 오, 노오~. 조금만 성숙한 여성이라면 모두 사양할 겁니다. 연애 같은 한심한 장난질을 하기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신부님.
뭐, 그래도… 장동건, 이병헌 정도 되면 몰라도… 쩝.